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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비싼 걸로 써" 순정품 '갑질'…소비자도 피해

"더 비싼 걸로 써" 순정품 '갑질'…소비자도 피해
입력 2019-05-27 20:17 | 수정 2019-05-2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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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자동차 정비할 때 흔히, 순정 부품을 꼭 사용해야 한다는 말 많이 들으셨을 겁니다.

    그런데 같은 공장에서 만든 부품이지만 이 부품이 완성차를 만드는 대기업을 거칠 경우 '순정'이라는 딱지가 붙는 것이고 다른 유통 경로를 거칠 경우 같은 부품이라도 이 딱지가 안 붙는 겁니다.

    완성차 업체가 정비소에 값이 훨씬 비싼 이 순정 부품 사용을 강요하는 갑질을 하고 있어 당국이 실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이재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서울의 한 자동차 정비 업체입니다.

    창고에 쌓인 부품마다 '순정'이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습니다.

    원래 자동차에 들어간 부품과 같은 제품이라는 뜻입니다.

    자동차 부품은 생산 업체가 만들어 일단 완성차 대기업에 납품하면 대리점을 거쳐 각 정비 업소로 가는데, 같은 공장에서 만든 같은 부품이라도 순정 스티커만 붙으면 최대 80% 더 비쌉니다.

    그러나 정비 업체는 비싸도 순정 부품만 팔아야 합니다.

    [정비 업체 사장]
    "회사에서는 저희가 순정 부품을 안 쓴다고 하면 좋아하지 않겠죠. 부품 자체가 회사의 매출이나 이런 것하고 직접적인 연관이 있으니까…"

    심지어 재고가 남아 필요가 없는데, 구입을 강요당하기도 한다고 정비 업체들은 말합니다.

    [정비 업체 사장 1]
    "밀어내기 같은 거죠. '매출 목표가 얼만데, 좀 사 줘라'…대놓고 거부를 못하죠."

    [정비 업체 사장 2]
    "판매를 강요하죠. 협력도에 따라서 여기는 부품을 3개 주고, 협력이 좀 부족한 데는 1개 주고…"

    부품 공급 가격도 대기업 마음대로입니다.

    대기업은 자사 간판을 달고 있는 정비 업체뿐만 아니라, 이렇게 개인이 운영하는 정비 업체에서도 부품 값을 차별하고 있습니다.

    한 자동차 회사 브레이크 패드는 본사가 직영 정비 사업소에 넘기는 가격이 3만 5천원인데, 대리점에는 6만 1천원에 팝니다.

    그리고 개인 정비업체에는 가장 비싼 7만 8천원을 받고 팝니다.

    개인 정비 업체가 공장에서 직접 사오면 싼데, 대기업 눈치를 보느라 쉽지 않습니다.

    결국 소비자들이 내는 정비 요금만 오르는 셈입니다.

    [박병일/자동차 정비 명장]
    "부품 이윤을 안 본 만큼 소비자가 이익인데, 결론적으로 소비자가 최대 손해를 보는 거죠."

    특히 외국계 회사인 한국GM과 르노삼성, 쌍용자동차 정비 업체들은 법적으로 가맹점이 아닌 개인 사업자인데도 부품 구입에서 본사 통제를 받고 있다고 호소합니다.

    [김운영/르노삼성 정비사업자연합회장]
    "지금은 힘의 불균형이죠. 모든 영업 구조라든지 단가 구조에서는 본사가 정하는, 그런 구조로밖에 갈 수 없는 일방적인 구조가 가장 큰 문제고요."

    중소벤처기업부와 서울시는 지난달부터 정비 업체들을 상대로 순정품 강요 등 피해 사례에 대한 조사에 들어가, 다음 달 결과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MBC뉴스 이재민입니다.

    (영상취재: 황성희, 영상편집: 한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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