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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간다] 평화의 댐 '뻥' 뚫은 작가들…"목숨 걸고 매달렸는데"

[바로간다] 평화의 댐 '뻥' 뚫은 작가들…"목숨 걸고 매달렸는데"
입력 2019-03-29 20:06 | 수정 2019-04-01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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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

    바로간다, 인권사회팀 조희형 기자입니다.

    지금 제 뒤로 댐이 보이시죠.

    바로 평화의 댐입니다.

    높이 125m의 저 커다란 댐에 그려진 벽화가 보입니다.

    스무 명의 작가들이 석 달 동안 밧줄에 매달려 목숨을 걸고 그렸다고 하는데요.

    지난해엔 세계 최대 트릭 아트로 기네스까지 올랐습니다.

    그런데 당시 작가들, 아직까지도 제대로 된 인건비를 받지 못해서 소송에 들어갔다고 하는데요.

    어찌된 일인지 바로 가보겠습니다.

    ◀ 리포트 ▶

    높이 125미터, 폭 6백 미터 거대한 콘크리트 댐에 터널이 뚫린 듯, 그 너머로 산과 호수가 펼쳐집니다.

    자세히 보면 착시 현상일 뿐 댐에 그려진 초대형 벽화입니다.

    이른바 '트릭 아트'의 일종인데, 작년 9월 '평화의 댐' 벽면에 '통일로 나가는 문'을 주제로 완성됐습니다.

    이 벽화엔 증강현실, AR 효과도 도입됐습니다.

    스마트폰에서 앱을 실행해 들여다보면, 꽃잎이 화려하게 흩날리고, 분단을 상징하는 장갑차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이 벽화 작업은 작년 7월 말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113년 만의 폭염이라던 지난해 뙤약볕 아래 전문 작가들이 밧줄을 몸에 묶은 채 석 달 가까이 위험을 무릅쓰고 그렸습니다.

    [김 모 씨/벽화 경력 12년]
    "바람이 불면 로프(밧줄)타는 사람한테 위험할 수 있고 바람이 없으면 복사열 때문에 덥고…"

    그런데, 이 작가들 중의 일부는 여태 인건비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김 모 씨]
    "(인건비를) 일부 받았고요. 일부 못받은 것도 있습니다."

    미술을 전공한 김 씨는 12년간 벽화 제작을 해오다 2017년부터 '평화의 댐' 벽화 준비에 참여했습니다.

    실제 작업은 미술계 선후배와 동료 6명이 함께 했습니다.

    일을 맡긴 벽화 설치 업체가 '작업을 서둘러 달라'고 재촉해서 계약서도 없이 벽화 제작을 시작했습니다.

    [김 모 씨]
    "갑자기 또 7월 31일에 들어오라 그래서…일단 작업부터 먼저 들어가고…"

    하지만, 작년 9월 초 업체 측에선 갑자기 작업에서 '철수하라'고 통보했습니다.

    사실상 계약 해지였습니다.

    [조 모 씨/벽화 작업 작가]
    "우리는 아주 잘되고 있다고 다들 그렇게 얘기하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어느날 갑자기 그냥 빠지라고 하니까 저희는 어이가 없는 거죠."

    김 씨는 억울했지만 일단 못 받은 인건비와 경비를 작가들에게 제대로 계산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이때부터 갈등이 커졌습니다.

    김 씨의 작업팀은 인건비를 비롯해 벽화를 디자인했던 비용과 숙식을 포함한 각종 경비 등으로 7천만 원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업체가 실제 지급한 금액은 4천5백만 원뿐입니다.

    김 씨를 포함한 작가 3명에겐 전액을 지급하진 않았습니다.

    중재를 통해 벽화 업체는 작가들에게 디자인 비용과 경비 등으로 4천만 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했지만, 여태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취재진은 이 벽화 업체의 실제 공사비 규모를 살펴봤습니다.

    평화의 댐 벽화 사업을 추진한 건 수자원공사입니다.

    총공사비는 13억 4천만 원인데, 전체 공사를 맡은 대림건설이 벽화 사업을 이 업체에 의뢰했던 겁니다.

    이 벽화 업체는 공사 비용으로 7억 원을 받아갔습니다.

    취재진이 이 벽화 업체를 직접 찾아갔습니다.

    업체 대표는 평화의 댐 벽화를 주요 경력으로 내세워 다른 지역에서도 벽화 사업을 확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홈페이지에선 '벽화와 트릭 아트 전문'이라고 소개했지만, 본인은 정작 그림 전문가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벽화 업체 대표]
    "(제가) 그림 전공은 아니잖아요. 안동에서 (관련) 일을 했었어요."

    박 씨는 해당 작가들과 소송이 진행 중이라 비용을 모두 지급할 수 없다면서, 다만 최소한의 인건비 정도만 일부 내줄 용의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벽화 업체 대표]
    "이 (인건비) 차액 만큼이라도 내가 당장 줘야 한다면 줄 용의는 있어요."

    벽화 작가 김 씨의 억울함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김 씨는 완성된 평화의 댐 벽화의 증강현실, AR 작품을 뒤늦게 확인하고 다시 한번 놀랐습니다.

    김 씨가 직접 디자인해 제안했던 AR 디자인을 알리지도 않은 채 고스란히 도용했기 때문입니다.

    실제 김 씨가 구상했던 꽃잎과 등, 태극을 상징하는 문양까지 실제 AR에 똑같이 쓰였습니다.

    [김 모 씨/작가]
    "(증강현실 디자인) 쓸 거라 얘기를 안 했고 (AR업체가) 알아서 할 거다 하고 얘기를 하고 끝냈습니다."

    김 씨의 디자인을 가져다 쓴 AR업체는 AR 작업 비용으로 대림건설로부터 2억 원을 받아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당 AR업체 대표는 "연락이 닿지 않아 AR 디자인의 사용 사실을 알리지 못했다"면서 "적절한 비용을 지불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수자원공사가 평화의 댐에 벽화를 입히고 새롭게 단장한 건 과거의 오명을 벗기 위해서입니다.

    과거 평화의 댐은 전두환 정권 시절, 북한의 수공을 막을 댐을 짓겠다며 국민성금 639억 원을 걷어간, 대국민 사기극의 상징이었습니다.

    우리는 기네스북에 남을 웅장한 벽화를 갖게 됐지만 막상 땀 흘린 작가들에겐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남게 됐습니다.

    바로 간다, 조희형입니다.

    ※ 이 기사는 정의당 이정미 의원실의 협조로 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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