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뉴스데스크
기자이미지 양효경

달고 풍성한 할머니의 밥상…"비밀은 토종 씨앗"

달고 풍성한 할머니의 밥상…"비밀은 토종 씨앗"
입력 2019-04-14 20:30 | 수정 2019-04-14 21:15
재생목록
    ◀ 앵커 ▶

    노란 당근, 삼동파, 뿔시금치…

    이름마저 생소한 토종 작물들입니다.

    최근 건강한 식재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시골 할머니들이 조금씩 간직해 온 토종 씨앗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요.

    양효경 기자가 만났습니다.

    ◀ 리포트 ▶

    60년 넘게 농사를 지은 한건우 할머니의 작은 텃밭을 찾았습니다.

    [한건우(80)]
    (이게 뭐예요? 처음 보는 건데)
    "노란 당근. 쪄서는 무치면 달디 달어."

    노란 당근은 가을에 심어 겨우내 먹습니다.

    [한건우(80)]
    "이게 월동하는 당근이야. 빨간 당근은 월동 못해. 다 썩어. 그냥 놔두면…"
    (엄청 생명력이 좋은 거네요?)
    "이게 강한 거지. 겁나게 강한 거야. 옛날 것이 모든 것이 강해. 저 시금치도 옛날 시금치야…"

    뿔시금치입니다.

    [한건우(80)]
    "이건 너무 달어. 일반 시금치는 시금치 따러 가면 안 갖고 와요. 맛 없어서…"

    파가 3단으로 자라는 삼동파도 있습니다.

    대파보다 단단하고 양파처럼 단맛이 난다고 합니다.

    부드럽고 달큰한 조선 배추까지…

    오래 전 우리 식탁에서 사라져버린 토종 작물들이 할머니의 손끝에서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네 집은 씨앗 박물관입니다.

    옛날 할머니에서 어머니로, 또 딸에게로 이어져온 수십가지 토종 씨앗들이 있습니다.

    [한건우(80)]
    "할머니들이 뭐라 그랬냐면 (씨앗을) 남겨야 또 심어서 먹고 살지. 그러니까 씨앗 망태기는 매고 죽으라고, 베고 죽으라고 했어."

    최근 할머니의 60년 내공을 배우려는 젊은 농민들의 발걸음이 늘었습니다.

    "어머니 이거 제비콩 이거는 언제 심어요? 지금쯤 심지 않아요?"
    "아니, 조금 더 이따가 심어"

    이들이 토종 작물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종자에 대한 위기의식 때문입니다.

    대기업 종묘회사에서 나오는 씨앗은 대부분 살충제가 뿌려져 나오거나 다시 열매를 맺지 못하는 1회성 상품인 현실.

    [정진영/부여군 농생태학농장 팀장]
    "종잣값이 상당히 비싸요. 외국계 종자 회사에서 들어오는 게 많다 보니까 우리 것도 종자가 있는데 굳이 사서만 해야 된다는 것도…"

    건강 주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토종 씨앗을 기록하고, 토종 작물을 찾는 사람들이 늘었습니다.

    비영리국제기구인 슬로푸드 국제본부는 전통 먹거리를 인류의 문화유산으로 규정하고 보존하는 '맛의 방주' 프로젝트를 진행중인데, 진주 앉은뱅이밀과 제주 푸른콩 등 우리 토종 먹거리 60여 가지가 등재됐습니다.

    토종 씨앗 한 알 한 알에 담긴 의미.

    할머니가 차려주신 토종 밥상은 달고 풍성했습니다.

    MBC뉴스 양효경입니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