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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보다 많은 염소…'사이렌'과 함께 "잡아라"

주민보다 많은 염소…'사이렌'과 함께 "잡아라"
입력 2019-03-31 20:23 | 수정 2019-03-31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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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서해에 있는 2천여 개 섬들 중 '풍도'라는 작은 섬이 있습니다.

    이 섬에선 봄이 오면 주민들이 다같이 나서서 '염소몰이'를 한다고 합니다.

    섬 곳곳에 놓아 기른 염소가 너무 많이 늘어나서 개체수를 조절하려는 건데요.

    봄을 맞은 풍도의 염소몰이 현장, 이기주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 리포트 ▶

    대부도에서 바닷길로 24km.

    배를 타고 1시간 30분을 가야 닿을 수 있는 서해의 조용한 섬 '풍도'입니다.

    주민이라고 해봐야 1백명 남짓.

    그런데, 풍도에는 사람 숫자보다 더 많은 염소가 살고 있습니다.

    섬 곳곳에 흩어져 사는 염소는 대략 150여 마리.

    섬 주민들이 20여년 전부터 방목해 길렀는데, 번식력이 워낙 좋다 보니 해마다 잡아들인 게 이 정도입니다.

    조용한 풍도에 때 아닌 사이렌과 사람들의 고함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봄을 맞아 염소 몰이가 시작된 겁니다.

    [민영일/풍도 통장]
    "야생에서 키우다 보니 (염소) 개체수 조절이 잘 안 됩니다. 부득이하게 농사에 지장도 되고 그래서…"

    민첩한 염소를 잡으려면 겨우내 긴털이 자라 몸이 둔해진 이때를 노려야 합니다.

    그런데 어째 시작부터 좌충우돌.

    일흔 넘은 노인들이 그물을 둘러메고, 쏜살같이 달리는 염소를 따라잡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어우 힘들어."

    염소가 뛰어내려간 가파른 산비탈을 곧바로 따라가는 건 역부족.

    기껏 따라 붙어도 야속한 염소는 금세 방향을 틀어 다시 산 위로 올라가 버립니다.

    "산 위로 가면 안 된다고!"

    물을 싫어하는 염소의 특성을 감안해 바닷가에 그물을 치고 줄로 꽁꽁 묶은 뒤 기다려보지만, 염소가 워낙 빠른데다 주민들끼리 손발도 잘 맞지 않아 허탕을 치기 일쑤입니다.

    그물을 피해 도망가는 염소를 그저 허탈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안 들어갔어. 안 들어갔어. 거기, 거기 뒤에 뒤에."

    그나마 사흘에 걸친 염소몰이 끝에 20여 마리를 그물에 몰아 넣는 데 성공.

    섬사람들은 이 염소들 중 일부는 약용으로 내다팔아 수입을 얻습니다.

    [최종인/안산 시화호지킴이]
    "봄이 왔다는 소식을 첫번째로 알리는 게 염소몰이입니다. 그래서 그 시기를 선택해서 풍도는 염소몰이가 딱 따뜻한 날을 선택해서 몰이해서 잡고 있습니다."

    겨우내 움츠린 몸을 추스리고 따뜻한 햇살 속에 염소를 따라 달리는 풍도 어르신들.

    올해 염소몰이와 함께 작은섬 풍도에도 어김없이 봄이 찾아왔습니다.

    MBC뉴스 이기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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