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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노동으로 죽어간다"…살기 위해 '거리로'

"중노동으로 죽어간다"…살기 위해 '거리로'
입력 2019-06-25 19:44 | 수정 2019-06-25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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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다음은 내 차례가 아닐까" 요즘 집배원들이 오토바이에 오를 때마다 드는 생각이라고 합니다.

    지난 달 정규직이 꿈이었던 30대 집배원에 이어서 이번 달엔 하루 12시간씩 일하던 40대 집배원이 숨졌습니다.

    올해 들어서만 9명, 지난 10년 동안, 집배원 180명이 과로나 교통사고, 자살 등으로 숨졌습니다.

    그래서 집배원들의 이번, 사상 첫 파업은 단순히 근로 조건 개선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기도 합니다.

    이어서 이정신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집배원의 하루 일과는 오전 7시30분 우편물 분류로 시작됩니다.

    집배원 한 명이 챙겨야 할 물량은 평균 1252통.

    이렇다보니 끼니는 거르거나 보통 컵라면으로 때우기 일쑤입니다.

    [조동희/집배원]
    (육개장(컵라면)은 간식인 거예요?)
    "네 아침에 바쁘게 나오거나 새벽에 한 시간 정도 일찍 나오거나 하면 라면이라도 먹으려고…"

    배당된 소포와 우편물을 작은 오토바이에 싣다보면 어느새 산더미처럼 쌓입니다.

    이걸 하루 평균 45km, 시골 지역은 100km 넘게 운전하며 배달합니다.

    이렇게 일을 하는 동안 집배원 한 명당 1년에 3.4회 사고를 당합니다.

    [조동희/집배원]
    "다치는 일은 비일비재한 거 같아요. 걷는 데 살짝 불편하거나 이래도 나오는 게 저희인 거 같아요. 왜냐하면 일은 해야되니까 저희는 돈을 벌어야 되고 팀원들한테 피해는 주기 싫고. "

    닳고 닳은 신발, 밑창에 구멍까지 났습니다.

    [조동희/집배원]
    "그 신발이 오래 신을 수 없잖아요. 저희는 오토바이 타게 되면 밑창이 다 닳아요. 그렇게 되면 또 사야 되고."

    토요일도 일년에 절반, 26번 일합니다.

    휴가는 1년에 고작 닷새 남짓 씁니다.(5.6일)

    물량은 많고 인력은 부족하고, 내가 쉬면 동료가 힘들어지는 탓입니다.

    [조동희/집배원]
    "뼈가 부러지지 않으면 무조건 나와서 일했던 거 같아요. 제가 안 나오면 팀원들은 저로 인해서 한 시간, 한 시간 반은 무조건 일을 더 해야하니까."

    집배원들은 하루 11시간, 한 해 2700시간 넘게 일한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과로는 질병과 사망으로 이어집니다.

    우체국 직원 병원진료 기록을 봤더니, 교사에 비해 심혈관 질환이 2~3배나 됐습니다.

    다리 골절은 36배, 팔 피부가 찢기는 건 20배나 많았습니다.

    해마다 평균 18명의 집배원들이 사고나 과로로 숨지고 있습니다.

    [이두환/서울 송파우체국 집배원]
    "되게 좀 제 스스로도 겁이 나기도 하고, 나도 언젠가는… 나도 이렇게 무리를 하면 안되겠구나 그런 생각을 많이 하는데, 또 그렇게 안 하면은 제시간에 퇴근을 할 수가 없으니까…"

    지난해 집배원 실태를 조사한 기획추진단은 주52시간 근무를 하려면 2천 8백여명의 신규 인력이 필요하다, 토요일 배달도, 시민들만 이해해준다면 일본처럼 없앨 것을 권고했습니다.

    우정노조는 바로 이 두 가지를 위해 인력충원을 위한 추경 편성과 경사노위에서의 논의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이정신입니다.

    (영상편집 : 한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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