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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이산가족…지문 한 번 틀리면 평생 못 봐

'현대판' 이산가족…지문 한 번 틀리면 평생 못 봐
입력 2019-04-29 20:10 | 수정 2019-04-29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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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이런 실종자 관리 문제를 취재하기 위해서 여러 기관에 문의를 해봤습니다.

    공통적으로, 담당자를 찾기 어려웠고, 심지어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그런 일이 있겠냐'는 말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앞서 보신 것과 비슷한 사례는 또 있었는데요.

    경찰과 지자체, 정신병원이 관련돼 있었고, 가족을 찾아주려는 의지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어서 최유찬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이 사람 누구야?)
    "언니!"
    (언니 좋아해요?)
    "좋아해요! "

    올해 60살인 홍정인씨는 지난 2013년 부산의 한 정신병원에서 발견됐습니다.

    실종된 지 무려 32년 만이었습니다.

    [홍정옥/홍정인 씨 언니]
    "산속에서 동물과 같이 살면 이상한 사람이 되잖아요. 그런 사람 같았어요."

    홍씨가 실종된 건 22살이었던 지난 1980년.

    당시 돈을 벌겠다고 집을 떠났는데, 경찰이 홍씨를 '행려자'로 분류해 구청에 인계했고, 구청은 정신병원에 입원시켰습니다.

    그리고 실종 신고 32년 만에 구청에서 연락이 온 겁니다.

    "행려 환자로 얘가 있으니까 '가족분들의 연락을 바랍니다' 이런 내용이에요. 새로운 직원이 와서 감식을, 지문감식을 했는데 (나왔다고)…"

    그럼 그동안은 왜 지문 조회조차 하지 않았을까.

    홍씨 가족이 관계자한테서 들은 건 납득하기 어려운 설명이었습니다.

    "(예전엔) 눌러서 스탬프 해가지고 눌러서 찍으니까 지문이 안 나오잖아요. 발령받아서 교체한 사람이 스프레이를 뿌려서 테이핑을 해서 테이핑 해 나온 거 가지고 찾은 거예요."

    실종 초기 지문 조회가 잘 안 되면 신원확인 불가로 분류되고, 이때부턴 정신병원 장기 입원으로 이어집니다.

    [해당 구청 관계자]
    (정기적으로 '확인 불가'된 분들을 대상으로 검사를 하는 건 아니죠?)
    "네네. 정해져 있는 건 없어요. 그때 어떤 사유로 그렇게 (지문검사를) 시행했는지 알 수가 없어요."

    병원도 환자가 원하면 경찰에 신원조회를 요청할 수는 있지만, 행려환자 한 명당 꼬박꼬박 의료급여를 받을 수 있어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A 정신병원 직원]
    "인적 상 조회를 하고 보호자 확인이 되면은 연락을 해줘야 되는 게 맞는 거죠. (행려환자들) 그런 사람들도 없으면 어쨌든 병동을 비워두는 수가 생기잖아요. 그거라도 안되게끔 하려고…"

    이렇게 의료급여가 지급되고 있는 행려환자는 1천3백여 명.

    하지만 이들의 신원 확인이 제대로 됐는지, 실종 신고 대상자는 아닌지, 정부는 알지 못하고, 알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이 시대에 그런 일이 있겠느냐는 겁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
    "신원불명, 지문을 찍어도 안 나온다, 이러면 외국인이나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옛날에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면 알겠는데, 그런걸 지금 추적하기에는 우리나라가 그런 시대는 아닌 거 아니에요? (가족을 알면서도 안 찾아주면) 그건 범죄와 관련된 아주 예외적인 상황인거죠."

    전국 정신건강 복지센터와 의료기관, 요양시설 등은 모두 1천 859곳.

    신원 확인불가나 가명으로 입소해 있는 행려환자들을 실종자 신고 명단과 대조하는 전수조사는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남기철/동덕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통일된 지침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부재하다 보니까 아무도 서로 확인을 하지 못하는 상황도 있거든요. 장기적으로 입원, 입소해 계신 분들에 대한 정보들을 중앙 정부가 책임을 지고 한 번 조치를 해야 될 필요가 있고요."

    이들 중 누군가에겐 애타게 기다리는 가족이 있을지 모릅니다.

    MBC뉴스 최유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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