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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간다] 집 앞 '음침한' 건물…대마 '쑥쑥' 기업형 농장

[바로간다] 집 앞 '음침한' 건물…대마 '쑥쑥' 기업형 농장
입력 2019-05-10 19:54 | 수정 2019-05-10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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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

    바로간다, 인권사회팀 윤수한 기자입니다.

    이곳은 경기도 고양시 식사동입니다.

    지금 제 뒤로 수 만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와 고등학교가 보이실 겁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불과 1킬로미터 남짓 떨어진 곳에서 대규모 대마 공장이 최근까지 1년 넘게 운영됐다고 합니다.

    마약인 대마는 지금 우리 사회 곳곳에 독버섯처럼 스며들어 있고, 또 주변에서 쉽게 거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 현장에 바로 가보겠습니다.

    도심을 벗어나 10분 정도 교외로 빠져나오자 곳곳에 공장 건물들이 보입니다.

    평범한 2층짜리 건물 하나가 나타납니다.

    그런데, 안을 들여다볼 수 없게 현관문과 창문엔 검정색 필름을 붙여놨습니다.

    공장 문을 열고 들어가봤습니다.

    중소형 아파트 정도되는 어두침침한 1층 공간에 검은 색 사각 텐트가 빼곡히 들어차 있습니다.

    천막을 열어봤더니, 어깨높이까지 자란 식물이 눈에 띕니다.

    좁고 뾰족한 잎 모양과 특유의 냄새, 바로 대마입니다.

    [대마 재배 공장 운영자]
    "여기는 그 재배하는 데고요. 얘네가 이제 열매를 맺는 거예요."

    남의 눈에 띄지 않는 도심 외곽에 불법 대마 재배 공장을 몰래 운영한 겁니다.

    이곳에선 특히 최신 시설과 장비를 갖춘 뒤 공장식으로 대마를 재배해왔습니다.

    대마의 크기에 따라 텐트를 옮겨가며 재배했고 세세한 작업공정까지 만들었습니다.

    [대마 재배 공장 운영자]
    "저쪽에서 충분히 뿌리가 튼튼해진 거 같다 싶으면 이곳으로 옮기는 거죠."

    붉은 LED 등, 선풍기, 급수장치를 설치했습니다.

    [대마 재배 공장 운영자]
    "물이 여기서 이렇게 빨아들여 가지고 저기로 다."
    ("다 공급해주는거야 자동으로?")
    "네, 자동으로…"

    건물 2층으로 올라가봤습니다.

    또 다른 대형 텐트에선 난방기구까지 들여놓고 수확한 대마를 말리고 있었습니다.

    강한 대마초 냄새를 감추기 위해 공기정화 장치까지 갖췄습니다.

    [대마 재배 공장 운영자]
    "냄새 잡아주는 탄소 필터인데 전원을 꽂으면 빨아들여 가지고 탄소 필터에서 냄새를 먹고…"

    이곳에서 발견된 대마초는 모두 1.6킬로그램, 시가로 1억원이 넘습니다.

    경찰에 적발된 이 대마 공장 운영자는 모두 3명입니다.

    대표격인 37살 정 모 씨가 총괄 관리를 맡고, 다른 2명은 각각 대마 재배와 판매로 역할을 나눴습니다.

    지난해 3월부터 이곳에 대마 공장을 차려 대마초를 불법 생산하고 지금까지 인터넷을 통해 8천만원 어치를 내다팔았습니다.

    결제 대금은 가상화폐인 '비트코인'만 받고, 판매는 제3의 장소에 대마초를 몰래 숨겨두고 찾아가게 하는 '던지기 수법'을 이용해 추적을 피해왔습니다.

    [대마 판매책]
    "각자 판매자들이 생각하는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방법으로 판매를 해요. 근데 (판매는) 90% 강남이에요."

    같은 동네 선후배 사이로 일정한 직업이 없던 이들은 4년 전 경기도의 한 오피스텔에서 대마를 처음 재배하기 시작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 경험으로 대담하게 공장식 대마 생산까지 손을 댄 겁니다.

    대마를 재배하고 유통하는 수법을 배운 건 불법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서였습니다.

    [대마 판매책]
    "인터넷 어디를 쳐도 키우는 방법을 아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에요."

    문제는 이 사이트가 외부에 잘 노출되지 않는 이른바 '다크웹'이라 적발이 어렵다는 점입니다.

    모든 내용을 암호화해 다크웹 회원끼리만 은밀히 정보를 주고받는 방식입니다.

    이 다크웹 사이트에 들어가봤습니다.

    대마초와 대마 묘목 뿐 아니라 최근 기승을 부리는 액상 대마까지 거래되고 있습니다.

    다크 웹을 통해 판매되는 대마 묘목입니다.

    피의자들은 묘목과 씨앗을 피울 수 있는 상태까지 재배한 뒤 다시 다크 웹을 통해 판매했습니다.

    이 다크웹에 등록된 회원 수만 5천5백여 명, 한 게시판엔 '대마 재배 강좌'까지 서로 공유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초보농부'라는 한 이용자는 노랗게 말라버린 대마초 사진을 올리며 "제 아이들 좀 살려달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경찰은 이 다크웹에서 대마를 사들인 2명을 검거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대우/춘천경찰서 형사과장]
    "대마와 관련된 것을 판매하고 구입해서 흡연하는 걸로 확인이 됐기 때문에 그 사이트에 대한 추적 수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대마공장을 차리고 운영한 이들중 2명을 구속하고 1명을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지난해, 경기도 고양의 한 오피스텔에선 대마 300주를 키우던 일당이 적발됐고, 지난 3월 충남 공주에선 뱀 양식장으로 위장한 대규모 대마농장이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불법 대마 재배와 유통이 기술적으로 대량화되고 있는 겁니다.

    환각효과를 노린 고농축의 액상 대마나 대마쿠키, 대마초콜릿까지 등장하면서 수요가 늘어난 탓이기도 합니다.

    음성화된 공장식 대마 재배를 차단하기 위한 강력한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바로간다 윤수한입니다.

    (영상취재: 이지호 / 영상편집: 장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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