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뉴스데스크
기자이미지 조희형

살아남은 자의 '슬픔'…"그날 이후 모든 게 달라져"

살아남은 자의 '슬픔'…"그날 이후 모든 게 달라져"
입력 2019-04-15 20:08 | 수정 2019-04-15 22:48
재생목록
    ◀ 앵커 ▶

    5년전 침몰한 세월호에서는 승객 172명이 구조됐습니다.

    참혹한 생사의 갈림길에 섰던 고통, 또 나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 이 맘때면 이런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인다고 합니다.

    그 고통의 기억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들만의 방식으로 살고있다는 세월호 생존자들을 조희형 기자가 만나 봤습니다.

    ◀ 리포트 ▶

    벚꽃이 한창인 여의도에서 장애진 씨를 만났습니다.

    5년 전, 장 씨는 세월호에 탑승한 단원고 2학년 1반의 학생이었습니다.

    장 씨는 단원고를 졸업한 뒤 대학 응급구조과에 진학해 올초에 졸업했습니다.

    [장애진/세월호 생존자]
    "도움을 받은 만큼 돌려줘야 된다고 생각도 하고, 그 직업은 초기대응을 할 수 있는 직업이기 때문에…"

    90도로 기울어진 세월호에서 가까스로 탈출했던 기억, 응급 구조 실습을 나갈 때면 그때의 상처가 되살아나기도 합니다.

    "환자 처음에 심폐소생술 하게 됐었어요. 근데 그 이후에 뭔가 그냥 떨렸다고 해야 되나. '심정지 환자입니다' 그러면 떨리더라고요."

    하지만, 장 씨는 자신의 손등에 노란 리본을 새겨넣을 만큼 그 기억을 결코 놓지 않고 있습니다.

    [김은지/단원고 생존학생 심리 상담의]
    "내 친구들을 기억하고 세월호 진상 규명을 더 많이 알리기 위해서 아이들이 적극적인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는 거죠."

    5년 전 그날, 살아남은 또 한 사람.

    배 안에서 소방호스를 몸에 감고 승객들을 구조해 내 '파란 바지 의인'으로 알려진 김동수 씨입니다.

    당시 화물차 기사로 일했던 김 씨는 지금은 아내와 제주에서 공원 관리인으로 살아갑니다.

    [김동수/세월호 생존자]
    "내 뇌와 몸이 그 날 하루에 다 갇혀져 있는데… 저는 그 300명 되는 사람들이 수장돼가면서 그 눈망울들, 옷차림 그런 것까지도 생각이 나는데…"

    매일 수십 킬로미터 숲길을 걸으면서 마음을 달래보지만, 쉽진 않습니다.

    "(숲에 놀러온 학생들이) 재잘재잘 거리는 것이 저한테는 그날 학생들이 '아저씨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우린 살 수 있어요' 이렇게 하는 소리로 들려요."

    그래서 김씨는 세월호 5주기를 앞두고 마라톤을 하기로 했습니다.

    [김동수/세월호 생존자]
    "그거라도 안 하면 미칠 것 같아가지고 그냥 계획없이 짰어요."

    그제 아침 김 씨는 세월호의 도착지였던 제주 제2부두까지 41.6킬로미터를 4시간 16분 동안 처음 내달렸습니다.

    세월호의 생존자 저마다 사는 모습이 다르고, 상처의 깊이와 아무는 속도도 차이가 큽니다.

    다섯번째 봄, 힘겨웠던 그들의 작은 변화가 이제 시작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MBC뉴스 조희형입니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