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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조 원 재건축…정치판 뺨치는 '부정선거' 논란

수조 원 재건축…정치판 뺨치는 '부정선거' 논란
입력 2019-05-06 19:58 | 수정 2019-05-07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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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사업 규모 2조원이 넘는 서울 강남 최대의 재건축 단지, 반포 주공 1단지가 다시 시끄러워졌습니다.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조합원들에게 금품을 살포한 게 적발된 데 이어서 이번에는 재건축 조합의 대의원을 뽑는 선거 과정을 두고 '부정 선거' 의혹이 일고있는 겁니다.

    홍의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대규모 재건축을 눈앞에 둔 서울 반포 주공1단지입니다.

    1,2,4 주구의 조합원만 2천2백여명, 총 공사비는 2조 6천억 원에 달합니다.

    지난 3월, 이곳 관리사무소에 빨간 우체통 하나가 등장했습니다.

    재건축 조합의 대의원을 새로 뽑는데, 투표 용지를 수거하려고 임시로 설치한 겁니다.

    그런데, 우체통을 개봉하던 날 밤, 소란이 벌어졌습니다.

    <잠깐만 이건 뭐예요? 엉뚱한 거 나오네.>
    "그건 뭐예요?"

    조합원들이 각자 투표해 넣은 봉투 중에 조합이 발송하지 않은 다른 모양의 봉투가 섞여 나온 겁니다.

    <손 대지 마시라고요 이걸.>
    "난 선관위원장이야, 내가 선관위원장."

    의심스러운 봉투를 발견한 일부 주민들이 조합의 선거 담당자에게 불만을 쏟아냅니다.

    <내용물을 바꿔버릴 수 있거든요. 조합이 받아가지고.>
    "말을 해도 그렇게 고약스럽게…"
    <지금 이런 일이 생겼는데 그런 말씀을 하세요?>
    "뭐 그래서 확인하는 거 아니에요, 지금."

    조합의 대의원 선거는 3월 27일, 사전 투표 단계부터 갈등이 불거진 겁니다.

    발단은 선거 직전 아파트 단지에 무차별 배포된 미심쩍은 우편물에서 시작됐습니다.

    3월 초쯤 '반포지킴이'라는 정체불명의 발신자가 조합원들에게 갈색 봉투를 돌렸는데, 그 안엔 출마한 대의원 명단이 적혀 있었습니다.

    문제는 '반드시 당선시켜야 할 사람'이라며 OMR 투표 용지에 특정 후보를 표시해 뿌린 겁니다.

    [반포1단지 재건축 조합원]
    "OMR 카드에 까만 점이 딱 찍혀 나왔을 때, '이게 뭐야?' 이렇게 해도 되나, 이 서울 한복판에서."

    그런데, 조합의 선거관리위원회는 오히려 불신을 키웠습니다.

    선거 직전 갑자기 새 우편 투표 기준을 만들었습니다.

    철저한 본인 확인을 위해 동봉하던 '서면결의서'를 생략해도 유효표로 인정하기로 한 겁니다.

    본인 확인은 겉봉에 있는 이름 만으로 충분하다는 겁니다.

    [재건축조합 선관위 관계자]
    "(서면결의서) 용지가 있어야 될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용지 없어도 봉투에는 그 사람 그게 다 적혀 있거든요."

    실제 대의원 선거 당일, 결과가 발표됩니다.

    "기호 0번 000후보, 901표 당선되었습니다."

    그런데, 새로 뽑힌 대의원 125명 모두 공교롭게도 의문의 투표 용지에서 점찍었던 후보와 일치했습니다.

    하지만, 선관위는 이미 해체됐고, 조합측도 문제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재건축조합 관계자]
    "위법한 것은 안 나왔기 때문에 그냥 넘어간 거 같아요. 선관위 자체적으로 하도록 돼 있는 거예요."

    조합의 대의원들은 사업을 의결하고 예산을 승인하는 핵심 역할을 수행합니다.

    선거 과정의 투명성이 그만큼 중요하지만, 무시되기 일쑤입니다.

    [안형진/변호사]
    "재건축 조합 전반적인 분위기 자체가 '빨리빨리 하자'. 선거의 공정성을 기하자면 느려지거든요. 그런 식으로 하다보니까 문제가 너무 많이 터지는 겁니다."

    재건축 조합 선거는 외부에 맡길 수도 있지만 의무 사항이 아닌 탓에, 최근 3년간 서울의 재건축 조합 가운데 선거를 위탁한 사례는 한 건도 없습니다.

    MBC뉴스 홍의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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