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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간다] "카지노서 일해도 좋다…학교 등록만 해다오"

[바로간다] "카지노서 일해도 좋다…학교 등록만 해다오"
입력 2019-04-08 20:22 | 수정 2019-10-07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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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

    인권 사회팀 김세로 기잡니다.

    이른바 <김영란법> 이후에 대학마다 학사관리가 철저해졌습니다.

    수업 일수를 채우지 못하면 학점이 주지 않는건 물론이고, 만약 학점을 줬다가 적발되면 교수도 학생도 처벌을 피할 수가 없는데요.

    인천의 한 대학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학교에 나오지도 않는 학생들에게 학점을 줬다가 들통나자, 교수가 사비를 털어 등록금까지 되돌려 줬다고 하는데요.

    무슨 일인지, 바로 가 보겠습니다.

    ◀ 영상 ▶

    인천에 있는 경인여자대학교입니다.

    2년제 대학인 이 학교는 <전공심화과정>이라는 걸 운영하고 있습니다.

    2년 과정을 마친 학생이 일년에 5백만원씩 등록금을 내고 2년 동안 수업을 더 들으면, 4년제 학사 학위를 주는 제돕니다.

    그런데 이 학교는 최근 <전공심화과정>을 듣고 있는 학생 3명의 성적을 취소했습니다.

    수업은 안 듣고, 제주도 카지노에 취직해 일하고 있었다는 게 그 이유였습니다.

    [카지노 관계자]
    "(학생들이) 11월 중에 들어온걸로 알고있어요. 공채로 채용했어요, 그때 당시에 신입 경력을 9월달부터 대거 채용을 했거든요."

    수업 빠지고 제주도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면 분명 학생들이 잘못한 건데 어찌된 일인지 교수가 제주도까지 내려가 학생들에게 등록금을 돌려 줬습니다.

    [경인여대 교수]
    "걔네들이 못 올라온다고 그랬어요, 일 때문에. 그래서 제가 일 끝나고 만날 수 있는 게 아침 8시 반밖에 안됐어요."

    그런데 더 이상한 건 이 교수가 자기 개인돈을 썼다는 것입니다.

    학생들은 분명 학교에 등록금을 냈는데, 이 교수는 사비를 털어 학생들에게 등록금에 해당하는 돈을 돌려줬습니다.

    해당 교수는 자식같은 학생들이 어렵게 일하는 게 안쓰러워 돈을 준 거라고 말했습니다.

    [경인여대 교수]
    "학생들은 저희의 직접 제자이지 않습니까. 그러다보니까 그 아이들 사정을 잘 알죠. 어렵게 일을 해서…"

    학생들의 잘못을 알고도 사비를 털어 등록금을 되돌려준 교수님.

    얼핏보면 미담 기사 같습니다.

    하지만, 제주도에서 일하는 학생들에게 교수가 받아온 동의서를 보면 얘기가 180도 달라집니다.

    동의서에는 학교가 성적를 취소해도 나중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고 돼 있습니다.

    '또 이 문제로 교수님들이 처벌 받는걸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수업빼먹은 건 학생들인데, 교수와 학교측이 뭘 잘못했길래 이런 동의서까지 받은 걸까?

    취재진은 동의서를 써 준 학생들의 얘기를 듣기 위해 제주도 카지노까지 찾아갔지만 만나진 못했습니다.

    [카지노 관계자]
    "우리 쪽에서 만약 (학생들을)연결시켜주게 되면 직권남용이잖습니까. 그런 부분들이 억압적인 게 될 수 있다보니까…"

    그러던 중, 경인여대의 한 졸업생으로부터 의미있는 증언이 들어왔습니다.

    예전부터 취업한 뒤 학사학위 과정에 등록한 학생들은 수업을 듣지 않아도 꼬박꼬박 성적을 잘 받아 왔다는 것이었습니다.

    [경인여대 졸업생]
    "(수업에) 한 번도 안 나온 학생들이 학점 받아가고, 장학금 받아가고. 저는 진짜 밤낮으로 계속 공부하고 했는데 B+ 이상이 안 나오는데, 그 학생들은 A+ 받았다? 진짜 말도 안되죠."

    교수들은 왜 이렇게 엉터리로 학사 관리를 해 온 걸까.

    학교 측이 취업한 학생들을 4년제 학위과정에 많이 등록시키는 교수에게 개인 평가 점수를 잘 주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경인여대 교수]
    "입시지원율이 평균보다, 학교 평균보다 언더다(아래다) 그럼 0점이에요. 평가 점수에서 완전히 0점이 나오면 재임용도 불가능할 정도가 돼요."

    그럼 학교 측은 왜 교수들을 동원해 취업학생들을 학위과정에 등록시키는걸까?

    교수들은 학교측이 졸업생들의 취업률 통계수치를 올리기 위해 취업한 학생들을 학위과정에 등록시키도록 종용했다고 주장합니다.

    [경인여대 교수]
    "전공 심화 과정, 이거를 학생들한테 입학하라고 그걸 학과장들이 보통 많이 해요. 학교에서 또 스트레스도 굉장히 많이 주고…"

    또 학교측 입장에선 손쉽게 등록금 수익을 올릴 수도 있습니다.

    취업한 학생들 입장에선 수업 안들어도 학점이 나오고 교수들은 평가 잘 받고 학교는 취업률이 올라갔다고 외부에 선전하며 돈도 버는 구좁니다.

    암묵적인 관행은 경찰에 신고가 접수되면서 알려지게 됐습니다.

    학교측은 교수들의 개인 비리일 뿐 학교는 관련이 없으며, 자체 감사로 문제교수들을 적발해 징계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교수들 이야기는 다릅니다.

    [경인여대 교수]
    "학과장이 (성적) 주라는 말을 안 하는데 교수들이 어떻게 줘요…"

    해당 교수들을 업무방해 혐의로 수사중인 경찰은 엉터리 학사관리에 학교측의 조직적인 지시가 있었는지 조사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세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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