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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승부조작…'땡'치면 기권승 '복싱 챔피언'

아버지가 승부조작…'땡'치면 기권승 '복싱 챔피언'
입력 2019-05-01 20:29 | 수정 2019-05-01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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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전국 복싱대회에 출전해서 준우승에 우승까지 차지했던 여고생 권투선수가 있었습니다.

    얼핏보면 권투 유망주 같지만, 이선수. 실제로는 권투를 배운적도 없고. 할 줄 도 몰랐습니다.

    그런데 이런 선수가 어떻게 순식간에 챔피언이 될 수 있었던 건지 황당한 권투시합을 윤상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 2016년 열린 전국복싱우승권대회.

    팽팽한 긴장이 흐르는 링 위로 여고부의 두 선수가 올라갑니다.

    심판의 안내를 열심히 듣는 두 선수,

    인사를 나눈 뒤 양 코너로 돌아갑니다.

    휘슬이 울리기 무섭게 청코너 쪽에서 흰 수건이 날아옵니다.

    파란색 선수의 기권패.

    빨간색 유니폼을 입은 고등학교 3학년 정 모 양은 주먹 한번 휘두르지 않고 대회 준우승을 했습니다.

    이번엔 같은 해에 있었던 대통령배 전국 시도복싱대회.

    경기가 시작되자, 이번에도 상대편에서 흰 수건을 흔듭니다.

    상대 선수는 또 경기를 포기했고 정 양은 기권승을 거뒀습니다.

    한 해 전인 지난 2015년, 전국복싱우승권대회.

    역시 이번에도 흰 수건이 등장했습니다.

    그냥 가만히 서 있기만 했던 정 양.

    이 대회에서 여고부 우승컵을 따냈습니다.

    정 양이 얼마나 강한 상대길래 상대 선수들이 이렇게 쉽게 경기를 포기했을까.

    알고 봤더니 정 양은 권투를 제대로 배운 적이 없었습니다.

    [이승명 대장/경기남부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두세달 정도는 복싱을 잠깐 했대요. 아버지가 '나가서 폼이라도 잡으려면 그 정도는 해야하지 않겠느냐' 그래서 이제 그랬던거고"

    그런데도 정 양은 3개 대회에 출전해 우승 한 번, 준우승 두 번을 거뒀습니다.

    비결은 바로 승부 조작이었습니다.

    정 양의 아버지는 지방 복싱협회 간부.

    상대 선수 코치에게 져달라고 부탁을 하고 기권패를 유도했던 겁니다.

    [이승명 대장]
    "아버지가 선수 출신이고 코치도 하고 있고 하다보니까 인맥을 통해서 나름대로 영향력을 행사한 것 같습니다."

    경찰은 복싱 전국대회에 참가하는 선수가 많아야 4명에 불과해, 승부조작 한 두 번으로도 우승이 가능했습니다.

    아버지의 청탁이 안 먹히면 정양은 깔끔하게 기권패를 택했습니다.

    정 양이 기권패 했을 때의 영상입니다.

    정 양은 링 위로 아예 올라오지도 않고 경기를 포기했습니다.

    기권승을 하든 기권패를 하든 정 양은 주먹을 단 한번도 휘두르지 않았습니다.

    정 양의 아버지가 이렇게 승부조작까지 했던 건 대학 입시 때문이었습니다.

    복싱대회 우승 경력을 내세워 체육 특기자로 대학 진학을 노렸지만 정 양은 전형에서 탈락했습니다.

    경찰은 정 양의 아버지와 상대팀 코치 등 3명을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입건했습니다.

    경찰은 승부조작 과정에서 아버지 정씨가 상대 선수 측에 수 백만원의 돈을 주려한 정황도 포착하고 금품거래 여부에 대해 계속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MBC뉴스 윤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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