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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둘 떠나시는데…기록도 자료도 없다

하나 둘 떠나시는데…기록도 자료도 없다
입력 2019-04-03 20:13 | 수정 2019-04-03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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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2차 대전 당시 독일에 점령당한 그리스에선 대규모 양민 학살이 자행됐고 삶의 터전도 대부분 파괴됐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독일은 그리스에 대한 배상을 이미 다 했다고 주장했지만 그리스는 "무슨 소리냐"며 당시 피해 규모에 맞게 300조 원 이상 배상하라고 지금껏 외치고 있습니다.

    그 근거로 40만 페이지에 달하는 정부 차원의 보고서를 만들었습니다.

    그럼 우리는 어떨까요?

    위안부 문제를 두고 일본은 사죄는 커녕, 이게 왜 범죄냐며 외면하고 있지만 우리는 지금껏 정부 차원에서 제대로된 실태 조사 한번 없었습니다.

    문소현 기자입니다.

    ◀ 리포트 ▶

    맨발로 힘겹게 서 있는 만삭의 임산부.

    위안부의 존재를 증명하는 몇 안되는 사진 중 하나입니다.

    그동안 복사본으로만 봐 왔었는데, 서울대 연구팀이 미국에서 실물을 발굴해 지난 달 일반에 공개했습니다.

    [곽귀병/서울대 정진성 연구팀 연구원]
    "피해자들의 증언을 좀 더 풍부하게 만드는 작업들도 계속 진행해 나가야 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자료들을 축적하고 모으는 과정들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정부가 추정하는 '위안부 자료'는 8만 2천여건에 달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언론에 나온 할머니들의 증언이나 영화, 소설 등의 목록을 정리한 수준에 불과합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
    "민간단체라든지 기존의 시민단체 쪽에서 증언을 확보해 놓으신 그런 자료들을...별도로 (정부) 사업 자체로 (피해자) 증언을 딴 거는 없구요."

    그런데 이런 자료들마저 제대로 모으고 분석할 기관조차 없습니다.

    지난해 8월 정부 산하의 첫 위안부 연구소가 출범했지만, 여가부 산하기관의 위탁 사업이라는 위상 문제와 독립성, 조사 권한 등의 문제가 불거져 파행을 겪고 있습니다.

    [강성현/성공회대 교수]
    "강력한 조사권한을 (위안부) 연구소가 혹은 센터가 가져야되요. (다른 기관들이) 협조를 안합니다. 왜냐하면 밥그릇이고 어떤 부분은 예민하기 때문에...

    연구의 독립성이 중요한 이유는 정권이 바뀌어도 진실규명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미국내 위안부 자료 발굴에 나선 서울대 연구팀은 박근혜 정부 시절 '한일 합의'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올라 정부의 연구비 지원을 받지 못했습니다.

    반면 일본 외무성은 최근 역사 전쟁에 대비한 사료전문가를 선발하는 등 대응 체계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이나영/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할머니들께서 돌아가시고 계시고 우리가 곧 몇년 안에 포스트 피해자 시대가 올 것 같은데, 한국 정부는 사실은 거의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수준이라고 볼 수 있고요."

    파편화되고 흩어진 기억과 기록을 모으는 과정을 통해 위안부 문제를 지금 우리의, 또 미래 세대의 기억으로 만드는 작업이 시급합니다.

    MBC뉴스 문소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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