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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간다] 임대료 위의 '임대료'…수백만원 현금 '쏙쏙'

[바로간다] 임대료 위의 '임대료'…수백만원 현금 '쏙쏙'
입력 2019-05-13 20:03 | 수정 2019-10-07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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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자 ▶

    <인권사회팀> 김민찬 기자입니다.

    얼마 전 서울 동대문 쇼핑몰의 상인들이 제보를 해왔습니다.

    상가 운영위원회와 관리회사의 갑질과 횡포가 도를 넘어선다는 주장이었는데요.

    어디다 쓰이는지 모르는 홍보비를 매달 수십만 원씩 걷어가고, 관리비도 다른 상가에 비해 10배 가까이 비싸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걸 현찰로만 받아간다는데요.

    바로 가보겠습니다.

    ◀ 리포트 ▶

    도매상들이 모여있는 서울 동대문의 한 의류쇼핑몰입니다.

    한 남성이 매장 상인으로부터 현금을 받아 챙깁니다.

    이내 옆 가게로 가더니 맡겨놓기라도 한 것처럼 돈을 받아 다른 곳으로 갑니다.

    중간중간 수금한 돈을 세어보기도 하고, 서류에 메모하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이 남성은 쇼핑몰의 상가운영위원회 소속 직원.

    홍보비 명목으로 돈을 걷는 겁니다.

    [쇼핑몰 상인 A]
    "매주 30만 원 씩 냈죠 거의. 한 달이면 100만 원 정도 냈던 거 같아요."

    수금은 매주 월요일에 하는데, 돈을 안 주면 봉변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쇼핑몰 상인 B]
    "안 내놓으면 난리가 나죠. 장사하고 있는데 와서 욕하고 빨리 돈 내놓으라 그러고 빚쟁이 비슷하게 와가지고…"

    상가운영위원회는 점포 주인들을 대신해 상가 입점과 운영 등을 도맡아 하는 곳입니다.

    점포의 실소유주들이 일일이 상가를 관리할 수 없어 권한을 위원회에 위임하고, 위원회는 점포를 빌려 장사를 하는 상인들에게 여러 명목으로 돈을 걷는 구좁니다.

    이 쇼핑몰의 점포는 400여 개, 운영위원회는 상인들로부터 매달 받는 억대의 홍보비를 챙깁니다.

    지방상인들을 대상으로 쇼핑몰을 홍보하거나 이벤트 행사를 하는 데 쓴다는 건데 구체적인 사용 내역을 공개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상인들은 현찰로만 걷어가는 이 돈이 제대로 쓰이는지 의심스럽습니다.

    [쇼핑몰 상인 A]
    "상가를 홍보하는 데 쓰는 게 홍보비잖아요. 그런데 홍보는 아예 없어요."

    이번에는 관리비.

    3제곱미터, 그러니까 한 평 남짓한 공간에 매달 내는 돈은 43만 원.

    점포가 10제곱미터만 돼도 관리비는 100만 원이 훌쩍 넘습니다.

    이것도 무조건 현찰로 줘야 하는데, 상인들은 관리비 내역서 한 장 받아본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쇼핑몰 상인 A]
    "관리비 내역서 달라 하면 없어. 어떤 것이든 간에 자기들이 불리한 문서는 하나도 만들지 않아요."

    다른 쇼핑몰은 어떨까.

    인근에 서울시가 관리 중인 DDP 쇼핑몰을 찾아갔습니다.

    관리비가 제곱미터 기준으로 1만 4천 원.

    3제곱미터면 4만 2천 원이 전부입니다.

    문제가 된 의류 쇼핑몰의 관리비와 무려 10배 차이가 납니다.

    [서울시설공단 관계자]
    "청소비도 있고 보험료도 있고 여러 가지가 있어서 항목별로 다 세부내역을 명시해서 저희는 고지하고 있어요."

    상가운영위원회는 관리비와 홍보비 말고도 리모델링 공사비용을 걷어갔습니다.

    상인들이 원하지 않아도 공사는 진행되고 수천만 원에 달하는 인테리어 비용은 상인들이 낸다는 겁니다.

    [쇼핑몰 상인 C]
    "리뉴얼 한다고 해서 자리도 강제 이동시켜 버리고 공사비용 식으로 해서 각 가게 당 많게는 3~4천씩 그 비용을 따로 받고…"

    여기에 상가 활성화 명목으로 내는 수천만 원의 입점비.

    이벤트 때마다 걷어가는 행사비.

    상인들은 사드 파문 이후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 장사는 가뜩이나 안 되는데, 돈은 끊임없이 나간다고 하소연합니다.

    [쇼핑몰 상인 A]
    "노다지죠. 돈 엄청 벌어요. 얘네들. 여기서 한 2~3년만 있으면 중간다리 있는 애들 아파트 사고 이러는데…"

    돈을 안 내고 싶어도 미운털이 박힐까 봐 어쩔 수 없다는 상인들.

    [쇼핑몰 상인 B]
    "'나가라' 이러는 거예요. 그게 두려우니까 사람들이 입을 닫고 살았던 거죠."

    상인들은 상가운영위원회가 조직폭력배와 연관된 의혹도 있다고 주장합니다.

    [쇼핑몰 상인 C]
    "너무 무서워서 매장을 빨리 접었어요. 왜냐하면 여기 있다가는 죽겠더라고요. 너무 무섭고…"

    운영회를 찾아가 실제로 그런지 물어봤습니다.

    예전에는 강압적으로 돈을 받아 내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런 일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쇼핑몰 운영위원회 관계자]
    "홍보비나 입점비는 철저하게 관리를 하고 있고 홍보비에 대해 강압적이거나 그런 상황도 아니고요."

    그러면서 홍보비 명목으로 돈을 걷어서 직원들 월급도 주고 그랬다며 다 관행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일부 상인들이 주장하는 비리 의혹은 경쟁업체가 사주한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쇼핑몰 운영위원회 관계자]
    "저희를 건드려야 (경쟁사가) 대점포(관리자)지위를 다시 가지고 올 수 있다. 스파이처럼 심은 상인 한 명을 가지고…"

    조폭과의 관련설에 대해서는 그런 일이 없다고 부인했습니다.

    이 쇼핑몰은 2년 전 운영위 전무가 공금 20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상인들은 낸 돈을 어디다 썼는지 공개하라며 운영위원회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는데요.

    그 내역이 어떻게 밝혀질지 끝까지 지켜보겠습니다.

    바로 간다 김민찬입니다.

    (영상취재 : 김희건, 영상편집 : 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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