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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돌아가며 '져주기' 대회…"싸워 이긴 선수가 없다"

[단독] 돌아가며 '져주기' 대회…"싸워 이긴 선수가 없다"
입력 2019-05-03 19:52 | 수정 2019-05-03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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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땡 소리가 나자마자 기권하겠다는 뜻으로 수건을 던져 버리고 그러면 상대 선수는 주먹 한번 뻗지 않고 이겨버리는, 참으로 이상한 복싱 대회 얘기를 그제 보도해 드렸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수건 던지고 져주는' 승부 조작이 마치 품앗이 하듯 여러 체육관이 짜고 돌아가면서 벌인 사실이 MBC 취재로 드러났습니다.

    윤상문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 리포트 ▶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링 위로 날아온 흰 수건.

    여고부 복싱챔피언 정 모 양은 주먹 한번 뻗지 않고 전국대회에서 3번의 기권승을 거뒀습니다.

    제대로 권투를 배운 적이 없는데도 정 양의 아버지가 미리 손을 써 상대 선수의 기권을 유도한 겁니다.

    그런데 취재결과 승부조작이 의심되는 경기가 더 있었습니다.

    지난 2015년 전국복싱우승권대회.

    여고부의 다른 경기에서도 흰수건이 등장합니다.

    여고부에서는 당시 3경기가 치러졌는데, 모두 기권승이었습니다.

    여고부 7체급 가운데 3개 체급은 선수가 한 명씩 출전해 경기가 없었고, 4개 체급에만 각각 두 명의 선수가 출전했습니다.

    이때 열린 세 경기에서 3개 팀이 두 경기씩 치렀는데, 1개 팀은 2경기 다 기권하는 대신 다른 2개 팀이 3승을 나눠 가졌습니다.

    이 대회 여고부 경기에서는 한 번도 주먹이 오가지 않았습니다.

    권투 관계자들은 승부조작이 비일비재하다고 털어놨습니다.

    [권투 관계자]
    "아이들 얘기하는 거 보면 '아 우리 코치님이 오늘 져주라고 하더라'. 그런 얘기들이 귀로 들어오거든요."

    주로 대학 입시를 위해 승부조작이 이뤄진다고 합니다.

    체대 입시를 위해서는 메달이 필요하기 때문에 1,2학년들이 3학년에게 경기를 양보한다는 겁니다.

    [권투 관계자]
    "3학년이면 2학년이 거의 져주는 이런 게 많거든요. (2학년이 나중에 3학년 됐을 때는?) 예 다른 학생들이 또 져주는 거죠. 학원생이든 엘리트든."

    복싱협회는 이같은 실태를 몰랐다고 말합니다.

    [최희국/대한복싱협회 사무처장]
    "(3개 체육관 돌아가면서 이겼더라고요.) 그래요?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네요."

    그러면서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최희국/대한복싱협회 사무처장]
    "최고 (징계) 수위까지 갈 사안이긴 해요. (어떤 징계를 받게 되나요?) 제가 보기엔 영구퇴출까진 되는 거죠."

    하지만 공공연한 승부조작을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대회를 주관한 복싱협회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MBC뉴스 윤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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