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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악시하며 뒤에선 '지속'…66년간 여성 죄만 물어

죄악시하며 뒤에선 '지속'…66년간 여성 죄만 물어
입력 2019-04-11 21:03 | 수정 2019-04-11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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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팽팽한 입장차와 격한 논란을 가져온 낙태죄 폐지 문제, 이에 대한 각자의 입장을 거두고 한발 떨어져서 냉정하게 되돌아보면, 그동안 국가가 여성들을 어떻게 대해 왔고 또 여성들이 어떤 처지에 놓여 있었는지, 하나둘 드러납니다.

    지난 66년 동안 죄악시 했던 낙태, 그 이면의 의미를 문소현 사회정책 팀장이 전해드립니다.

    ◀ 리포트 ▶

    1986년, 미혼 여성의 낙태 수술 허용 범위를 넓혀주자는 논의가 잠시 이뤄집니다.

    당시 방영된 TV 토론회,

    [방청객]
    ("따님이 결혼하기 전에 임신을 했다고 했을 때 어떻게 하시겠어요?")
    "결혼을 해가지고 그 아이를 낳아야 하겠죠."

    [방청객]
    "취직을 못 한다든가 또 직장에서 내쫒는다든가, 그런 사람은 다시 다른 사람한테 시집을 가면 안 되죠. 얼마나 부정합니까."

    낙태에 찬성하는 주장 역시 도덕적으로 잘못됐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방청객]
    "이런 생명들은 저주받은 생명...악의 씨앗이 아니냐. 애초에 이런 것은 아픔을 감수하고 중단을 시키는 것이…"

    우리나라는 형법이 제정된 1953년부터 낙태를 범죄로 규정했습니다.

    일제 강점기 낙태죄를 그대로 도입했음에도, 6.25 전쟁 후 적어도 인구가 4천만 이상은 되어야 한다는 국가주의적 주장을 넘어서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정부가 20여 년이 지나자 스스로 태도를 바꿉니다.

    낙태를 은밀히 허용해 당시 4%가 넘었던 출산율을 낮춰 경제 발전을 이루려 한 것입니다.

    "알맞게 낳아서 훌륭하게 키우자"

    심지어 월경조절술이란 이름으로 정부가 170여만 건의 조기 낙태 수술을 실시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김홍신/국회의원 (2001년 8월)]
    "(정부가) 낙태를 권장했고, 그 경비를 국가가 지불했다는 사실이죠."

    불법인데도 뒤에서 정부가 권장하는 기형적 상황, 낙태는 산업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은밀하지만 공공연하게 이뤄졌습니다.

    [산부인과 의사 (1994.10.19 뉴스데스크)]
    "(인공) 유산하는 건 돈 벌려고 하는 거에요. 수가가 낮아서 하는게 아니에요."

    정부의 이중적인 태도로 여성의 건강권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고 낙태를 줄이기 위한 사후응급피임약 도입조차 논란이 됐습니다.

    [박상은/낙태반대연합]
    "인간 배아를 배출시키는 역할을 하거든요. 이걸 사후 피임약이라고 말할 수가 없고, 조기 낙태약이라고 보게 된다는 거죠."

    낙태죄는 2009년 프로라이프 의사회가 낙태 수술 의사와 병원을 고발하면서 더 위력을 발휘합니다.

    낙태 수술 병원은 급감했고, 수술비는 폭등했습니다.

    "원래는 다 해줬던 걸로 아는데 요새는 단속이 너무 심해서…"

    이런 분위기에서 헌재도 2012년엔 "태아의 생명권이 인정돼야 한다"며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이중적이고 앞뒤 맞지 않는 법률은 더이상 버티기 어려웠습니다.

    사회적 인식에도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2013년 2월 <여성토론 위드>]
    "솔직히 제 딸들이 만약에 그런 상황에 (혼전 임신하면) 있다면 전 애들을 하게 할거에요. 수술을. (낙태를 찬성하신다는?) 평생 자기 가슴에 끌고 가야하잖아요."

    무엇보다 낙태가 무책임하고 문란한 여성 때문이라고 몰아가는 일방적 낙인은 더이상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성계는 이제 또 다른 시작이라고 말합니다.

    [김영순/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
    "국가가 인구학적 관점에서 여성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건강과 '재생산'의 관점에서 새롭게 준비해야 된다는 것"

    MBC뉴스 문소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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