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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용품' 배달시킨 당신…"우리에게도 휴가를"

'휴가용품' 배달시킨 당신…"우리에게도 휴가를"
입력 2019-07-15 19:53 | 수정 2019-07-15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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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이른 아침이나 늦은 밤에도 집 앞까지 배송 되는 택배.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너무나 편리하지만, 그만큼 택배 기사들은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는 얘기겠죠.

    택배 노동자들이 '우리도 여름휴가가 가고 싶다'면서, 8월 16일 하루를, '택배 없는 날'로 만들어달라.

    이런 깜짝 제안을 내놨습니다.

    양소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오늘 낮, 비가 오는 서울 강남의 한 주택가입니다.

    경력 5년차, 택배기사 박충환 씨의 손길이 바빠집니다.

    [박창환/택배 노동자]
    "안녕하세요. 택배 기사인데요."
    (네. 여기, 여기.)

    오늘 하루 배송할 택배는 130개, 3시간을 분주히 뛰었는데, 중간중간 장대비를 피하느라 고작 20개 밖에 돌리지 못했습니다.

    하필 이 구역 담당자가 하루 휴가를 낸 터라 오늘은 배송 물량이 더 늘었습니다.

    아침 7시에 나왔는데, 퇴근은 밤 10시가 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 일을 하는 게 너무 힘들어서 '차라리 나는 휴가 안 가겠다' (하는 사람도 많다.)"

    현재 박 씨 같은 택배기사들이 쉬는 날은 일요일과 공휴일뿐, 개인사업자로 계약한 처지라 하루라도 쉬려면 다른 기사에게 일을 넘기거나 대체 기사를 직접 구해야 합니다.

    [박창환/택배 노동자]
    "제가 받는 수수료보다 더 높은 금액을 주고서 사람을 쓰기 때문에 거기에서 손해가 발생하는 구조입니다."

    쉴 날을 찾기 힘든 택배 기사들이 오늘 기자회견을 열고 깜짝 제안을 내놨습니다.

    오는 8월 16일, 하루를 '택배 없는 날'로 지정해달라는 겁니다.

    목요일이 8·15 광복절인 만큼 금요일인 16일 하루를 쉬면 최장 나흘간 가족들과 여름휴가라도 다녀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도균/전국택배연대노조]
    "우리는 귀사를 비롯한 택배사의 택배 노동자 여름 휴가를 위해 8월 16일 '택배 없는 날'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청합니다."

    택배연대노조는 CJ와 롯데, 한진, 로젠 등 4대 택배사에 '택배 없는 날'을 허용해달라는 서한을 직접 발송했습니다.

    지난 2017년 서울노동권익센터가 조사한 택배 노동자들의 노동 시간은 한 주에 평균 74시간, 한해 3,800여 시간에 달했습니다.

    다음달, 택배없는 날이 과연 가능할지, 택배 기사들과 계약한 업체들의 반응이 주목됩니다.

    MBC뉴스 양소연입니다.

    (영상취재 : 김동세 / 영상편집 : 장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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