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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마지막 고비 '치매'…결국엔 '부부'만 남더라

생의 마지막 고비 '치매'…결국엔 '부부'만 남더라
입력 2019-04-08 20:28 | 수정 2019-04-08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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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노부부가 함께 치매에 걸린 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얼마 전 개봉했습니다.

    관객들 반응을 먼저 들어보시죠.

    [유영섭/영화 '로망' 관객]
    "그걸(치매를) 깊이 있게 생각해봐야겠어요. 이제까지는 그런 거 전혀 생각 안 해봤는데 나도 때가 된 거 같고…"

    [이세훈/영화 '로망' 관객]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봤어요. 근데 저라고 예외일 수가 없는 거니깐 거기에 대한 대처를 지금이나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국내 치매 환자는 70만 명, 65세 이상 노인 열 명 중 한 명꼴인데요.

    5년 뒤에는 백만 명, 20년 뒤에는 2백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만큼 치매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라 나 또는 내 가족의 일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 겁니다.

    그럼 치매 환자를 누가 돌봐줘야 할까요?

    한 조사를 봤더니 자식한테 기대는 게 아니라 배우자가 39%로 가장 많았습니다.

    그럼 영화가 아니라 현실에서 치매에 걸린 노부부의 일상은 어떨까요.

    임상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73살 주동안 씨는 두 살 아래의 아내와 단둘이 삽니다.

    중증 치매에 걸린 아내는 옷도 갈아입지 못하고, 식사도 혼자 못해 주 씨는 아기 키우듯 아내를 돌봅니다.

    집 안에 CCTV도 설치했습니다.

    아내가 몰래 밖으로 나가면 스마트폰으로 지켜보던 아들한테라도 즉시 연락을 받기 위해섭니다.

    [주동안/남편(73세)]
    "밤에 자다가 나가. 그리고 몽상이라고 하나…누가 왔다고 나간 적도 몇번 있어."

    남편 주 씨는 폐암과 후두암으로 큰 수술을 받았습니다.

    그런데도 병원 검진은 받지 않고 있습니다.

    "암세포는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어. 아무튼 (병원) 오라는 거 안 갔어. 내 인생은 접고 집사람만 죽을 때까지는 내가 모셔야겠다…자식도 못 모시잖아요."

    아내와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라는 남편.

    다만 돈이 걱정입니다.

    "(이것저것 연금이) 7,80만 원도 안 돼 그걸로 하려니깐…노후대책 하려고 집사람 앞으로 아파트 전세(끼고) 사놓은 거 이번에 팔았어요. 2천만 원 이상 나와서 그걸로 몇 년까지 쓸지는 모르죠."

    "식용유…김…"

    80살 김 모 씨가 아내와 함께 단어 맞추기를 합니다.

    치매가 더 심해지지 않도록 뇌에 지속적으로 자극을 주는 프로그램입니다.

    김 씨는 5년 전 기억력이 급격히 나빠져 병원을 찾았다가 치매 판정을 받았습니다.

    [김 모 씨/경증 치매 환자(80세)]
    "항상 어디를 가도 자신만만했는데 그런 얘기(치매판정)가 딱 들리면서 '아, 나한테도 이제 올 때가 왔구나…'"

    김 씨는 일주일에 두 번씩 카페에서 일하며 치매 재활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남편을 기다릴 때마다 아내는 늘 조마조마합니다.

    [최 모 씨/아내]
    "공원을 혼자 가셨는데 돌아올 시간이 3시간이 지나도 안 들어오셨어요. 그날따라 마침 핸드폰을 안 들고 나갔습니다. 집으로 오신다는 게 반대쪽으로 가버렸어요. 길을…"

    하지만 처음 '치매'라고 했을 때 들었던 생각만큼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지금은 그냥 미래가 막연할 뿐입니다.

    "불편하고 못살겠다 그런 건 없어요. 걱정되는 게 있죠. 이 치매라는 병은 점점 나이가 들수록 더 나빠진다고 알고 있잖아요."

    MBC뉴스 임상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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