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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검은 유혹…경유차에 '값싼 등유' 배기가스 '풀풀'

[단독] 검은 유혹…경유차에 '값싼 등유' 배기가스 '풀풀'
입력 2019-06-25 20:05 | 수정 2019-06-25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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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폐기물 처리 화물차 100여 대가 등유를 넣고 다니다가 적발이 됐습니다.

    등유는 차를 망가뜨리고 미세먼지를 더 많이 내뿜기 때문에 차량에 쓰면 안 됩니다.

    환경 보호를 한다는 사람들이 도리어 환경 오염을 시킨 건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숨바꼭질하듯 펼쳐진 불법 주유 현장을 이재민 기자가 잠복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화물차 한 대가 컨테이너 뒤로 숨더니 언덕으로 올라갑니다.

    빨간 유조차 옆에 차를 대자, 한 남성이 나타나 주유기를 꽂습니다.

    다섯 대, 여섯 대.

    어떻게들 알고 찾아오는지, 기름을 넣으려는 화물차는 끊이지 않습니다.

    유리창을 닦고, 청소도 하고, 마치 주유소인 듯 여유롭기까지 합니다.

    [한국석유관리원 직원]
    "타이어에 뭐 박히는 것이나 이런 것을 좀 치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낮에 옆에서 예비군 훈련을 하는데도, 불법 주유를 버젓이 계속합니다.

    "(저 사람이 나를 본 것 같은데) 의심을 좀 하는 것 같아요."

    한국석유관리원, 경찰과 함께 현장을 덮쳤습니다.

    [불법 석유 판매 종업원]
    "(등유 맞냐고 안 맞냐고!) 그런 것 같아요. (현행범 체포해)"

    유조차와 화물차에서 빼낸 기름에 시약을 넣어 봤습니다.

    경유라면 색이 변하지 않는데, 등유일 때 나타나는 보라색으로 변했습니다.

    [김성수/석유관리원 시험팀장]
    "경유에 투입되지 않은 식별제가 이 발색제와 반응을 해서 색상을 나타내고…"

    유조차를 몰고 와 등유를 판 사람은 일당을 받고 업자 밑에서 일했을 뿐이라고 말합니다.

    [불법 석유 판매 종업원]
    "아르바이트 좀 해 달라고 해 가지고 하는 건데, 뭔 상황인지 모르겠어요. (등유인 건 알았잖아요)"

    처음에는 등유인 줄 몰랐다던 화물차 기사는, 추궁이 이어지자 경유와 섞어 썼다고 변명하다 혐의만 늘어났습니다.

    [화물차 기사]
    "등유 아니, 경유하고 같이 넣은 거죠. 받은 거라니까요 첨가제, 힘 달리면 넣으라고. (가짜 석유를 스스로 제조하셨다는 얘기에요)"

    등유를 넣은 화물차들은 건설 폐기물 등을 수집하는 폐기물 처리 업체 차량 104대.

    팔려 나간 등유는 5년간 최소한 40억원어치입니다.

    판매 업자는 출장 주유까지 했습니다.

    교회 주차장, 어린이집 앞, 심지어 논두렁까지.

    인천과 부천, 김포 일대에서 현재까지 드러난 불법 주유 장소만 20군데입니다.

    불법 석유 판매 업자가 등유를 실어 나른 유조차입니다.

    탱크 내부는 두 공간으로 나눠져 있는데요.

    여기에 모두 3천 리터를 담고, 차 한대를 더 동원해서 하루에만 4천 5백 리터 가까이 팔았습니다.

    경유차에 등유를 넣으면 미세먼지와 유해 가스가 폭증합니다.

    일산화탄소가 최대 48%,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질소산화물은 25% 이상 늘어납니다.

    윤활력이 떨어져 엔진이 마모되고 연료 분사 장치가 막히기도 합니다.

    [김용호/석유관리원 검사팀 차장]
    "차량·건설 기계가 갑자기 멈춘다거나 해서 2차로 대형 교통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그래도 화물차 기사들은 한 달에 1백만원 정도 연료비를 아낄 수 있다고 몰래 등유를 넣었습니다.

    판매 업자는 엔진 고장을 걱정하는 운전자에게 첨가제도 함께 팔았는데, 여기에조차 콩기름을 섞었습니다.

    [불법 석유 판매 주유소 사장]
    "이렇게 갑자기 아무 통보도 없이, 당황스럽게…"

    경찰은 석유 판매업소 사장과 무허가 판매업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습니다.

    등유를 차에 넣다 적발된 사례는 지난 2016년 190여 건에서 지난해 300 건을 넘었습니다.

    일거리가 줄어든 화물차 기사들 사이에서 알음알음으로 퍼지고 있는데, 석유관리원은 판매자뿐 아니라 등유를 넣은 운전자도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MBC뉴스 이재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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