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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간다] 광화문 '명당'을 잡아라…집회 '신고' 전쟁

[바로간다] 광화문 '명당'을 잡아라…집회 '신고' 전쟁
입력 2019-05-02 19:58 | 수정 2019-05-02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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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

    바로간다, 인권사회팀 조희형 기자입니다.

    가장 인기 있는 집회장소는 서울 광화문 광장이죠.

    집회를 하려면 한 달 전에 경찰서에 신고서를 내야 합니다.

    그런데 특히 올해 6월 1일 광화문 집회를 선점하려는 단체들끼리 고성과 막말이 오가는 치열한 경쟁을 벌였는데요.

    무슨 이유인지, 지난 새벽 경찰서 민원실, 그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

    ◀ 리포트 ▶

    이틀 전 밤 11시, 서울 남대문 경찰서의 민원인 대기실입니다.

    심야 시간인데도, 수십 명이 뒤엉켜 서로 언성을 높입니다.

    "야! 너는 아비도 없냐! 네 아비 이름 좀 대봐라!"

    바닥에 있던 한 중년 남성은 버럭 고함을 지릅니다.

    "내 나이 70이야, 70. 피해를 당했지. 뒤에서 밀어서…"

    경찰서 민원실로 구급대원까지 출동합니다.

    곳곳에서 여전히 반말과 고성이 오갑니다.

    "왜 여자 몸에 손을 대시냐고요. (손 안 댔어요.) 왜 미세요. 왜 몸으로 미세요. 몸으로 미는 건 터치 아니에요? (밀지 않았어요.)"

    이들은 모두 경찰서에 집회 신고서를 내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입니다.

    "경찰분들 중재 안 해주시면 파출소에도 신고합니다."

    이번 소동은 오는 6월 1일 집회 신고에서 비롯됐습니다.

    성소수자들을 대변하는 '퀴어문화축제' 관계자들이 올해엔 광화문 광장까지 행진을 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강명진/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
    "대한민국을 바꿔나간 역사의 현장들, 그곳에서 성 소수자의 모습을 조금 더 잘 드러낼 수 있도록 하는 코스를 궁리를 하다 보니까…"

    집회 신고는 경찰에 720시간 전, 그러니까 한달 전에 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신청일은 5월 2일 0시.

    이 시간에 다른 단체가 먼저 집회 신고를 하면 행진을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가장 먼저 집회 신고를 하려고 지난달 25일부터 24시간 교대로 이 대기석을 지켰습니다.

    [이희윤/퀴어축제 참가자]
    "5일 정도 (줄을) 서 있는 거 같아요. 계속. 지난주 목요일인가 금요일부터 나오고."

    퀴어축제에 비판적인 종교단체는 맞불집회를 하기 위해 경쟁에 가세했고 여기에 대한문 앞 태극기 부대까지 집회를 신청하면서 마찰이 빚어졌습니다.

    드디어 오늘 새벽 0시, 남대문 경찰서.

    6월 1일 집회 신고를 받는 시각입니다.

    막판 신경전이 또 다시 벌어집니다.

    "왜 이렇게 예민하게 난리들이야. 어른들한테 왜 그러니…"

    경찰 담당자가 좌석 순번에 맞춰 신고를 받습니다.

    그리고, 집회 우선권을 발표합니다.

    [집회신고 담당 경찰]
    "퀴어, 서울광장 1순위입니다."

    5일 동안 밤을 새운 퀴어축제 봉사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쉽니다.

    [이희윤/퀴어축제 참가자]
    "무사히 신고를 할 수 있어서 너무 다행이었고 기분이 되게 좋아요."

    같은 날 광화문 광장으로 행진하려던 종교단체와 태극기 부대는 순번이 밀렸습니다.

    [주요셉/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 대표]
    "아무래도 광화문이라면 대한민국 그래도 상징적인 곳이니까. 서로 그 쪽을 선점하겠단 얘기가 나오는데. 어느 한 쪽의 독점이 돼선 안 된다."

    대신 종교단체와 태극기부대는 퀴어조직위와 시간대가 겹치지 않게 광화문 집회를 여는 방안을 경찰과 협의하기로 했습니다.

    바로간다 조희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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