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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갑 하나 들고 출동합니다"…현실 속 '조장풍'들

"수갑 하나 들고 출동합니다"…현실 속 '조장풍'들
입력 2019-04-30 19:50 | 수정 2019-04-30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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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최근 직장 갑질, 산업 재해 등이 사회 이슈로 떠오르면서 '근로감독'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고 있죠.

    특별 근로감독관이 악덕 업주를 통쾌하게 혼내주는 드라마도 나왔습니다.

    주인공의 활약에 대리 만족을 느낀다는 직장인들도 많은데요.

    그럼 현실 속 근로감독관에 대해선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 영상 ▶

    [임영주]
    "근로감독관이라는 게 공무원인가요?"

    [한시원]
    "근로규정 안 지키는 걸 감독하는 기관?"

    [엄귀필]
    "드라마에서 본… 이런 직업도 있구나."
    (경찰업무도, 체포도 하고 그러는데…)
    "처음 들어봤어요."

    ◀ 앵커 ▶

    그래서 알아봤습니다.

    드라마와 닮은 듯 다른 '진짜 조장풍'들의 세계, 먼저 임상재 기자가 동행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체포영장 집행하러 다녀오겠습니다.

    체포 대상은 임금 6백여만 원을 주지 않는 애견샵 업주.

    근로감독관들의 출석 요청을 9번이나 무시했습니다.

    [박건환/고용노동부 서울동부지청 근로감독관]
    "임금을 안주는 이유에 대해서 물어보니까 직원이 개를 죽이게 했다·· 사업주가 전혀 출석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렇게 지금 강제 수사까지 이르게 됐습니다. 강한 저항이 예상되지만 돌발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건, 수갑 하나뿐."

    출동 차량도, 개인 자가용입니다.

    [김은기/고용노동부 서울동부지청 근로감독관]
    "(저희는) 장구가 이거 한 개예요, 수갑. 경찰은 테이저건도 있고 가스총도 있고 삼단봉도 있고…"

    근로감독관은 특별사법경찰관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걸 잘 모르고, 본인들조차 경찰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박건환/고용노동부 서울동부지청 근로감독관]
    "팔자에도 없던 경찰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노동부에 들어와서 알게 된거죠. (드라마) 조장풍 첫 장면이 그거잖아요."

    노동부에 들어와서 알게 된거죠. 조장풍 첫 장면이 그거잖아요.

    도주할 뒷문이 있는지 살피고, 문이 열릴 때까지 잠복을 하다가

    "얘 여기서 마주치겠는데, 눈이. 오! 문 열었어. 문 열었습니다. 김** 나왔습니다."

    들이닥칩니다.

    "근로기준법 36조, 17조 위반으로 오늘 체포하러 왔습니다."

    예상대로 '웬 체포고 수갑이냐'며 반발하는 사업주.

    "수갑을 노동청에서 뭘 채워요."

    결국 노동청에 끌려온 업주는 임금체불 일체를 인정하고 사법처리 수순을 밟게 됐습니다.

    드라마 속 '조장풍'처럼, 실제 근로감독관도 악덕업주를 체포하고 구속도 시킵니다.

    16개 노동관련법 위반 사안에 대해서는 경찰이 아닌 근로감독관이 수사권을 갖기 때문입니다.

    압수수색도 나갑니다.

    "(압수수색) 영장를 저희가 아까 제시했습니다. 퇴직금 지급 내역, 그 다음에 연차 사용내용 내역이라든지 휴가 사용 내역…"

    하지만 드라마와 다른 점도 많습니다.

    밖에서 종횡무진하며 악덕 사업주를 처단하는 조장풍과 달리 현실의 조장풍들은 불평과 불만을 듣기 일쑤입니다.

    [박건환/고용노동부 서울동부지청 근로감독관]
    "우리 사업도 어려운데 왜 여기까지 와서 돈 1백만 원, 2백만 원 가지고 이러느냐, 조금만 기다려 주면 줄 건데 그러면서 화를 많이 내시죠."

    주된 업무인 사무실에서의 민원 처리 과정에서도 마찬가집니다.

    보통 감독관 1명이 한 해 3백여 건의 사건을 처리하는데, 왜 빨리 안 해주냐는 불평을 가장 많이 듣습니다.

    [이현진/고용노동부 서울동부지청 근로감독관]
    "왜 빨리 빨리 처리를 안해줘서 뭐 봐주고 있는 거냐. 사업주를 위해서 봐주고 처리를 안하느냐. 민원인이든 사업주든 자기 뜻대로 안되니까. 그거에 대한 화풀이를 감독관에게 하는 경우가 많이 있어요."

    최근엔 직장 갑질, 주 52시간 근무, 최저임금 등 새로운 노동 이슈들로 민원이 더 늘었습니다.

    그럴수록, 허구의 조장풍이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론 부담도 됩니다.

    [김태령/고용노동부 서울동부지청 과장]
    "초법적인 권한과 역량을 행사해서 자기 문제를 해결해주기를 바라는 이런 기대가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는데, 드라마에서도 (근로감독관의 역할이) 그런 걸로 나오는 것이 조금 우려가…"

    전국의 근로감독관은 1천 3백여 명.

    드라마 한 편에 달라질 건 없겠지만, 적어도 근로감독관이 경찰이란 사실은 알릴 수 있게 된 것 아니냐며 기대를 나타냈습니다.

    MBC뉴스 임상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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