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뉴스데스크
기자이미지 임상재

청소하다 '따끔'…에이즈 주삿바늘이 아무렇게나

청소하다 '따끔'…에이즈 주삿바늘이 아무렇게나
입력 2019-06-17 20:01 | 수정 2019-06-20 11:36
재생목록
    ◀ 앵커 ▶

    최근 갑자기 숨진 서울의료원 청소 노동자의 사망 원인으로, 의료 폐기물로 인한 병원내 감염이 의심이 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병원에서 사용한 주사기들을 치우는 일도, 또 피 튀긴 수술실 바닥을 닦는 일도 모두 청소 노동자분 들의 몫이었는데요.

    버려진 주삿바늘에 찔려본 경험이 있다는 노동자도 열명 중에 여섯 명이나 됐습니다.

    임상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서울대병원에서 일하는 청소 노동자 서기화씨는 지난 2011년 중환자실 청소를 하다 바닥에 뒹굴던 주사바늘에 찔렸습니다.

    찔린 뒤 알아보니 에이즈 환자에게 사용했던 주사기였습니다.

    [서기화/서울대병원 청소노동자]
    "큰일났다 싶어 깜짝 놀랐죠. 일단은 피를 짜고… 당시 생각에는 내가 손만 자르면 내 목숨을 구할 수 있지 않겠나…"

    곧바로 응급 처치를 받아, 감염은 피했지만, 그때 상황을 떠올리면 두 번 다시 병동 청소할 엄두가 안납니다.

    "소독약을 한 병이나 부어요. 감염약을 주는데 지금 항암제보다 더 독할 거예요. 그걸 먹으면 속에 있는 거 다 훑어내는 거 같아요. 설사하면서…"

    고병원성 감염환자가 쓰는 1인 무균실이나 음압병동, 피가 낭자한 수술실 바닥 청소까지 모두 병원 청소 노동자들의 몫입니다.

    [A국립대병원 청소노동자]
    "제대로 된 거 들고가는 게 아니에요. 그냥 파란 마포(대걸레) 하나 들고 가요. 복도 닦고 그러는 마포 들고 가요. 그러면 그 피냄새가 어디에 가겠어요."

    이렇다보니 치명적인 병원균이나 바이러스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높은 폐주사기에 찔려봤다는 청소 노동자는 무려 62.5%, 10명 중 6명이 넘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병원은 의료폐기물을 제대로 수거하고, 보관하고 멸균처리해야 한다는 규정은 있지만, 그걸 누가, 어떻게, 어떤 복장으로, 해야한다는 세부 규정이 없습니다.

    [A국립대병원 청소노동자]
    "2백 원짜리 빨간 코팅장갑을 끼고 일을 하는데 이걸 손으로 이렇게 만져요. 만지다 보면 감염이 될 수가 있고 찔릴 수도 있고…"

    더 큰 문제는 다른 환자에게까지 2차 감염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이연순/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병원에서) 환자가 이런 환자니 복장을 새로 갈아입든가 이런 얘기를 해줘야 우리가 다른 병실에 가서 또 일을 할 수가 있는 건데… 그 환자들한테 우리로 인해서 전염이 될 수가 있어요."

    병원 청소노동자 노조는 병원내 의료폐기물 처리를 둘러싼 위험의 외주화 문제에 대해 당국이 해결책을 내놓지 못할 경우 집단행동도 불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임상재입니다.

    (영상취재 : 전승현VJ, 영상편지 : 이상민)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