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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숨진 순간 내 삶도 멈춰"…또 '극단적 선택'

"동료 숨진 순간 내 삶도 멈춰"…또 '극단적 선택'
입력 2019-08-09 20:10 | 수정 2019-08-09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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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3년 전 태풍 차바가 남해안에 상륙했을 당시 구조 활동 도중 급류에 휩쓸려 숨진 고 강기봉 소방교의 동료 소방관 한 명이 며칠 전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당시 눈 앞에서 동료를 잃은 이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려 왔다는데요.

    동료들은 순직을 승인해달라 요구하고 있습니다.

    고나영 기잡니다.

    ◀ 리포트 ▶

    "강기봉 소방교, 마지막으로 명령한다. 소방교 강기봉은 즉각 귀소하라."

    지난 2016년 10월 울산을 덮친 태풍 '차바'.

    당시 구조활동을 하다 급류에 휩쓸려 숨진 강기봉 소방교의 영결식에는 현장에 함께 출동했던 정 모 소방장도 있었습니다.

    동료를 보낸지 3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정 소방장의 시간은 생사가 오갔던 그 순간에 멈춰 있었습니다.

    태풍 속에서 홀로 살아남았다는 트라우마가 정 소방장을 괴롭혀 왔던 겁니다.

    정 소방장은 한 달에 두 세 차례 병원에서 상담을 받았고 평소 6-7개의 알약을 복용해 왔습니다.

    그런데 지난 5일, 정 소방장은 자신이 일하던 소방센터 인근 야산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습니다.

    동료들은 그가 숨지기 이틀 전까지 "3주 째 금주에 성공했다"고 자랑했다며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조동현/농소119안전센터 센터장]
    "자기 동료를 살리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미안함 때문에 우울증 앓으면서 병원에서 약 먹어가면서 지금까지 버티다가, 버티다가…"

    지난해 우리나라 소방관 4만5천여 명 가운데 우울증 진단을 받은 소방관은 4.9%인 2천2백여 명,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도 4.4%인 2천여 명에 달했습니다.

    [김성률/신경과 전문의]
    "(소방 공무원들은) 밤낮이 바뀌어서 일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그런 상황들이 이런(우울증)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사실은."

    가장 최근 통계인 지난 2017년 한해 동안 극단적인 선택을 한 전국의 소방관은 모두 15명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업무와 관련된 정신장애가 인정돼 순직 처리된 경우는 단 한건도 없습니다.

    울산소방본부는 숨진 정 소방장의 트라우마 진료 기록 등 관련 자료를 종합해 순직 승인 신청을 할 예정입니다.

    MBC뉴스 고나영입니다.

    (영상취재: 김능완/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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