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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식 먹었다고·인사 안 했다고…경위서 써야 할까

간식 먹었다고·인사 안 했다고…경위서 써야 할까
입력 2019-08-07 20:09 | 수정 2019-08-07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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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회사에서 경위서 써보신 분들 있을 겁니다.

    그런데 경위를 밝힐 만한 중대한 일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 "인사를 안 한다" 거나 "근무 중 간식을 먹었다"는 이유로 경위서를 쓰는 직장인들이 있습니다.

    게다가 "한 번 더 그러면 징계를 받겠다. 퇴사하겠다." 이런 식의 '거취를 건 다짐'을 쓰라고 강요받기도 하는데요.

    임상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주, 병원 청소노동자들이 관리자의 갑질을 고발하는 집회를 열었습니다.

    갑질 중에는 툭 하면 경위서를 쓰라고 했다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안수빈/청소노조 고대안암병원 분회장]
    "소장은 밥 먹으러 1분만 먼저 가면, 경위서를 쓰라고 강요했고 지금은 먼지만 조금 있으면 경위서를 받고 있습니다."

    실제 해당 병원 청소 노동자인 오 모 씨는 1분 일찍 일을 마쳤다는 이유로 경위서를 써야 했습니다.

    [오 모 씨/청소 노동자]
    "퇴근할 때 (병동에서) 1분 빨리 내려왔다고. 4시 넘어 왔는데 자기 말로는 4시 못돼서 왔다고 시말서 쓰라고 하도 그래서 그날 걸린 사람이 엄청 많아요."

    경위서 내용을, 관리자가 불러주는 대로 쓴 경우도 있습니다.

    [김 모 씨/청소노동자]
    "자기가 불러주겠다, 그래서 불러주는 대로 써서·· 몸이 떨려서 글씨를 어떻게 썼는지도 몰라요. '또 한 번 지저분하다고 지적을 당할 때에는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된다'(라고 썼어요.)"

    관리자는 이렇게 마음에 안 들 때마다 받아 둔 경위서로 해고 협박까지 했습니다.

    [오 모 씨/청소 노동자]
    "'당신 한 두 번 (경위서) 썼어? 4번이나 썼잖아. 징계위원회 열어서 조치 취하겠다'고 그러면서 한 번만 더 쓰면 당신 모가지고…"

    또 다른 병원 청소 노동자는 떡을 먹었다는 이유로 경위서를 써야 했습니다.

    [청소노동자 A씨]
    "(탕비실에서) 떡을 갖고 왔으니까 빨리 한쪽 먹고 일하자고·· 한쪽 서서 먹고 있었는데 감독하고 반장이 들이닥치더라고요. 자존심 상하죠. 먹는 거 가지고 그런 거 쓰니까…"

    직장갑질 119에는 '상사에게 인사를 하지 않아서' '동료 컴퓨터를 대신 켜줘서'와 같은 황당한 이유로 경위서를 썼다는 신고가 쇄도하고 있습니다.

    [최혜인/직장갑질119 노무사]
    "업무상 실수나 회사 규정을 위반한 것과 무관하기 때문에, 그런 내용으로 경위서를 작성할 이유는 없습니다. 무차별적으로 경위서 작성을 강요하는 거는 '직장 내 괴롭힘'이 될 수 있습니다."

    또 경위서에는 육하원칙에 따른 사실관계만 드러나면 될 뿐, 사과나 반성을 쓰라고 해서는 안 됩니다.

    [최혜인/직장갑질119 노무사]
    "반성이나 사죄하는 내용이 들어가는 거는 근로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대법원에서 헌법에 위배된다라고…"

    물론 업무실수나 사규위반에 대해 직장 상사가 경위서를 쓰게 할 수는 있습니다.

    다만 경위서를 몇 번 썼다고 징계 대상이 될 수 있는지는, 취업규칙을 확인해봐야 합니다.

    MBC뉴스 임상재입니다.

    (영상취재 : 강종수 / 영상편집 : 양홍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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