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뉴스데스크
기자이미지 염규현, 조의명

[로드맨] 베꼈습니다 놀러오세요

[로드맨] 베꼈습니다 놀러오세요
입력 2019-07-27 20:24 | 수정 2019-07-27 20:27
재생목록
    ◀ 기자 ▶

    길 위에 답이 있다 로드맨입니다.

    관광객 모시기 경쟁에 지자체들이 너도나도 큰돈을 들이고 있습니다.

    그럼 놀러가는 사람 입장에서는 볼거리도, 갈 곳도 많아진다는 건데요.

    과연 그럴까요?

    [사례1] 충남 예산 출렁다리

    이곳은 지난 4월에 개통된 예당호 출렁다립니다.

    보시는 것처럼 주말을 맞아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았습니다.

    [관광객 인터뷰]
    "여기 너무 길고. 너무 사람 많아서 좋습니다."
    ("여기 얼마나 긴지 알아요?")
    "사백? 402미터."
    ("도움을 많이 받으시는 스타일이시구나.")
    "네."

    하지만 이곳이 개통되면서 울상인 곳도 있습니다.

    [사례2] 충남 청양 출렁다리

    예당호에서 30km 떨어진 천장호 출렁다리입니다.

    10년 전 개통 당시에는 이 다리가 가장 길어서 관광객도 많았다고 하는데요.

    지금은 다소 한산한 모습입니다.

    [관광객 인터뷰]
    "또 이렇게 많이 생기면 식상하지 않을까 그런 염려가 되기도 하더라고요."
    ("여기도 출렁? 저기도 출렁?")
    "네, 그렇죠."

    인근 도시에 다른 출렁다리들이 생기면서 이곳을 찾는 관광객 수는 지난 4년간 절반 가까이 줄었습니다.

    [상인 인터뷰]
    "거기(예당호 출렁다리) 개통하고 난 다음부터는 서서히 줄기 시작해서. 지금은 40~50% 수준? 예전보다. 평일날은 아예 그냥 놀러 나온다고 생각하면 돼요. 가게니까 문을 열어야 되니까 여는 거지."

    [사례3] 논산 출렁다리 공사현장

    이 와중에 천장호에서 40km 떨어진 이곳 논산에 출렁다리가 또 생긴다고 합니다.

    지금 저 건너편에서 여기까지 공사가 한창 진행 중입니다.

    [논산시청 인터뷰]
    "예산 것을 똑같이 따라하기 위해서 진행하는 건 아니고요. 충남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관광객이 수요가 늘어나는 거니까."

    [사례4] 통영

    한 번 타보겠습니다.

    이게 오랜만에 타는 거라 긴장되는데요.

    [탑승객 인터뷰]
    "등산하는 게 아니라 케이블카로 올라가니까 굉장히."
    ("날로 먹는 느낌?")
    "날로 먹는 느낌도 있죠. 충분히, 그것도 굉장히 편했어요."

    이곳은 케이블카 안입니다.

    지금 보시는 것처럼 통영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올 정도로 전망이 좋은데요.

    그런데 어쩐 일인지 지난해부터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 줄었다고 합니다.

    [사례5] 사천

    인근 도시인 바로 이곳 사천에 지난해 이 해상 케이블카가 들어섰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관광객의 발걸음을 되돌리기 위해 통영은 어떤 대책을 내놨을까요?

    유력하게 거론되는 대안이 저곳 강구안 인근에 1,000억여 원을 들여 케이블카를 하나 더 만들겠다는 겁니다.

    새로운 케이블카 건립을 추진하는 통영 지역구의 정점식 의원은 "신중하게 추진하겠다"는 입장만 밝혀왔습니다.

    [팩트맨1]

    지자체가 너도나도 뛰어들면서 유행처럼 돼버린 흔들다리, 10년 사이 전국에 벌써 50개 넘게 생겼습니다.

    10년 전 200미터짜리 다리가 지어진 뒤로 갈수록 더 긴 다리가 세워져 250, 400, 600.

    마치 기록 경신하듯 점점 규모가 커지고 있습니다.

    공사비용도 10년 전 20억 원 규모였던 게 지금은 적어도 100억 원 규모, 군 단위 지자체 관광예산 2년 치를 다리 짓는데 쏟아 붓는 격이 됐죠.

    경기 침체의 영향일까요, 국내여행 시장은 주춤하고 있습니다.

    한 여론조사업체에 따르면 지난 석 달 새 국내 여행을 다녀왔다고 응답한 비율이 2년 연속 하락 추세라고 합니다.

    관광 시장 규모가 늘지 않으니 이쪽 지역 관광객이 늘면 그만큼 저쪽 지역 손님은 줄어드는 이른바 제로섬 게임이 된 거죠.

    하지만 특색 없이 비슷한 관광 상품이 늘어나는 건 결국 모두의 손실일 수밖에 없을 텐데요.

    관광지 뿐 아니라 사람들이 찾는 이른바 '골목 문화'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로드맨이 찾아가 봤습니다.

    [사례6] 경주 황리단길

    이곳이 천년고도 경주에서 가장 뜨고 있다는 골목이라고 하는데요, 이름이 황리단길이라고 합니다.

    한 번 둘러보겠습니다.

    [관광객 인터뷰1]
    ("다른 리단길 가본 거 있어요?")
    "망리단길 부산에 망리단길이라고 망리동에."
    ("부산에도 망리단길이 있어요?")
    "네."

    [관광객 인터뷰2]
    ("다른 데랑 이곳이 차별화 되는 점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요즘 디저트가 유행하면 경주 카페에서도 또 똑같이 따라서 하는 게 있는 것 같아서…"

    [사례7] 쌍리단길

    경주뿐이 아닙니다.

    경리단길의 이름를 딴 골목은 전국에 열 곳 넘게 들어섰습니다.

    이곳은 서울 쌍문역 주변인데요.

    이곳도 이름이 쌍리단길이라 불린다고 합니다.

    [가게 주인 인터뷰]
    "(소비자입장에선) 리단길이 있어서 유명하고 이래서 좋다고 할 수 있는데 이제 저는 장사하는 입장에서 거품이 금방 꺼질까봐. 소비자들은 새로운 리단길을 계속 찾아 가니까…"
    ("여기만의 고유한 이름을 갖는 것도 대안일 수 있을까요?")
    "저는 쌍문동 자체가 이름이 오래된 고유 브랜드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골목 상권이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해 보입니다.

    하지만 골목들의 이름이 다 비슷하게 불리면서 도리어 골목들의 개성을 빼앗는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팩트맨2]

    최근 한 학술 논문에서 리단길이란 이름이 붙은 주요 골목 상권들을 분석해봤더니, 다른 건 주변과 크게 다를 게 없는데 유독 특이한 차이점 하나가 공통적으로 발견됐다고 합니다.

    바로 프랜차이즈 비율인데요.

    주변 기존 상권은 절반 이상이 프랜차이즈인 반면, 리단길들은 그 비율이 1/6밖에 안 됐더란 거죠.

    고만고만한 유명 브랜드 대신 개성 넘치는 가게들로 채워진 골목에 사람들은 리단길이란, 일종의 칭찬같은 별명을 붙였다는 분석입니다.

    이런 전국의 리단길들이 서울의 분위기를 따라가고, 어디서 본듯한 분위기로 바뀌어가는 건 결코 좋은 일이 아니겠죠.

    강점인 개성을 스스로 포기한다는 뜻일테니까요.

    원조 리단길인 경리단길은 최근 임대료 폭등으로 작은 가게들이 대거 쫓겨난 결과 특유의 분위기를 잃고, 찾는 이의 발길도 많이 줄었다는데요, 다른 곳에서 이런 일들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하는 게 상인들, 손님들의 바람일 겁니다.

    사람들은 지역의 고유한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관광을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베끼기에만 급급하다보면 서로 살아보겠다며 시작한 관광 산업이, 오히려 서로를 죽일 날도 머지않을 것 같습니다.

    로드맨이었습니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