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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 하나 없는 '땡볕'…노동자 3백 명이 쓰러졌다

그늘 하나 없는 '땡볕'…노동자 3백 명이 쓰러졌다
입력 2019-08-05 19:53 | 수정 2019-08-05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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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이번에는 폭염에 가장 취약한 곳 중에 하나죠.

    야외 건설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

    올 여름 열사병 같은 온열 질환에 걸린 환자가 천 명에 육박하고 있는데, 가장 많이 발생하는 장소가 바로 건설 현장 같은 '실외 작업장'이었습니다.

    온열 질환자 세 명 중에 한 명 꼴로 나타났는데요.

    그래서 정부가 폭염 경보가 내려진 날에는, 세 시간 정도 작업을 중단 하라. 이렇게 권고를 했는데, 잘 지켜지고 있는지, 임상재 기자가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 리포트 ▶

    나흘째 폭염경보가 이어진 서울 도심의 한 건설현장.

    오후 2시, 폭염이 절정인 시간에도 싣고, 나르고, 두드리는 작업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안전모에 장갑은 물론 살이 익을 정도의 열기를 막으려면 긴팔 옷을 입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형 선풍기가 있지만, 오늘 같은 날씨엔 더운 바람일 뿐입니다.

    물을 통 채로 들이켜고, 연신 부채질을 해도 콘크리트와 철근들이 뿜은 열기는 피할 수 없습니다.

    열화상 화면으로 보니, 46도까지 치솟았습니다.

    폭염 경보가 내려진 35도가 넘는 날엔 야외 노동자들은 오후에 3시간을 쉬도록 한 정부 권고안이 있지만, 지켜지기가 쉽지 않습니다.

    [현장 관계자]
    "아무래도 저희는 공사를 빨리 해야되는데 권고니까 잘 지켜지기가 힘들죠."

    경기도 오산과 안산, 수원 등 수도권 대부분의 지역에도 폭염경보가 내려졌지만, 작업 중단 조치가 이뤄진 곳은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김태범/건설노조 경기중서부 건설지부장]
    "땀이 그냥 온몸에서 줄줄 흐른다… 전화 상으로 몇 군데 확인을 해봤는데요. 작업을 중단했다라고 이렇게 확인해주는 현장은 단 한군데도 없었습니다."

    비슷한 시각, 인천공항 활주로.

    그늘 한 점 없는 이 곳에서도 수하물을 싣고 옮기는 작업이 쉴 새 없이 이뤄집니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열기에다 자외선까지 강하다보니, 얼굴까지 마스크로 칭칭 무장해야 합니다.

    [인천공항 지상조업 노동자]
    "계속 비행기가 뜨고 내리고 하니까 작업중지 그런 거는 여기하고는 거의 안 맞아요."

    찜통 더위에 자동차 열기까지 온 몸으로 견뎌야 하는 백화점 주차 요원들에게도 작업 중단은 꿈같은 이야깁니다.

    그나마 교대 시간이 다소 빨라진걸 다행으로 여깁니다.

    [백화점 주차요원]
    "원래 (근무 주기가) 두 시간 하는 거 폭염 경보 때는 1시간으로 바뀌어서…"

    지난해보다 덜하다는 올 여름 폭염에도 3백 명이 넘는 실외 작업자들이 열사병이나 탈진 같은 온열질환을 겪었습니다.

    폭염시 야외 작업 중단이 '권고'가 아닌 노동자의 건강을 지키는 실질적 조치가 되려면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국회에는 이미 법이 발의돼 있지만, 폭염때마다 반짝 관심을 받을 뿐 제대로 된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MBC뉴스 임상재입니다.

    (영상취재 : 김두영·윤병순, 영상편집 : 문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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