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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박했던 5번의 '신고'…"번번이 가해자들에게로"

절박했던 5번의 '신고'…"번번이 가해자들에게로"
입력 2019-05-02 19:54 | 수정 2019-05-02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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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의붓 아버지의 성 범죄를 신고했다가 살해당한 열두살 소녀의 친엄마가 범행에 가담 했음을 시인 했습니다.

    소녀는 살해당하기 전까지 친아버지와 의붓아버지의 집을 오가면서 지속적인 학대를 당해 왔는데요.

    소녀가 절박하게 신고를 한것만도 다섯번인 것으로, MBC 취재 결과 확인이 됐지만, 그때마다 번번이 가해자 들에게로 돌려 보내졌습니다.

    우종훈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어제까지 범행 공모를 부인했던 A양의 엄마 유 모씨는 어젯밤 늦게 조사를 자청해 남편의 범행 당시 차 안에 같이 있었다고 인정했습니다.

    유씨는 오늘 영장실질심사에서, 자신도 남편에게 당할까봐 무서워서 그랬다고 변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혐의 인정하셨는데 딸을 왜 살해하신 겁니까?")
    "……"

    유씨와 남편은 범행 전 2주일 동안 전국 일주 여행을 하다, 마지막으로 A양이 있는 목포로 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찰은, 이들이 여행을 떠난 시점이 A양이 의붓아버지 김 모씨의 강간 미수를 신고한 직후인 점에 주목하고, 이들이 도주 행각을 벌이다 결국 A양을 살해하기로 결심한 게 아닌가 의심하고 있습니다.

    A양이 얼마나 고통스럽게 살았는지도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A양은 부모가 이혼한 뒤 친아버지와 살았는데, A양이 9살이던 지난 2016년 법원은 친아버지가 심하게 때린 것을 확인하고 접근금지명령을 내렸습니다.

    숨진 A양은 친부가 있는 목포에서 친모가 있는 이곳 광주로 왔지만 여기서도 주변의 도움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의붓아버지 김씨는 A양을 때리는 것도 모자라 음란사진을 찍어 휴대전화로 보내는 등 성적 학대를 일삼았습니다.

    [경찰 관계자]
    "한 번은 가해자가 자기 00 사진을 찍어서 보내면서 "너도 사진 찍어서 보내주라" 이런 이야기를…"

    A양은 의붓아버지와도 못살겠다며 2016년 9월 광주의 모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찾아 도움을 호소했고, 이후 1년 넘게 쉼터와 의붓아버지 집 등 다섯 곳을 전전했습니다.

    그러던 중 작년초 의붓아버지 김씨가 A양을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법원은 김씨에게 '양육상담'을 받으라고만 명령했습니다.

    그리고 오갈 데 없는 A양의 보호자로 친아버지를 지정했습니다.

    결국 가해자에게 되돌려보낸 셈입니다.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
    "안정적으로 하여튼 아동이 이 가정에서 좀 있을 수 없겠다 판단해서, 친권이 있는 친부가 '비(非)가해 부모'로 해서 친부 집으로 가게 된 것이죠."

    이렇게 해서 A양은 친아버지가 사는 목포와 의붓아버지가 사는 광주를 오갔지만, 학대는 계속됐습니다.

    폭력을 견디지 못해 경찰에 신고한 것만 목포에서 두번, 광주에서 세번이었지만, 공권력은 번번이 A양의 절박한 호소를 외면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오늘 A양에 대한 경찰의 보호조치가 소홀했는지 여부에 대해 직권조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우종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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