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
이규설
어민들은 쫓고, 다이버는 쫓기고…포항 밤바다 '문어 전쟁' 왜?
어민들은 쫓고, 다이버는 쫓기고…포항 밤바다 '문어 전쟁' 왜?
입력
2019-03-25 20:34
|
수정 2019-03-25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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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요즘 바닷가에서 스쿠버다이빙 같은 수중레저 활동, 즐기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스쿠버다이빙만 하고 가는 게 아니라, 어민들이 애지중지 하는 수산물까지 잡아가서
큰 골칫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포항에선 어민들이 밤마다 보초까지 서면서 문어 지키키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하는데, 그 실태를 이규설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상생의 손'으로 유명한 경북 포항시 대보 앞바다!
아름답고 평온해 보이는 이곳은 해가 지면 전쟁터로 변합니다.
값비싼 동해안 명품 수산물 '문어' 때문입니다.
마을 어장을 지키려는 어민들과 문어를 한 마리라도 더 잡으려는 다이버 모두 한 치의 양보도 없습니다.
[마을주민]
"잔(작은) 문어 검사해야지!"
[다이버]
"죄 지었어요, 제가?"
[마을주민]
"(문어가) 니 꺼가? 니 꺼가? 이게 누구 건데?"
문어는 밤에 불을 비추면 몰려드는 습성이 있습니다.
주민들은 다이버들이 밤마다 마을어장에서 새끼 문어를 마구 잡아 씨를 말리고 있다고 호소합니다.
[마을주민]
"요거 새끼 깐 지가 얼마 안 되는 이걸 잡아서 씨를 말리는데, 이것도 합법이라고?"
어촌에선 문어를 비롯한 수산물을 지키기 위해 컨테이너 박스를 설치해 놓고 밤새 보초까지 서고 있습니다.
이곳 어촌마을에서는 해녀 30여명이 6개 조를 짜 밤낮으로 보초를 서는 실정입니다.
"빨리 나오세요!"
그러나 어민 대부분이 고령이어서 수산물을 지키기엔 어려움이 많습니다.
[서정순/해녀]
"우리는 바다가 논이고, 밭이고, 은행이고…그거를, 바다를 바라보고 나는 사는 사람이에요. 눈물이 나서 내가…어젯밤에도 밤새도록 잠 한숨 못 자고…"
애매한 단속 규정도 문제입니다.
전복이나 해삼 등 어민들이 씨를 뿌려 키우는 수산물은 캐 가면 불법이지만, 그 외 수산물은 작살이나 산소통 같은 도구만 쓰지 않으면 잡아가도 처벌할 수가 없습니다.
이러다 보니, 문어 같은 건 다이버들이 마음대로 잡아가고, 어민들이 키우는 수산물도 감시를 피해 몰래 캐 가기 일쑤입니다.
잡힐 경우 천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지만, 지난해 경북해안에서 단속된 건수는 13건, 23명에 불과합니다.
[최익로/포항 대보 2·3리 어촌계장]
"불법이라는 것은 자기들도 알기 때문에 해삼이나 전복은 딱 숨겨놓았다가, 새벽에 와서 아무도 없을 때 모르게 차를 대놓고 훔쳐서 도망가 버려요."
이 문제로 어촌마다 골머리를 앓은지 십수년.
결국 일부 마을어장을 수중레저 금지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한 법률 개정안까지 발의됐습니다.
[박명재 국회의원/포항 남구·울릉]
"필요한 경우에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마을어장구역 내에서 일정한 수중활동을 금지하도록 그 근거를 마련하는 데 뜻이 있습니다."
바다에는 주인이 없고, 건전한 레저활동은 보장돼야 하겠지만, 어민들의 생업을 침해하고 어자원의 씨를 말리는 행위까지 허용돼야 하는지 의문입니다.
MBC뉴스 이규설 입니다.
요즘 바닷가에서 스쿠버다이빙 같은 수중레저 활동, 즐기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스쿠버다이빙만 하고 가는 게 아니라, 어민들이 애지중지 하는 수산물까지 잡아가서
큰 골칫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포항에선 어민들이 밤마다 보초까지 서면서 문어 지키키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하는데, 그 실태를 이규설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상생의 손'으로 유명한 경북 포항시 대보 앞바다!
아름답고 평온해 보이는 이곳은 해가 지면 전쟁터로 변합니다.
값비싼 동해안 명품 수산물 '문어' 때문입니다.
마을 어장을 지키려는 어민들과 문어를 한 마리라도 더 잡으려는 다이버 모두 한 치의 양보도 없습니다.
[마을주민]
"잔(작은) 문어 검사해야지!"
[다이버]
"죄 지었어요, 제가?"
[마을주민]
"(문어가) 니 꺼가? 니 꺼가? 이게 누구 건데?"
문어는 밤에 불을 비추면 몰려드는 습성이 있습니다.
주민들은 다이버들이 밤마다 마을어장에서 새끼 문어를 마구 잡아 씨를 말리고 있다고 호소합니다.
[마을주민]
"요거 새끼 깐 지가 얼마 안 되는 이걸 잡아서 씨를 말리는데, 이것도 합법이라고?"
어촌에선 문어를 비롯한 수산물을 지키기 위해 컨테이너 박스를 설치해 놓고 밤새 보초까지 서고 있습니다.
이곳 어촌마을에서는 해녀 30여명이 6개 조를 짜 밤낮으로 보초를 서는 실정입니다.
"빨리 나오세요!"
그러나 어민 대부분이 고령이어서 수산물을 지키기엔 어려움이 많습니다.
[서정순/해녀]
"우리는 바다가 논이고, 밭이고, 은행이고…그거를, 바다를 바라보고 나는 사는 사람이에요. 눈물이 나서 내가…어젯밤에도 밤새도록 잠 한숨 못 자고…"
애매한 단속 규정도 문제입니다.
전복이나 해삼 등 어민들이 씨를 뿌려 키우는 수산물은 캐 가면 불법이지만, 그 외 수산물은 작살이나 산소통 같은 도구만 쓰지 않으면 잡아가도 처벌할 수가 없습니다.
이러다 보니, 문어 같은 건 다이버들이 마음대로 잡아가고, 어민들이 키우는 수산물도 감시를 피해 몰래 캐 가기 일쑤입니다.
잡힐 경우 천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지만, 지난해 경북해안에서 단속된 건수는 13건, 23명에 불과합니다.
[최익로/포항 대보 2·3리 어촌계장]
"불법이라는 것은 자기들도 알기 때문에 해삼이나 전복은 딱 숨겨놓았다가, 새벽에 와서 아무도 없을 때 모르게 차를 대놓고 훔쳐서 도망가 버려요."
이 문제로 어촌마다 골머리를 앓은지 십수년.
결국 일부 마을어장을 수중레저 금지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한 법률 개정안까지 발의됐습니다.
[박명재 국회의원/포항 남구·울릉]
"필요한 경우에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마을어장구역 내에서 일정한 수중활동을 금지하도록 그 근거를 마련하는 데 뜻이 있습니다."
바다에는 주인이 없고, 건전한 레저활동은 보장돼야 하겠지만, 어민들의 생업을 침해하고 어자원의 씨를 말리는 행위까지 허용돼야 하는지 의문입니다.
MBC뉴스 이규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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