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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간다] 갑자기 바뀐 '접선' 장소…"경찰 붙었어 튀어!"

[바로간다] 갑자기 바뀐 '접선' 장소…"경찰 붙었어 튀어!"
입력 2019-06-07 19:58 | 수정 2019-06-07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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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

    바로간다, 인권사회팀 김세로 기자입니다.

    국내에선 한해 5만 명 가까이, 매일 130명이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가 소중한 재산을 범죄 조직에 속아 빼앗기고 있습니다.

    경찰은 '잡아도 잡아도 끝이 없고 윗선을 파고들수록 미궁에 빠지는 게 보이스피싱 조직'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보이지 않는 괴물과 싸우는 심정'이라고 토로하기도 합니다.

    이 '괴물' 조직을 쫓는 현장을 보이스피싱 전담 형사들과 함께 가보겠습니다.

    서울 강남역 지하상가, 사복을 입은 형사들이 사람들 틈에 섞여 초조하게 주변을 살핍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이 접선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잠복하는 겁니다.

    취재팀은 접선 장소인 3번 출구를 주시하며 돌발 상황에 대비합니다.

    [김 반장/인천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중요한 접선이라, 몇 번은 (뺑뺑이) 돌릴 거예요."

    조금씩 약속한 시간이 다가오고.

    [김 반장]
    "내가 지금 여기 안 보이는 장소에 와 있거든. 그러니까 만약에 (나타나면) 그냥 발신만 눌러라."

    드디어 검거조가 투입됩니다.

    그런데, 좀 이상합니다.

    [윤 형사/인천경찰청 지수대]
    "(접선 장소를) 12번 출구로 지금 이동한다는 거예요. 얘네 지금 근처에서 보고 있어요."

    갑자기 접선 장소가 바뀌었습니다.

    [윤 형사]
    "박oo 순경 붙였어요. oo이도 지금 (있던 곳에서) 뺐고, 12번 출구 알아서 그냥 잠복하라고 했고."

    ("평소에도 이렇게 자주 바꿔요?")
    "예, 계속 바꿔요."

    상대가 뭔가 수상한 낌새를 알아챈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섭니다.

    [김 반장/인천경찰청 지수대]
    "여기 보시면 알겠지만, 여기가 인파들이 많고 도주로가 많아요. 샛길 같은 데 들어가면 인파가 많아 가지고 거기 안에 휩쓸리면 찾기가 힘들어요."

    다시 시작된 잠복 근무.

    20분 뒤, 마침내 신호가 왔습니다.

    재빠르게 내달리는 형사를 쫓아, 함께 뛰었습니다.

    다행히 작전 성공, 30대 남자 조직원 한 명을 잡아냅니다.

    "변호사 선임할 수 있고, 변명의 기회 있고, 진술 거부권 있어요."

    이 조직원의 역할은 보이스피싱 계좌로 쓸 남의 명의의 '현금카드'를 수집해 전달하는 겁니다.

    이 '수거책'의 손가방에선 현금카드 6장, 현금을 송금한 전표들이 나왔습니다.

    미성년자인 고교생의 체크카드도 포함됐습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원]
    "예, 인출한 거예요. 오늘 한 거예요. 인출한건 보냈죠."
    ("무통장으로?")
    "예."

    곧바로 경찰 차량에 태워 이동하는 순간, 이 조직원의 휴대전화로 다급한 메시지가 날아듭니다.

    "'경찰 달고 있는데' 이러네. '튀어라?'"

    다른 조직원이 따라붙어 현장을 목격했는지, 붙잡힌 조직원에게 한발 늦게 '도망치라'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낸 겁니다.

    [김 반장/인천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쉽게 얘기해서 '지킴이'라고 뒤에 따라 붙는거예요."

    [김 반장/인천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접선이 끝나면 걔를 만나서 전달하든지 그렇게 이뤄지는 거거든요."

    곧이어, 현재 상태를 확인하려는 듯 전화도 걸려옵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원들 실제 통화]
    ("지하철 타셨어요?")
    "아뇨, 기다리고 있어요."

    [보이스피싱 조직원들 실제 통화]
    ("뭘 기다려요?")
    "지하철을 타려고, 배고파가지고 좀 있다가…"

    [보이스피싱 조직원들 실제 통화]
    ("그 꼬맹이 걔 잘 끝났어요?")
    "아뇨, 없던데요."

    이번엔 서울 신림동, 현금카드 거래 현장을 덮치기 위해 잠복했습니다.

    [김 형사/인천경찰청 지수대]
    "만약 이쪽으로 오면 여기서 바로 잡을 거고, 저쪽으로 가면 저기서 잡을 거예요."

    곧바로 접선 장소에 나타난 남성이 경찰에 붙잡힙니다.

    그런데, 뭔가 어리둥절해 하는 표정, 용의자는 가방을 멘 학생입니다.

    [윤 형사/인천경찰청 지수대]
    "변호사 선임할 수 있고, 변명의 기회 있고, 진술 거부권 있어요. 이해됐죠?"
    ("저 지하철 퀵인데…")

    이 20대 대학생은 지하철 택배 아르바이트를 하는 중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들고 있던 상자를 열자 숨겨둔 현금카드 뭉치가 나옵니다.

    "이게 뭐야? 카드 보이죠?"

    [보이스피싱 전달책]
    "아니 저 지하철 퀵, 이거 배송해 준 거밖에 없어요, 진짜."
    ("어디 회사 퀵인데?")

    보이스피싱 조직에 카드를 전달하는 '심부름꾼'인 셈입니다.

    [전직 보이스피싱 조직원]
    "페이스북이라든지 아니면 카페 이런 곳에서 '고수익 알바' 이런 걸로 많이 구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학생이다 보니까 '고수익 알바에' 혹해서."

    최근엔 당장 일자리가 아쉬운 20~30대 청년들이 말단 조직원으로 이용됩니다.

    지난 4월, 경찰에 붙잡힌 37살 이 모 씨,

    [경찰관]
    "돈 꺼내와, 돈 어딨어?"

    안방의 장롱 서랍을 열자 오만 원 권 돈다발이 무더기로 나옵니다.

    현금으로 8천만 원입니다.

    이 씨가 보이스피싱 계좌에서 인출해 조직에 보내던 자금 중 일부를 빼돌려 챙긴 겁니다.

    [경찰 관계자]
    "강력범들은 범죄를 저질러도 대부분이 다 검거가 되고, 또 형량도 비교적 높습니다. (그래서) 좀 더 수입도 많고, 검거도 잘 되지 않는 보이스피싱을 저지르고 (있는 거죠.)"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 금액은 4천4백억 원으로 역대 최대였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넉 달만에 벌써 2천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피해 규모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말단 조직원들만 잡아서는 근절되기 힘든 보이싱피싱 범죄.

    우리는 언제까지 이 어처구니 없는 속임수에 눈물을 흘려야 할까요.

    다음엔 이들 범죄 조직의 심장부를 파헤쳐 보겠습니다.

    바로간다, 김세로 입니다.

    (영상취재: 주원극, 김동세 / 영상편집: 여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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