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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먼 '직원 따로' 화장실…"고객은 괜찮다는데"

머나먼 '직원 따로' 화장실…"고객은 괜찮다는데"
입력 2019-04-23 20:24 | 수정 2019-04-2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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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벗겨진 살 위로 딱지가 앉았고, 물집은 딱딱한 굳은 살이 됐습니다.

    그리고 이 발가락의 뼈는 뒤틀리고 휘어졌습니다.

    손님이 없어도 하루종일 서 있어야 하는 판매직 노동자들의 신발 속 고통이 알려지면서 요즘 마트를 가면 계산대에 의자가 하나씩 늘고 있습니다.

    오늘은 백화점과 면세점 판매직 노동자의 근사한 옷에 가려진 또 다른 말 못할 고통을 전해드릴까 합니다.

    바로 화장실입니다.

    고객용 화장실이 바로 옆에 있어도 쓰지 못하고 먼 걸음을 해야 하는, 건물 어딘가 숨어있는, 직원용 화장실에 가야 하는 그들의 사정을 임상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서울 강남에 있는 한 백화점.

    1층 화장품 매장 직원의 화장실 가는 길을 따라가 봤습니다.

    일단 매장 바로 옆 고객화장실은 그냥 지나칩니다.

    직원 전용 문을 열고 계단으로 한 층을 올라간 뒤, 또 다른 문을 열고 나와 다시 또 걸어갑니다.

    외진 구석에 다달아야 직원용 화장실이 보입니다.

    매장에서 약 2분 30초, 왕복 5분 거리입니다.

    이렇다보니 화장실 한 번을 가려면 정말 큰 맘을 먹어야 합니다.

    [백화점 매장 직원]
    "(화장실) 가는데 동선도 너무 길고요. 시간도 오래 걸리고. 또 갔을 때 화장실이 너무 작기 때문에 굉장히 오래 기다려야 돼요. 고객 응대하다 보면 미처 가지도 못하는 경우가 있어요."

    다른 백화점 직원들의 하소연도 비슷합니다.

    모든 층에 화장실이 있지만 직원들은 못쓰게 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한 대학 연구팀 조사에선 백화점 직원 88%가 회사로부터 고객 화장실을 사용하지 말라는 교육을 받았다고 할 정도입니다.

    이렇게 대놓고 '고객 화장실을 사용하지 말라'는 공지문을 붙여놓은 곳도 있습니다.

    [백화점 매장 직원]
    "유니폼이 있기 때문에 아마 고객에게 보이는 것 때문에 백화점에서 좀 못하게 막지 않을까. 청소하시는 아주머니들도 직원들 들어오면 이용하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정작 손님들은 그런 줄도 몰랐고, 왜 그러냐는 반응입니다.

    [김자현/백화점 고객]
    "불편하지 않아요. 그냥 화장실 내에서도 직원 차림으로 오신 분이 있으면 '직원이시구나', 이 정도 생각 밖에 안 들지."

    [백화점 고객]
    "똑같은 사람인데 왜 불쾌해요? 화장실은 그냥 다같이 가는 거 아녜요?"

    지난해 백화점 면세점 직원들의 근무환경 조사에선 10명 중 6명은 화장실을 가고 싶어도 못 간 적 있다고 했고, 5명 중 한 명은 최근 1년 사이 방광염 치료를 받은 걸로 나타났습니다.

    [최상미/엘카코리아 노조 부위원장]
    "인간의 기본적인 건강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대한민국 인권 지수의 민낯을 보여주는 것으로서, 즉각 시정조치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들 직원들은 화장실마저 고객과 직원, 차별하고 구분하는 건 기본권 침해라며, 매장 바로 옆 일반 고객화장실도 쓸 수 있게 해달라고 국가인권위에 호소했습니다.

    MBC뉴스 임상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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