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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뉴스] 해외서 성폭행, 현지영사에게 도움 요청했더니…"오히려 2차 피해"

[당신뉴스] 해외서 성폭행, 현지영사에게 도움 요청했더니…"오히려 2차 피해"
입력 2019-03-29 19:52 | 수정 2019-03-29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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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시청자의 소중한 제보로 만드는 <당신뉴스> 시간입니다.

    해외에 나가면 이런 문자 메시지를 받습니다.

    '해외 위급상황 시 영사 콜센터에서, 필요한 안내를 받으세요.'

    이런 문자를 받으면 어느 정도 불안했던 마음이 놓이죠.

    그런데, 막상 해외 영사에게 연락을 해도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해외에서 성폭행을 당한 대학생이 현지 경찰영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는데, 오히려 이 영사에게 2차 피해를 당했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양소연 기자가 만나 봤습니다.

    ◀ 리포트 ▶

    23살 대학생 김 모 씨의 고통스런 기억은 지난해 8월, 터키 이스탄불의 한 술집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외국인들 틈에 서 있는 한국 여성.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숙소 주인인 터키 남성이, "김 씨를 숙소 앞에서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며 반강제적으로 술집에 데려온 겁니다.

    그리고 집요하게 술을 권했습니다.

    내키지 않았던 김 씨는 인사치레로 한 두 잔을 마셨습니다.

    갑자기 정신이 혼미해진 김 씨는 술에 무언가 들어 있던 것 같다는 생각을 했지만 곧 정신을 잃었습니다.

    몇 시간 뒤 정신이 깨어났을 땐 숙소 안이었고, 숙소 주인 터키 남성이 자신을 성폭행하는 중이었습니다.

    [김 모 씨/피해여성]
    "(옷을) 벗기지 말라고 계속 소리를 쳤는데 이상하게 제가 전혀 몸이 움직이지 않았고, 성폭행 중간에 제가 다시 의식을 잃었어요."

    다음 날 김 씨는 숙소 주인이 외출한 사이 도망쳐 나와 터키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성폭행의 증거가 될 유전자와 혈액 검사를 받은 김 씨는 이틀 뒤 서둘러 한국에 돌아왔습니다.

    이때 김 씨는 성폭행의 충격과 두려움으로 미처 우리 대사관에 피해 신고를 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김 모 씨/피해여성]
    "처음에 제가 아침에 의식이 들었을 때 내가 강간을 당한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고 너무 생각할 게 많아서 대사관에 연락을 할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한국에 돌아와 정신과 상담을 받던 김 씨는 터키 경찰로부터 남성 두 명의 유전자가 검출됐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정신을 잃고 쓰러졌을 때 숙소 주인의 친구까지 자신을 성폭행했던 사실이 새로 드러난 겁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김 씨는 고통에 시달렸습니다.

    하지만, 김 씨를 더 힘들 게 한 건 터키 이스탄불 주재 한국영사관에 근무하던 경찰 영사의 태도였습니다.

    가해자들에 대한 수사상황이 궁금해 이스탄불 주재 해경출신 조 모 경찰영사에게 연락을 했던 김씨.

    그런데 조 영사의 답변은 귀를 의심하게 했습니다.

    [김 모 씨/피해여성]
    "(조 영사가) '그 범인이 (성폭행하는 걸) 눈으로 보셨냐?'라고…너무 당황했고, 확인을 못 했다고 (그랬더니) '왜 그걸 기억 못 하시느냐?'고 언성을 높였고…"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현지 경찰서를 방문했다던 조 영사는 김 씨에게 카톡으로 숙소 주인의 사진을 보내면서, "이 사람이 누구냐"고 되물었습니다.

    범인이 누군지도 알지 못했던 겁니다.

    그 사이 성폭행을 한 터키남성은 구속 심사에서 풀려났습니다.

    그러자 조 영사는 현지 변호사를 선임하라고 했습니다.

    [김 모 씨/피해여성]
    "(조 영사가)'다른 나라 외교관이 터키 현지법에 관여를 할 수 없다. 그래서 일을 처리하고 싶으시면 외교관이 아니라 현지 변호사를 고용해야 된다'라고…"

    그러면서 변호사 명단을 보내줬는데, 터키어가 잔뜩 적힌 변호사 목록이었습니다.

    [김 모 씨/피해여성]
    "여자인지 남자인지도 몰랐고, 전화번호랑 터키어로 써 있는 이름 그게 전부였어요."

    영사를 믿을 수 없게 된 김 씨는 현지 변호사를 직접 알아보고 3천만 원의 수임료를 지불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터키로 날아가 통역을 써가며 수사 당국에 직접 재진술을 해야 했습니다.

    김 씨에게 충격적인 사건을 들은 취재진은 성폭행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했던 조 모 영사에게 해명을 듣기 위해 연락했습니다.

    조 영사는 4년 간의 임기를 마치고 원 근무지로 복귀한 상태였습니다.

    취재진을 만난 조 영사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조 모 경감/전 이스탄불 영사]
    "어제 한 것도 다 기억이 나시나요? 지금 거의 반년이 지났는데 명확하게 설명을 하라고 하면 당황스러운데요."

    그러면서 뭘 잘못했냐며 되묻기까지 했습니다.

    [조 모 경감/ 전 이스탄불 영사]
    "제가 뭘 잘못했죠? 제가 사건을 그거 한 가지만 처리한 것도 아니고. 영사 조력하는 과정에서 실망했다면 정말 저는 혼나겠습니다."

    해외에서 범죄 피해를 입은 국민에게 수사 상황과 재판 절차를 안내하는 것은 영사의 당연한 의무지만 법적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이행하지 않더라도 제재할 방법이 없습니다.

    김 씨는 영사의 도움 없이 터키에서 나 홀로 법정투쟁을 벌여 숙소 주인 등 피의자 2명을 구속시켰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이 너무 고통스러웠기에 다시는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김 모 씨/피해여성]
    "이 문제 저만 분명히 당한 게 아닐 텐데 매뉴얼조차 없고, 피해자에 대한 외교관의 인권 교육조차 제대로 안 되어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고."

    MBC뉴스 양소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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