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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간다] 심는 작물마다 '시들'…땅 속 뭐 있나 파봤더니

[바로간다] 심는 작물마다 '시들'…땅 속 뭐 있나 파봤더니
입력 2019-05-07 19:53 | 수정 2019-10-07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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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

    <바로간다> 인권사회팀 윤상문 기잡니다.

    경기도 화성에서 땅을 구입하신 분이 얼마 전 억울하다며 제보를 해왔습니다.

    지목이 농지인 땅이라 농사를 지어야 하는데, 작물이 하나같이 잘 자라지가 않는다는 제보였는데요.

    주변 땅은 농사가 잘 되는데, 왜 이 땅만 그런가 싶어 땅을 파봤더니 쓰레기가 매립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쓰레기를 매립한 곳, 바로 화성시청이었습니다.

    바로 가보겠습니다.

    ◀ 리포트 ▶

    경기도 화성시의 한 농집니다.

    굴삭기로 땅을 파봤습니다.

    파기 시작하자마다 쓰레기가 무더기로 나옵니다.

    담배꽁초로 꽉 찬 유리병에 슬리퍼.

    시커먼 쓰레기는 꽤 오래 전에 파묻은 것으로 보입니다.

    땅 주인은 할말을 잃었습니다.

    [김영래/땅 주인]
    "평생 전 재산을 걸어서 융자를 4억 넘게 주고 산 땅에 이게 뭐 쓰레기가 나온다는 게, 이게 상상이나 되겠어요?"

    땅 일부분만 그런가 싶어 다른 곳도 파봤습니다.

    파는 데마다 시커먼 쓰레기가 나옵니다.

    4미터 정도를 파 내려갔는데도, 바닥이 보이질 않습니다.

    구덩이마다 악취와 함께 더러운 물이 금새 고입니다.

    [김영래/땅 주인]
    "지금 보시면 이 정도지만 아까 저 앞에 보셨죠. 더 파면 어마무시한 쓰레기, 약병, 없는 게 없어요."

    구덩이 한 곳에서 퍼 올린 쓰레기가 제 키보다 높이 쌓여있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음료수 페트병이나 캔과 같은 생활쓰레기가 가득합니다.

    매립된 건 생활쓰레기 뿐만이 아닙니다.

    타이어, 목재, 고철, 농약병에 의료폐기물로 분리수거해야 하는 링거병까지 나옵니다.

    이 땅의 등기부등본입니다.

    땅의 용도는 벼농사를 짓는 답, 농지로 되어 있습니다.

    이 땅을 6년 전에 산 김모씨는 농사를 지어도 작물이 자라지 않아 이상했다고 말합니다.

    [김영래/땅 주인]
    "전체 전부 다 쪽파를 심었는데, 안 되더라고요. 아예 말라 죽더라고요. 자라지를 않고."

    왜 농지에 쓰레기가 매립돼 있는 걸까?

    김씨는 이전 땅 주인들을 수소문하다 놀라운 사실 하나를 알게 됐습니다.

    쓰레기를 매립한 곳은 바로 화성시였던 겁니다.

    29년 전 화성시가 당시 땅 주인과 맺었던 임대차 계약서.

    화성시는 3.3제곱미터당 700원에 이 땅을 빌려, 쓰레기 매립장으로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면서 매립 완료와 동시에 60cm이상 복토를 해 농지로 사용할 수 있도록 복구하겠다고 적었습니다.

    쓰레기를 4미터 이상 묻고 나서 그 위에 살짝 흙을 덮은 뒤, 다시 작물을 심으라고 땅 주인에게 돌려준 것입니다.

    쓰레기 땅에서 자란 농산물을 누군가 먹게 될 텐데,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가는 계약입니다.

    더구나 이 땅 바로 옆에는 농업용수로 쓰이는 황구지천이 흐르고 있습니다.

    쓰레기 침출수가 하천으로 유입되는데도 아무런 대책없이 쓰레기를 매립한 겁니다.

    화성시청을 찾아갔습니다.

    29년 전에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었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화성시 담당 공무원]
    "3천3백 제곱미터 이상일 경우에는 승인을 받도록 돼 있는데, (문제되는 땅은) 규모가 (3천3백) 미만이어서 매립을 하는 행위 자체를 위반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소규모 땅에는 허가없이 매립이 가능했기 때문에 법대로 했을 뿐이라는 설명입니다.

    땅에 묻힌 링거병 등을 볼 때, 일반폐기물이 아닐 가능성이 높지만, 그럴 리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화성시 담당 공무원]
    "당시 산업폐기물이라고 하는 거는 시에 들어올 수 있는 사항이 아니었단 말이에요."

    직접 현장에 가서 눈으로 확인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한번 찾아갔는데 땅주인이 없어 그냥 둘러보고 왔다고 말했습니다.

    [화성시 담당 공무원]
    "민원인 분은 못 뵀어요. 자세하게 막 안에 들어가서 다 훑어본 건 아니고 안에 쌓여있는 것만 대략적으로 훑으면서…"

    땅주인 김씨는 오염된 땅을 농지로 쓰라고 하는 화성시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김영래/땅 주인]
    "토질은 보시다시피 다 오염이 돼서 곡식이 살 수도 없고… 어떻게 곡식이 뿌리를 내릴 수 있는지…"

    법적으로 문제 없다지만 환경적으로도 과연 문제가 없는지 따져봐야 하는데도 화성시는 팔짱만 끼고 있습니다.

    바로간다 윤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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