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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문제집 그대로' 시험 파문…학생들 '재시험' 곤욕

[단독] '문제집 그대로' 시험 파문…학생들 '재시험' 곤욕
입력 2019-07-10 20:16 | 수정 2019-07-1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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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시험 문제 유출, 이런 학교도 있습니다.

    1학기 중간 고사 수학 시험 문제 대부분을 EBS 교재나 심지어 교과서 문제를 그대로 복사해서 출제했습니다.

    이렇게라도 시험을 내야 아이들이 수학 공부할 의욕이 생긴다는 게 출제 교사의 해명입니다.

    한수연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서울의 한 사립 고등학교.

    지난 4월 치른 3학년 중간고사 이과 수학 시험지입니다.

    직선과 x축이 이루는 각의 코사인 함숫값을 구하라는 문제.

    그런데 이 문제는 EBS 수능 특강 교재 5페이지, 문제 1번과 똑같습니다.

    질문은 물론 심지어 보기와 답안 순서까지 그대로 옮겨놨습니다.

    이런 식으로 교과서와 EBS 문제집 등에서 베낀 수학시험 문제가, 총 21개 문항 가운데 확인된 것만 18개나 됩니다.

    [고3 재학생 A]
    "(EBS)수능 특강이랑 교과서 많이 풀어보라고 말씀하셨지, 그렇게까지 똑같이 나와서…"

    [고3 재학생 B]
    "너무 쉽게 나와서 점수가 높게 나오니까, 100점 맞아도 1등급이 없는 거예요."

    서울시교육청 학업 성적 지침에 따르면 이렇게 참고서 등에서 시험문제를 그대로 출제하거나 살짝 변경해서 내는 것조차도 금지돼 있습니다.

    특정 문제집을 봤다는 요행으로 성적이 좌우돼서는 안되기 때문입니다.

    [OO고등학교 관계자]
    "잘못을 했어요, 분명히. 학생들한테도 제가 전 반을 다 들어갔습니다, (이과) 5개 반을. 학부모 대표님들도 만나서 우리 학교는 (앞으로) 시험 관리를 철저하게 하겠습니다."

    그러나 정작 출제 교사에 대한 징계는 학교장 서면 경고가 전부였습니다.

    이렇게라도 해야 학생들이 공부할 의욕이 생긴다는 교사의 해명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입니다.

    [OO고등학교 관계자]
    "공부를 안 하고 하니까, 선생님 입장에선 공부 시키려는 동기 유발 차원에서…(안그러면) 백지 답안 수두룩하게 나오고. 공동 힌트를 주신 거라고 봐지는 거죠."

    일반고의 고충도 이해해달라고 했습니다.

    [OO고등학교 관계자]
    "(주변이) 자사고에 거의 포위돼있다시피 해요. 각 반에서 학업 능력이 있고 열의 있는 학생들 10명씩 빼내갔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자사고 생기고 난 후부터는 애들이 반응이 없습니다."

    논란이 계속되자, 학교 측은 문제의 중간고사 수학 시험을 무효 처리하고, 지난주 기말고사 때 중간고사를 다시 치렀습니다.

    결국, 피해를 본 건 학생들뿐입니다.

    [고3 재학생 B]
    "기말고사 준비만 하던 게 중간고사까지 가니까, 심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문제가 생기니까."

    [고3 재학생 C]
    "난이도가 많이 어려워졌어요. 중간(고사) 때는 잘 봤는데 기말 (재시험) 때 '내가 왜 이걸 다시 봐야되나'…"

    지난주 광주의 한 고등학교에서도 3학년 수학시험 문제 가운데 난도 높은 5문제가 유출돼 교육청이 특별 감사에 착수했습니다.

    특히 기숙사 생활을 하는 상위권 학생들에게만 문제를 사전에 나눠줬다고 알려져 파문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박철연/광주시교육청 장학관]
    "기숙사 학생 명단, 이런 것들을 들여다보고요. 특정한 학생들에게 차별이 정말 있었는지…"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사태 이후 교육 당국은 공정한 시험 관리를 약속했지만, 일선 학교들의 시험 사고가 잇따라 터지면서 학교 내신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MBC뉴스 한수연입니다.

    (영상취재: 윤병순 / 영상편집: 이정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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