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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려고 클럽 갔잖아"…수사하며 '2차' 가해

"그러려고 클럽 갔잖아"…수사하며 '2차' 가해
입력 2019-03-22 19:56 | 수정 2019-03-22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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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성폭행 피해를 호소하는 피해자에게, "가해자한테 호감 있었던 게 아니냐"는 경찰의 질문,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까요?

    피해자에 대한 사법당국의 이런 상식 이하의 태도,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닙니다.

    바로 어제 보도해드렸죠.

    김학의 전 차관에게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에게 검찰은, "경제적 지원을 바란 거 아니냐"고 반복적으로 질문했습니다.

    왜곡된 인식 때문이든, 혹은 청탁을 받았든, "피해자를 피해자로 보지 않는" 이런 태도.

    수사기관에 대한 신뢰를 뿌리부터 흔들고 있습니다.

    이런 실망스런 민낯을 보여주는 사건이 또 있는데요.

    클럽에서 성폭력을 당했다고 신고한 피해자에게 경찰이 어떤 질문을 하고, 무슨 조치를 취했는지 남효정 기자의 보도 보시겠습니다.

    ◀ 리포트 ▶

    지난 14일 밤, 여대생 A 씨는 친구와 함께 강남의 한 클럽에 갔다가 30대로 보이는 남성 3명과 자연스레 대화를 나누게 됐습니다.

    그런데, 테이블 앞에 서 있던 A 씨는 갑자기 허벅지와 엉덩이에 불쾌한 감각을 느꼈습니다.

    고개를 돌려 봤더니 남성 중 한 명이 자신의 몸을 심하게 추행하고 있었습니다.

    몇번을 뿌리쳤지만, 추행은 계속됐습니다.

    겁을 먹은 A 씨 일행은 황급히 클럽을 빠져나왔습니다.

    [성폭력 피해자 A 씨]
    "남자 3명이서 엄청 웃고 있고, 조롱하고 있고, 너무 두려웠어요."

    고민 끝에 이들은 다음날 저녁 학교 수업을 마치자마자 경찰서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조사 과정에서 또 다른 불쾌함과 당혹감을 느껴야 했습니다.

    진술을 받던 수사관이 대뜸 한 말은 '왜 신고를 늦게 했냐'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일이 있었다 이렇게 말을 했을 때 그냥 처음 나오는 말이 그거였어요. '왜 신고 바로 안 했어요?'"

    이 수사관은 심지어 '원래 클럽에선 신체 접촉을 해도 되는 것 아니냐'고 얘기했다고 합니다.

    [성폭력 피해자 A 씨]
    "못 가게 허리도 잡았다 이랬는데 (경찰이) '뭐 허리같은 거는 원래 클럽에는 어느 정도 스킨십이 허용되잖아요? 근데 클럽 그러려고 가는 거잖아요' 이렇게."

    또 '그 클럽엔 CCTV가 없다'면서 수사의 어려움을 반복해서 언급했다고 합니다.

    고소를 귀찮아한다는 인상을 받았다는 겁니다.

    "남자들이 입을 모아가지고 (증거물) 버리고 안 했다고 하고 CCTV가 자기 말대로 없다 이 얘기를 하시면서 이렇게 되면 힘들어질텐데 고소하실 거면 하시라고."

    피해자들은 조사과정에서 불쾌감을 느꼈다고 했지만, 경찰의 해명은 달랐습니다.

    당시 수사관은 보다 확실한 성폭력의 증거를 확인하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습니다.

    [담당 수사관]
    "클럽에서 허리 만진 거? 왜냐면 저는 더 센 걸 원했기 때문에 더 센 거 없냐고 그렇게 물어봤죠."

    또 사건을 무시한 적도 없고, 다만 신고 시점이 빨랐으면 수사가 더 쉬웠을 거라는 의미였다고 밝혔습니다.

    [담당 수사관]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 왜 그때 신고하지 않았는지를 물어봤어요. 왜냐하면 그때 신고했으면 훨씬 더 그 사람 잡기도 쉽고. 만약 진술 바꿔버리면 좀 어렵다고는 얘기 했어요."

    전문가들은 심리적으로 위축된 피해자들이 좀 더 편하게 진술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도 수사기관의 역할이라고 강조합니다.

    [이미경/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피해에 대해서 오롯이 진술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피해자 권리 보장에 아주 기본이기도 하고요."

    2017년 성폭력을 당한 후 2차 피해를 당했다는 상담 168건을 분석한 결과 경찰에서 2차 피해당했다는 비율도 13%를 차지했습니다.

    피해자의 첫 대면 상대인 경찰의 인권 감수성이 더욱 아쉬운 대목입니다.

    MBC뉴스 남효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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