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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미지 염규현, 조의명

[로드맨] 왜 청년들은 '지옥고'에 갇혔나

[로드맨] 왜 청년들은 '지옥고'에 갇혔나
입력 2019-04-13 20:24 | 수정 2019-04-13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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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

    길 위에 답이 있다 로드맨입니다.

    지옥고라는 말 들어보셨습니까?

    처음 들어보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청년들은 흔히 겪는 일상이기도 합니다.

    지하방 옥탑방 고시원의 줄임말인데요.

    청년들을 위한 주거 정책은 쏟아지고 있는데 왜 청년들은 주거 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까요?

    처음 온 곳은 서울에 있는 대학가에서 월세가 가장 싸다는 신림동입니다.

    공인중개사 한 분 모시고 집을 구해보겠습니다.

    [1번집]
    ("저 대학 다닐 때만 해도 일단 30만 원 정도면 그래도 괜찮은 거 구한다고 얘기 했었거든요.")
    "지금은 30만원 수준이면 저희가 맞춰드릴 수 있는 최저 스펙이에요."
    ("오자마자 지하로 내려가시네요.")
    "여기는 500에 30만원이요. 여기서 잠만 자고 왔다갔다 할 수 있는 곳이라서."
    ("이렇게 누우면…혼자 눕기엔 문제가 없네요…")
    "네, 충분해요. 여기 두 명 누워도 되죠."
    ("아. 한 번 누워봐주실…")

    [2번집]
    ("조금 넓은 데로…")
    "건물 연식을 조금 양보를 하면 돼요."
    ("아, 여기는 확실히 넓은데요. 팔 벌리고 심지어 이렇게 돌 수도 있네요…그런데 화장실에 머리가 닿네요.")
    "네. 그래서 키 170cm이상은 조금 살기가 힘들어지는."

    [3번집]
    ("30만원 대는 이 반지하 말곤 없는 겁니까?")
    "옥탑방이 하나 있어요. 주인댁 통해서 올라가는 거거든요?"
    ("와…구름이 진짜 예쁘네요…")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다. 건물이 오래 됐다 이런 단점들을 커버할 수 있는…"
    ("요새 여름엔 40도…두바이보다 더운데 한국이…")

    [4번집]
    ("여기는 단점이 없다. 그런 데 없습니까?")
    "그런 데는 조금 가격 높여가지고 봐야 되는데."
    ("CCTV도 복도에 있는 집이네요.")
    ("아이고 여기는 너무 좋네요.")
    "네, 여기는 침대를 놓거나 아니면은 옷방으로 꾸미거나."
    ("가격은?")
    "보증금 1000에 한다고 하면 75만원. 거기다가 관리비가 7만원이 있으니까 82만원이 되는군요."

    이 주거비를 감당하지 못하면 결국 이런 고시원 같은 곳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습니다.

    한번 들어가 보겠습니다.

    [고시원 학생]
    "25만 원. 한 달에."
    ("그래도 그나마 창문은 있네요.")
    "네. 찾아보고 구했어요."
    "조금 폐쇄적으로 된 게 있긴 있는 거 같아요."
    ("이를테면?")
    "저만의 공간이 어느 정도 보장 돼 있어야 바깥에서도 사회적으로 생활할 수 있긴 한데."

    서울 대학가 원룸 평균 월세, 54만 원 공부하며 벌기엔 턱없이 큰돈 평균 면적 13.5㎡ + 창문 없는 방 74% 고시원으로 내몰리는 청춘들.

    저희가 극단적인 사례를 보여드리는 걸까요?

    아닙니다.

    엄연한 현실입니다.

    서울에 사는 청년 1인 가구 셋 중 하나는 최소 주거면적에도 못 미치는 곳에서 살고 있습니다.

    월세가 높은 서울만의 일일까요?

    [지방대 원룸촌 학생]
    ("여기는 방이 꽤 넓네요? 월세가 얼마예요?")
    "월세 말고 연(年)세로 270만 원."
    ("월세가 없고?")
    "네. 1년 단위로 해서 270만 원."
    "대학생이 모아둔 돈이 있는데 그걸 한 번에 내라고 하니까 힘든 것 같아요."
    ("연세 없는 데로 가면 되잖아요.")
    "여기가 지역이 다 그렇게 받아요. 우리집 300. 우리집 270. 이런 식으로."

    학생들에겐 목돈을 마련하는 방법 외엔 선택권이 없는 셈입니다.

    [부동산 중개인]
    "개강해서 3개월 살다가 또 빠져 나가고, 또 3개월 비고, 그런 식으로 되면 집주인은 완전히 곤란해지죠."

    졸업한 뒤 사회로 나와도 단칸방 신세를 면하기는 어렵습니다.

    [30대 직장인]
    "제가 실제로 월급 실수령액 말씀드리면 157만원이 통장에 꽂혀요. 학자금 대출이라든가 식비라든가 이런 부분 감안을 하면…"
    ("돈을 벌어도 여전히 부담이라는 거군요.")
    "네, 그렇습니다."

    얼마 전 한 언론매체에서 대학생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주거비 아끼려고 어디까지 해 봤는지를 물었는데요.

    넓은 방은 당연히 제일 먼저 포기해야 겠고요.

    월세 나눠 낼 사람이 있거나, 멀더라도 통학이 가능하긴 한 경우는 그나마 형편이 낫다고 해야겠죠.

    그렇지 못하면 결국 화장실 포기, 안전과 편의시설도 포기, 나아가 기본권에 가까운 방음과 환기까지 내려놔야하고, 그러고도 여의치 않으면 결국 지하실과 옥탑방을 택한다는 거죠.

    청년들의 이런 고민, 다소 가볍게 여기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법정 최저수준에도 못 미치는 좁은 공간에 사는 걸 주거빈곤이라고 합니다.

    전체 가구 주거빈곤율을 보면 예전보다 많이 줄어들었는데, 서울에 혼자 사는 청년층의 경우만 놓고 보면 오히려 15년 전보다 더 가난해졌습니다.

    젊은 세대가 이유 없이 불만불평 하는 게 아니란 뜻이죠.

    비싼 등록금 받는 대학들이 기숙사라도 늘려주면 숨통이 트일 것 같은데, 이마저도 쉽지가 않습니다.

    제가 그 현장에 와있습니다.

    이곳은 서울의 한 대학 기숙사가 들어서기로 했던 곳인데요.

    지금은 이렇게 수풀과 나무만 무성합니다.

    인근 원룸이나 하숙집 주인들 반대로 3년째 짓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인근 하숙집주인]
    "생계가 달려있는 문제니까. 저희도 80년대부터 하숙을 계속 해왔는데 갑자기 쌩뚱맞게 우리 기숙사 지을 테니까…이렇게 이야기하면 안 돼죠."

    이 학교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 33곳의 기숙사 수용률을 조사해봤더니 평균 14% 정도였습니다.

    주민 반대로 당장 기숙사를 짓지 못한다면 다른 해결책이라도 있을까요?

    [지역상생형 기숙사 학생]
    ("안녕하세요. 여기가 지금 원룸입니까 기숙삽니까?")
    "성동구청이랑 LH공사랑 한양대학교랑 같이 협약을 맺어서 한양대학교 학생들이 여기서 머물고 지낼 수 있도록 만들어준 원룸형 기숙사라고…성적과 소득 등을 종합해서 뽑혀요."
    ("본인 성적 얘기할 때 어깨가 으쓱하네요?")
    "그렇게 좋은 성적은 아닙니다."

    [정형례/성동구청 주거정비과장]
    "(보증금 중) 2900은…LH공사에서 저리로 대출을 해줍니다. (월세는) 학생이 25만원내고 나머지는 한양대학교하고 성동구가 (지원한다.) 스물한명이 현재 혜택을 받고 있고요. 앞으로 좀 확장을 하고…"

    하지만 학교랑 지자체가 월세랑 보증금을 보태주는 구조이다보니,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란 비판도 나옵니다.

    소수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고, 정작 필요한 기숙사 건설만 늦춘다는 겁니다.

    서울시에서도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요.

    대표적인 게 올해부터 입주자 모집이 시작되는 바로 이 역세권 청년주택입니다.

    그러나 청년에게 공급하는 비율이 낮은데다, 월세도 지나치게 비싸다는 비판이 지난해부터 꾸준히 제기됐습니다.

    [안호영/더불어민주당 의원 (2018.10.22. 국정감사)]
    "85만 원까지 받는 곳이 있어서 이런 정도라면 사실상 청년들이 임대료 부담하기가 참 어렵다."

    [박원순/서울시장]
    "좀 낮출 수 있는 그런 방향을 연구하겠습니다."

    연구하겠다고 한지 6개월 가까이 지났는데요.

    개선된 점이 있는지 직접 들어가서 물어보겠습니다.

    [서울시]
    "공급 물량의 20%정도는 주변 시세의 50% 정도에서 부담가능 하게 하려고 하고 있고요. 30만 원대? 내지는 적으면 20만 원대 이렇게 공급가능하지 않을까 보고 있습니다."

    청년 입장에서는 얼마 안 되는 반값 물량 빼고는 여전히 ‘그림의 떡’인 셈입니다.

    [민달팽이 유니온]
    "청년들이 중간에 끼여 있어요. 이게 절대로 어떤 공공성을 가진 정책이 전혀 아닌 것 같은데 이름만 청년들을 위한 정책이라고 하는 것에 청년들이 '쓰이고 있는' 거다."

    결혼도 안 하고, 아이도 안 낳는 세대라고들 걱정합니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청년들이 몸 뉘일 곳 하나 제대로 찾지 못하는데, 그 다음 단계인 결혼과 육아까지 생각할 겨를이 있을까요?

    GDP는 올랐다는데 청년들만 가난해지는 나라에 미래는 없습니다.

    로드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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