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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초 빨리 가려고 30년 된 나무를 베나요?"

"27초 빨리 가려고 30년 된 나무를 베나요?"
입력 2019-03-31 20:20 | 수정 2019-03-31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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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지금 보이는 울창한 숲길, 바로 제주의 명소 중 하나인 비자림로인데요.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 꼽히기도 했죠.

    그런데 작년에 4차선 도로 확장을 위해, 나무 수백그루를 배어내면서 논란이 됐고, 비난 여론에 부딪혀 공사가 중단됐다가 7개월 만에 다시 재개되면서 또 다시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김항섭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울창한 삼나무 숲이 늘어서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비자림로.

    길을 따라 가다 보면, 갑자기 바리캉으로 머리를 밀다 만 듯한 지점이 나옵니다.

    지난해 6월, 왕복 2차선인 이 도로를 4차선으로 확장하는 공사가 시작되면서 30년된 삼나무 9백여 그루가 벌목된 겁니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제주도는 두 달 만에 공사를 중단했지만, 지난주, 벌목을 재개했습니다.

    제주도는 삼나무 훼손을 최소화하는 개선안을 마련하고 비자림로 확장공사를 다시 시작했는데요.

    오는 2021년 6월까지 공사를 마칠 계획입니다.

    공사에 반대하는 시민들은 현장에 오두막을 설치하고 24시간 감시에 들어갔습니다.

    [엄문희/시민활동가]
    "우리는 공사현장의 무수한 생명체의 울음을 기록할 것이다. 어떻게 제주를 망쳐가는지 낱낱이 알릴 것이다."

    제주도는 비자림로의 통행량이 늘어 주민들의 불편이 크다고 말합니다.

    [이양문/제주도 도시건설국장(지난 18일)]
    "(비자림로 교통량) 조사 결과 (하루) 1만 4천400대로 확인이 돼서, 확장이 시급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1월부터 3개월 동안 비자림로의 하루 평균 통행속도는 매일 시속 50km를 넘은 것으로 기록됐습니다.

    또, 4차선으로 늘린다 해도 확장구간이 3km 정도여서, 실제 단축되는 시간은 이삼십초에 불과하다는게 시민단체의 주장입니다.

    [김순애/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모임]
    "4차선으로 (도로를) 확장하면 최고 속도가 70km가 되는데 단순히 수학적으로 제가 계산했을 때 (차량 통과 시간이) 27초 정도 속도가 단축되는 걸로 나왔어요."

    제주도 측은, 다양한 면을 고려해 확장을 결정한 거라고 반박합니다.

    [제주도 관계자]
    "단순하게 흐름이 정체가 되지 않는다고 해서 괜찮은 도로다, 이렇게 표현하는 것은 잘못된 거죠. 밀리지 않아도 구조적으로 사고가 많이 나는 지점들이 있지 않습니까. 여기(비자림로)도 이런 상태이기 때문에…"

    논란은 더 있습니다.

    제주도는 공사를 재개하는 대신 설계를 변경해, 우회 도로를 만들고 도로 폭도 줄이면서, 벌채 면적을 애초의 절반으로 줄였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나무 밀집 구간은 그대로 포함돼 있어, 원래 베기로 한 2천 4백여 그루 가운데 90%는 여전히 벌목 대상이라고 반발합니다.

    [김정도/제주환경운동연합 팀장]
    "실질적으로 나무 벌채 수나 전체 공사 규모는 늘어난 것으로 보이고요. 또 이것이 제2공항 연계 도로까지 연결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지기 때문에 인근의 환경파괴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천혜의 풍광으로 관광객들을 유혹하는 제주도.

    주민 편의냐, 자연 보존이냐 비자림로를 둘러싼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입니다.

    MBC뉴스 김항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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