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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8년 공부 '도로아미타불'…투병 중에도 "예외 없다"

[로스쿨] 8년 공부 '도로아미타불'…투병 중에도 "예외 없다"
입력 2019-03-21 20:20 | 수정 2019-03-21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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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요즘 법조계에 등장한 '낭인'들이 있습니다.

    여러분 혹시 들어보셨는지 모르겠는데요.

    '오.탈.자'라고 합니다.

    변호사 시험을 5년 동안 다섯번 봤는데 합격을 못 해서 더 이상 응시 기회조차 없는 로스쿨 졸업생들을 말하는데요.

    자, 오늘 저희는, 10년 전, 국민들에게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폭넓게 제공하기 위해서 도입된 이 로스쿨이, 고시원으로 전락하고있는 현실, 그리고 그 이유를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이른바 '변시낭인 오탈자'들의 이야기를 최유찬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 리포트 ▶

    건설현장 관리직으로 일하다 8년전 로스쿨에 입학한 44살 최 모 씨.

    노동법 전문 변호사가 꿈이었습니다.

    그런데 로스쿨을 다니던 중 건강이 나빠졌습니다.

    첫 번째 시험은 낙방, 두 번째 시험 직후엔 희귀병 진단을 받았습니다.

    [최 모씨/변호사시험 불합격]
    "눈도 실명할 수도 있고, 반신불수가 될 수도 있고. 질병이 찾아오고 장애가 생기니까 일반인들도 그렇게 힘든 시험을 똑같이 겪는다는 자체도 굉장히 힘들더라구요."

    그렇다고 공부를 중단할 순 없었습니다.

    변호사 시험 기회는 어떤 예외도 없이 5년 연속 5번으로 제한돼 있기 때문입니다.

    치료도, 시험 준비도 제대로 못 한 채 5년을 보냈습니다.

    [최 모씨/변호사시험 불합격]
    "(남은) 기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에, 몸을 추스를 수 있는 시간조차 허용되지 않더라 고요. 결국에는 뇌병변 장애 판정까지 받게 됐습니다."

    이제 최씨에게 남은 건 장애 판정과 등록금 대출금 3천여만 원.

    그리고 공부를 못해서, 또는 안 해서 그렇게 된 거 아니냐는 시선을 받는 '오탈자'가 됐습니다.

    [최 모씨/변호사시험 불합격]
    "변호사시험도 통과하지 못한 무능력자, 그렇게 질타받는 게 개인적으로 심적이나 육체적으로 모든 게 다 힘들었습니다. "

    최씨는 하루 4시간 주민센터에서 기간제로 일하며 월급 80만 원을 받고 있습니다.

    간호사였던 김 모 씨는 의료분쟁 전문변호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출산과 육아를 병행하며 변호사 시험을 치르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김 모씨/변호사시험 불합격]
    "(산후)조리원에서도 공부를 했어요. 완전히 회복이 안된 상태에서 시험을 봐야 해서. 골반이 이상이 생겨서 제대로 걷지 못하는 상태까지 된 거에요"

    특히 아이가 희귀병에 걸린 뒤로는 아이를 살려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에 스스로 오탈자가 됐습니다.

    그러나 더 이상 변호사 시험을 볼 자격이 없는 지금도 아이방 한켠엔 차마 버리지 못한 수험서들이 수북이 쌓여 있습니다.

    [김 모씨/변호사시험 불합격]
    "어떤 우회로도 없잖아요. 제가 사회적으로 사망 선고를 받은 느낌이에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5년 안에 최대 5번만 치르게 제한된 변호사시험 응시 규정에는, 병역 외엔 출산이나 질병 등의 예외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같은 응시 기간과 횟수 제한은 오직 변호사 시험에만 있습니다.

    MBC뉴스 최유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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