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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뉴스] 소송 지자 '폐업'…수십년 제화공들 거리로

[당신 뉴스] 소송 지자 '폐업'…수십년 제화공들 거리로
입력 2019-05-24 20:09 | 수정 2019-05-24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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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시청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로 만드는 <당신뉴스>.

    오늘은 수십년간 구두를 만들어온 제화공 들의 사연인데요.

    평생을 하청업체에서 일해온 제화공들이 갑작스런 공장 폐업으로 일자리를 잃게 됐습니다.

    이들은 퇴직금을 내주지 않으려고 고의로 공장 문을 닫은 게 아니냐면서 억울해 하고 있습니다.

    성수동 제화 노동자들을 홍의표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 리포트 ▶

    서울 성수동에서만 40년 넘게 구두를 만들어 온 예순 두살 김광수 씨.

    수십 년째 구두 밑창과 굽을 만들고 다듬느라 손톱 끝이 갈라지고 텄습니다.

    하지만 10년 넘게 다니던 지금 공장에서 더는 일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이 업체 사장이 지난 13일, 느닷없이 폐업을 통보하고 공장 문을 닫아버린 겁니다.

    [김광수/제화노동자]
    "(공장에서) 잘려 버리니까, 순식간에. 믿었던 사장인데 더군다나. 있는 사람들은 하루 아침에 쫓겨났잖아요, 지금. 억울해서 나온 거예요, 길거리에."

    이 구두공장에서 일해온 제화공들은 모두 19명, 50~60대 가장이 대부분입니다.

    예기치 못한 폐업에 퇴직금도 받지 못하고 당장 생계를 걱정할 형편이 됐습니다.

    [원정환/제화노동자]
    "취직도 사실 쉽지 않아요. 기존에 있던 사람들도 일을 못하는 실정이니까 저희가 어디로 가겠어요. 갈 데가 없어요."

    보다 못한 이 하청업체 제화공들은 그동안 구두를 납품해왔던 본사로 찾아갔습니다.

    제화공들이 받는 공임을 결정할 때 원청업체도 참여해온 만큼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겁니다.

    특히 제화공들은 공장 폐업이 고의적인 게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발단은 '퇴직금' 문제였다는 겁니다.

    지난 달 25일, 이 공장에서 일했던 제화공 2명에게 퇴직금 4천여만원을 줘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오자 기습적인 폐업으로 대응했다는 주장입니다.

    제화공들은 IMF 무렵, 신분이 구두공장의 직원에서 개인사업자로 바뀌었습니다.

    4대 보험이나 퇴직금도 보장받을 수 없는 열악한 처지에 놓인 건데, 대법원은 작년 12월, 제화공들은 근로 계약을 맺은 근로자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박세리/노무사]
    "(제화노동자는) 사업소득세만 내고 있는, 형식적으로만 사업자로 보이게 만들어 놓은 상황입니다."

    그렇게 근로자로 인정받고 퇴직금도 받을 수 있게 됐지만, 뜻밖의 공장 폐쇄라는 최악의 상황에 맞닥뜨린 겁니다.

    이에 대해 업체 대표는 공장 폐쇄가 경영상의 이유일 뿐 퇴직금 지급과는 무관하다고 밝혔습니다.

    [구두 하청업체 대표]
    "회사가 폐업하는 데는 상황이 어려워서 폐업하는 거 아녜요, 재무제표가 그런 게. 3년 전부터 이렇게 왔던 건데…"

    본사 역시 하청업체와 거래 관계였을 뿐 이들을 도울 방법은 없다는 입장입니다.

    제화공들은 그나마 폐업 사실을 일찍 알려줬다면 대비라도 했을 거라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김한식/제화노동자]
    "이틀 만에 딱 관두라고, 연장 빼갖고 가라고 하고 그러니까. 퇴직금이라든지 이런 것까지는 법으로 보호해줬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어엿한 구두 장인으로 평생을 살아온 제화공들에겐 지금의 현실이 답답하기만 합니다.

    [원정환/제화노동자]
    "저희는 많이 배운 사람도 없고, 오로지 구두만 만들어왔기 때문에 어디다가 하소연할 데도 없고…"

    당신뉴스 홍의표입니다.

    (영상취재: 서두범 / 영상편집: 신재란, 김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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