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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선 천천히 먹어"…제2의 '김 군' 막으려면

"그곳에선 천천히 먹어"…제2의 '김 군' 막으려면
입력 2019-05-27 19:51 | 수정 2019-05-27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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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일터에서 비참하게 목숨을 잃은 두 비정규직 젊은이를 기억하실 겁니다.

    3년 전 서울 지하철 구의역에서 스크린 도어를 점검하다 숨진 19살 김 모 군, 또 작년 말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컨테이너 벨트 작업 중 사망한 24살 김용균씨입니다.

    이 젊은 죽음 이후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에 대한 반성과 대책이 이어졌지만 지금,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오늘 두 젊은이의 이야기를 다시 하겠습니다.

    내일이 구의역에서 숨진 김 군 3주기인데 19살 김 군을 앗아간 위험은 여전하고 언제든 또 다른 김군이 생길 수 있다는 현장의 호소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먼저 조희형 기자가 그 목소리를 보도하겠습니다.

    ◀ 리포트 ▶

    서울 구의역 승강장.

    3년 전 홀로 스크린 도어를 수리하던 19살 김 군이 숨진 그 곳에 김 군과 같은 나이의, 혹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추모의 글귀들을 붙였습니다.

    '너의 잘못이 아니다' '살기 위해 일하고 싶다'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말들이 가득합니다.

    그리고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던 김 군을 위해 누군가는 '천천히 먹으라'는 당부와 함께 샌드위치를 놓고 갔습니다.

    [박재원/건설현장 근로자]
    "사고가 나도 거기에 대한 대처가 미흡한 경우가 많아요. 빨리 대처하거나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이 됐으면 좋겠어요"

    김 군 이후에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죽음은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진, 태안화력발전소 하청업체 노동자 김용균 씨.

    지난 달엔 수원의 한 건설현장에서 일용직 김태규 씨가 추락해 사망했습니다.

    산재로 숨진 노동자는 한 해 평균 2,365명.

    [한인임/'일과건강' 사무처장]
    "위험의 외주화는 일상이 되었고, 원초적인 사고는 모두 위험의 외주화 속에 가장 아래 단계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죽음의 외주화'를 막는 법안이 절실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지난해 말 진통 끝에 국회를 통과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노동 시민단체들은 이 법안 역시 적용 범위를 지나치게 축소시켜 놨다고 주장합니다.

    예를 들면 법안 시행령은 '황산, 불산, 질산, 염산 등 4대 화학물질에 대해서만, 원청업체가 도급을 줄 때 안전관리 대해 노동부의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시행령 대로라면 김군이 일한 스크린도어 업체나 김용균씨가 일한 발전소는 위험한 사업장임에도 불구하고 법안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됩니다.

    [김훈/소설가]
    "모법의 적용 범위를 축소하고 집행력을 무력화시켜서 법전체를 공허하고 무내용한 작문으로 전락시켜 놓았습니다."

    이같은 시행령이 산업안전보건법의 취지를 역행한다는 시민단체들의 주장에 대해, 정부는 다음달 3일까지 추가 의견 수렴을 거친 뒤, 시행령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조희형입니다.

    (영상취재 : 김희건, 영상편집 : 양홍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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