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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복지' 백태①] 백일상에 목욕쿠폰.."이거 다 받아도 되나"

[지자체 '복지' 백태①] 백일상에 목욕쿠폰.."이거 다 받아도 되나"
입력 2019-04-01 20:08 | 수정 2019-04-01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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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저출산과 고령화, 여기에 청년 실업까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지자체들은 머리를 싸매며 다양한 복지정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충남 아산과 전남 영광을 비롯한 여러 지자체들이 수억, 수십억을 들여서 어르신들 목욕이나 이발소 가는 돈을 지원하고 있고요.

    장수지팡이를 사주는 곳도 있었습니다.

    또 아이들 출산기념품은 기본이고, 영양제에 백일상, 돌상까지 차려 주는 곳도 있었고요.

    심지어 청년들에겐 책 여섯권만 빌려도 2만원씩 상품권을 주는 지자체도 생겼습니다.

    저희가 지난 3년 동안 전국 지자체들이 보건복지부와 협의한 복지 정책 2천 4백여 건을 단독 입수해서 살펴봤는데요.

    얼마나 실효성 있는 대책들이 있었는지, 먼저, 남재현 기자의 보도 함께 보시겠습니다.

    ◀ 리포트 ▶

    온천의 도시로 불리는 충남 아산.

    이런 특성을 살려 아산시는 재산과 소득에 상관없이 65세 이상 노인이라면 누구에게나 한 해 7만원 상당의 목욕·이미용권 쿠폰을 줍니다.

    3만 8천 여명, 전체 인구의 12%인데 23억 원의 예산이 듭니다.

    [전병관/아산시 경로장애인과장]
    "어르신이라는 것 자체만으로도 취약계층이고 어려움이 상당히 많다, 그런 취지이고 65세 이상 어르신 누구에게 드리는 게 맞다고 저희는 생각합니다."

    물론 준다는데 마다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런데 동네 어르신들께 물어보면 이런 것까지 받아도 되나라는 마음이 든다고 말합니다.

    [최숙자]
    "요새는 뭐든지 다 해준다고 하니까. 그래서 이러다가 (재정이) 거덜 나는 거 아닌가 싶어서…"

    [아산시 거주 노인]
    "주니까 가져오는 거지. 안 주면 왜 안 주냐고 따질 사람 아무도 없어"

    아산시는 목포의 목욕지원 사업을 벤치마킹했는데, 전남 신안군도 낙도 주민이면 3살 이상 아이들에게까지 한 해 12만 원.

    충남 청양군도 70세 이상 노인에게 7억 7천만원을 들여 목욕·이미용권을 지급하는 등 비슷한 사업이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출산 정책은 이미 2천개가 넘었는데도 계속 새로운 것들이 추가되고 있습니다.

    충남 예산은 올해부터 아이가 태어나면 15만 원 상당의 아이 손, 발을 찍은 기념 액자를 주고, 전북 익산은 백일과 돌상 대여비를 지원합니다.

    임산부 교통비를 30만원 까지 지원하는 곳도 있고 난임부부에게 100만원 상당의 한약값을 주기도 합니다.

    임산부에게 엽산제를 챙겨주는 곳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출산 기념우표나 인터넷 작명 서비스, 태교 음악 CD까지 주겠다는 지자체가 있었는데 선거법 위반소지와 의회 반대에 막혀 무산되기도 했습니다.

    [김보경/대구 달성군 의원]
    "CD 재생기까지 같이 줄 것이냐. 이런 여러가지 논란이 있다가 결국은 문제를 좀 지적해서 예산 편성이 안되었던 사업입니다"

    청년 구직자들에게 정장을 대여해 주거나 면접 교통비를 지원하고 건강검진을 지원하고, 한달에 30만원에서 50만 원씩 청년 수당을 주는 곳도 속속 생겨나고 있습니다.

    6권의 책을 빌리는 청년에겐 2만원짜리 상품권을 주겠다는 곳까지 등장했습니다.

    3년 전과 비교해보니 지난해 지자체가 내놓는 복지정책 수는 40% 넘게 늘었습니다.

    [김상철/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
    "엽산이 없어서 아이를 못낳는 사람은 없습니다. (복지) 개수는 많이 늘어났지만 과연 복지국가의 철학을 담고 있는 복지 정책이 존재하는가 라는 질문을 좀 진지하게 던져봐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또 단발적인 현금 지원에 치우쳐 갈수록 재정부담만 커질거란 우려도 큽니다.

    실제 지난해 새로 생기거나 변경된 복지정책 가운데 현금이나 현물로 주는 복지가 전체의 70%를 넘었습니다.

    MBC뉴스 남재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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