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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마다 다른 어린이집 밥상…'금식판' vs '흙식판'

동네마다 다른 어린이집 밥상…'금식판' vs '흙식판'
입력 2019-08-01 20:35 | 수정 2019-08-01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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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서울의 한 공립어린이집과 대구의 한 사립어린이집 급식입니다.

    소고깃국에 오징어볶음, 후식으로 얼린 홍시가 나온 이 급식은 3500원짜리, 다시마뭇국에 김치 몇 점 나온 이 급식은 2200원짜리, 1천3백원 차이가 납니다.

    무상 보육 차원에서 정부가 어린이집 급간식비를 지원해주고 있다는데, 왜 어린이들이 이렇게 밥 먹는 것마저 차별을 겪는 걸까요.

    남재현 기자입니다.

    ◀ 리포트 ▶

    같은 밥인데도 한쪽은 잡곡밥, 다른 한쪽은 그냥 흰쌀밥입니다.

    국도 한쪽은 소고기가 많이 들어 있고, 다른 한쪽은 무만 보입니다.

    중앙정부가 주는 어린이집 급간식비는 하루 1745원.

    여기에 각 지자체가 얼마나 더 추가 지원을 하느냐에 따라 급식의 질이 달라집니다.

    한 학부모 단체가 전국 240여개 지차제의 어린이집 급간식비 지원금을 전수 조사해보니, 충북 괴산군 1190원, 울산 중구 20원으로 지역마다 천차 만별이었습니다.

    아예 한 푼도 지원해주지 않는 지자체도 70곳이나 됐습니다.

    [강미정/'정치하는 엄마들' 활동가]
    "점심에 라면을 준다든지 물밥을 준다든지 이런 일이 실제로 비일비재합니다. 부모의 직업이 다르고 사는 지역이 다르다고 달리 먹으면 되겠습니까."

    무상보육을 하겠다는 중앙정부도 인색하긴 마찬가집니다.

    정부는 점심 1번과 간식 2번에 대한 어린이집 급간식비로 1인당 하루 1745원을 쓰라며 지원금을 주는데, 11년째 그대로입니다.

    물가인상률도 반영되지 않은 기준 급식비에 일부 사립 어린이집의 꼼수까지 작용하면 급식의 질은 더 떨어집니다.

    인천의 한 어린이집이 학부모들에게 찍어보낸 급식 사진입니다.

    푸짐해 보이는 소고기덮밥.

    하지만 아이들이 실제 먹는 것은 사진과 다르다고 교사들은 고백합니다.

    [00 어린이집 보육교사]
    "보통 엄마들한테 '오늘 식단으로 먹었다'라고 사진을 올려 주거든요. 실제로는 거의 3분의 1정도. 반 정도. 이 정도만 배식을 하죠."

    소고기 1kg, 딸기 500g 1팩, 18개 바람떡을 원아 21명에게 나눠 먹이는 식인데, 정부와 지자체의 급간식 지원금으로 산 식재료마저 원장들이 가져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00 어린이집 보육교사]
    "식재료를 많이 사 놓고 어린이집에 쓸 것들을 넣어 주고 나머지는 집으로 가는 경우가 흔하게 일어나는 경우라고 보시면 돼요."

    정부의 급식비 지원은 11년 전 수준에 멈춰있고, 일부 어린이집에선 여전히 급식비마저 빼돌리다보니 어느 동네, 어느 어린이집에 다니느냐에 따라 급식 격차가 크게 벌어질 수 밖에 없는 겁니다.

    학부모단체는 어린이집 급식 격차를 줄이려면 11년 치 물가인상률만이라도 반영해 2천 6백원 선으로 올려야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투명성 확보 없이는 인상 효과가 적을거란 우려도 있습니다.

    [정익중/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아이들에게 돌아간다는 게 확신이 된다면 (급식 지원금을) 왜 못 올려주겠어요. 모든 곳을 동일하게 올려주기 보다는, 투명성을 공개할 수 있는 곳부터 먼저 지원을 올려주는 방법을…"

    전문가들은 아이들에게 제대로된 급식을 먹이려면 지원금 인상 뿐만 아니라 식자재 공동구매 등 비용 절감과 투명성 확보의 노력을 함께 해야한다고 지적합니다.

    MBC뉴스 남재현입니다.

    (영상취재: 한재훈, 김재현 / 영상편집: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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