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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미지 전기영

[14F] '기다림'을 즐기는 사람들

[14F] '기다림'을 즐기는 사람들
입력 2019-06-01 20:34 | 수정 2019-06-01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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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리베이터의 닫힘 버튼을 수도 없이 누르고, 잠깐의 정적에도 휴대전화를 드는 당신!

    여기 '기다림'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커피 한 잔이요."

    주문이 들어오면 커피콩을 갈고 일일이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만듭니다.

    이 커피를 주문하고 마시기까지 약 15분을 기다려야 한대요.

    '너무 기다리게 하는 거 아냐?' 싶을 수도 있지만요.

    이곳은 속도에 연연하지 않고 몇 분이 걸리든 맛있는 커피를 내리도록 합니다.

    이런 '슬로우 커피'를 맛보기 위한 손님이 이렇게나 줄지어 기다릴 만큼 요새 인기래요.

    맨부커상을 받은 한강 작가도 이 '기다림'의 가치에 주목했습니다.

    노르웨이의 숲속에서 한 예술 단체에 그의 '신간'을 전달한 건데요.

    신생아의 배냇저고리, 장례식 때 입는 소복으로 쓰인다는 흰 천으로 둘둘 감싸 봉인한 이 작품은 무려 95년 뒤에나 공개한대요.

    100편의 원고를 모아 나무 천 그루를 사용해 2114년에 작품을 출판하는 예술 프로젝트에 참여한 겁니다.

    [한강/소설가]
    "마침내 첫 문장을 쓰는 순간, 나는 백 년 뒤의 세계를 믿어야 합니다. 거기 아직 내가 쓴 것을 읽을 인간들이 살아남아 있을 것이라는 불확실한 가능성을…"

    '사랑하는 아들에게'라는 제목 외에는 내용도, 분량도 모두 비밀이래요.

    시간에 대해 여유를 갖고 다음 세대를 상상해볼 수 있는 뜻깊은 예술 프로젝트 아닐까요?

    휴대폰으로 찍는 사진인데, 돈을 내고 단 24장의 사진만 찍을 수 있는데요.

    사진을 보기 위해 3일을 꼬박 기다립니다.

    찍어서 바로 공유하는 시대에 웬 말이야?

    이 사진 어플에 전 세계 사용자들이 열광했어요.

    낡고 오래된 것을 의미하는 '구닥다리'에서 이름을 차용한 어플인데요.

    평범한 순간도 아날로그 감성으로 제대로 살려준다니 찍는 순간도 더 소중해지고, 기다리는 시간마저도 즐겁게 해준대요.

    천천히 걸어야만 보이는 풍경이 있잖아요.

    빠르고 효율적인 삶에 지쳐 있다면, 조금은 느리지만 삶을 조금 더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것들로 기다림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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