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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간다] "소득 있으니 지원 끊겠다"…일한 적이 없는데?

김성현 기사입력 2019-06-03 20:10 최종수정 2019-06-03 20:28
동명이인 일용직 명의도용 동명이인 탈세수법 바로간다
◀ 기자 ▶

사회정책팀 김성현 기자입니다.

나는 일을 한 적도, 돈을 받은 적도 없는데 1년 전 한 달 400만원이 넘는 돈을 번 것으로 신고가 돼 있다, 정말 황당한 일이죠.

모르고 지나갈 수도 있었지만, 소득이 없었던 이 모씨에겐 이 미스터리한 일이 날벼락으로 돌아왔습니다.

최근 시청으로부터 그동안 받아온 차상위계층 주거 지원비 월 19만원의 지원을 끊겠다는 통보를 받은 건데요.

그럼 대체 누가, 왜, 주지도 않은 돈을 이씨에게 줬다고 신고한 건지 추적해봤습니다.

구경도 못한 의문의 4백만원 때문에 생계마저 흔들리게 됐다는 이씨를 만났습니다.

[이 모씨/제보자]
"이미 주거 급여는 깎였고, 의료 수급 건도 곧 박탈될 예정이라고 통지가 왔습니다."

일을 하지도, 돈 받은 일도 없는데 4백여만 원의 임금을 이씨에게 줬다고 세무서에 신고한 건 수도권의 건설사 두 곳이었습니다.

[이 모씨/제보자]
"저는 두 건설업체에서 일한 적이 없습니다. 통장을 확인해보니 들어온 급여는 당연히 없었고요."

제보자와 함께 건설사를 찾아갔습니다.

[A건설사 관계자]
"지금 오신 분 뭐하시는 분이에요?"

[이 모씨/제보자]
"제가 피해자죠. 명의도용 피해자…"

그제서야 건설사는 이씨와 이름이 같은 동명이인을 세무서에 잘못 신고했다고 해명했습니다.

[A건설사 관계자]
"용역회사에서 그거를 잘못 주셨어요. 신분증을. 동명이인이었어요. 그래서 신분증하고 다 해가지고 세무서에 다 제출했어요. 정정신고 다 하고…"

또 다른 건설사도 같은 이유를 댔습니다.

이런 착오는 인부를 공급했던 인력업체 때문이라고 떠넘겼습니다.

[B건설사 관계자]
"(인력업체) 사장님이 동명이인이라서 착각을 해서… 그러니까 얘기해준 거잖아요. 그렇게 (명단을 잘못) 받아서 한 거라고… 됐어. 됐어. 더 이상 얘기하지 마세요."

건설사들이 말하는 동명이인은 중국인 동포 이모 씨.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인력업체에 찾아가 물었습니다.

[인력업체 관계자]
"설명해줄 필요도, 설명할 의무도 없고 방송국에… 우리가 뭐 잘못했으면 과태료를 내든지, 뭐 알아서 우리가 하는 거지."
(그럼 동명이인이 누군지 좀 확인을…)
"그거는 우리가 알아서 하는 거지 당신한테… 나가라니까! 나가!"

동명이인이 일했고, 돈을 받아갔다는 확인만 하면 될 일 같은데 인력업체 사장은 도망까지 갑니다.

[인력업체 관계자]
(동명이인이라는 분 이OO씨 연락처를 좀 주세요. 제가 그럼 연락을 해볼게요.)
"기자 선생님한테는 아무 것도 못 가르쳐줘. 알아도 못가르쳐 줘"

결국 취재진이 문제의 동명이인, 중국동포 이모 씨의 거주지를 알아내 직접 찾아갔습니다.

[이 모씨/중국동포 동명이인]
(건설사 공사장에서 일한 적 있으세요? 작년에?)
"손이 이렇게 그거(불편) 해가지고 못해요."

동명이인 이씨는 공사 일을 하기엔 자신의 몸이 불편하다고 했습니다.

[이 모씨/중국동포 동명이인]
"어렸을 때 병 걸려가지고요."
(일을 못해요. 첫 돌 때 뇌막염 앓아가지고 이렇게 장애인이 된 거예요.)
"이렇게 반신 못 써요."

결국 이 씨도, 동명이인도 두 사람 모두 일을 한 적도, 돈을 받은 적도 없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제서야 인력업체는 실제 일한 제 3의 인물이 있다고 다시 말을 바꿨습니다.

[인력업체 관계자]
"세무서에서 오해할까봐 그래서 그렇게 한 거예요. 뭐뭐 세금을 탈루하고 그런 건 없어요. 단지 다른 사람이 일 했는데…
(또 다른 분이 있다고요?)
"다른 사람이 했다니까요. 다른 사람."

인건비 비용을 부풀리는 건 과거 건설사들의 전통적 탈세 수법이었습니다.

[신방수/세무사]
"법인세라는 게 수익에서, 매출에서 이제 비용을 빼서 계산하거든요. 그래서 인건비를 부풀리면 자기네들 이익이 줄어가지고 법인세가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하죠."

관할 세무서는 관련 자료를 확보하는 대로 해당 건설사 2곳에 대한 세무조사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모씨는 여전히 '나는 400여만원을 받은 적이 없다'는 증명을 스스로 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바로간다, 김성현입니다.

(영상취재 : 이지호·이상용 VJ, 영상편집: 장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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