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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미지 염규현, 조의명

[로드맨] 우리 '티 나게' 따로 삽시다

[로드맨] 우리 '티 나게' 따로 삽시다
입력 2019-08-10 20:28 | 수정 2019-08-10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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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

    길 위에 답이 있다, 로드맨입니다.

    '소셜 믹스의 민낯.'

    지난주 1부에서는 옥상으로 향하는 비상계단까지 막아놓은 서울 메세나폴리스 아파트에 대해 집중적으로 알아봤습니다.

    그런데 이 아파트 하나뿐일까요?

    다양한 계층이 함께 모여 살자며 시작된 소셜 믹스 정책.

    우리는 정말 '함께 살고' 있는 걸까요?

    ◀ 영상 ▶

    이곳은 최근 지어진 서울 중구의 한 아파트 단집니다.

    소셜믹스 정책으로 단지 안에 임대아파트도 함께 지어졌다고 하는 데요.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임대 아파트 동의 출입구는 아파트 정문에서 6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이렇게 따로 마련돼있습니다.

    [윤성재/임대아파트 주민]
    "저기(일반세대) 있는 사람하고 마주치거나 그러진 않습니다. (단지 내에)운동하는 그런 장소도 있고 욕실 목욕하는 그런 곳도 있고."
    (커뮤니티시설 같은 거 말씀하시는 거죠?)
    "네. 그런 걸 저는 이용을 못해요."

    일반분양 세대 주민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일반분양 세대 주민1]
    "나는 그쪽 (멀어서)가질 않는데 아예"
    (114동이 있는 건 아세요?)
    "아파트긴 한데 임대 동인 것만 알아요."

    [주민2]
    (임대 동이 뚝 떨어져 있거든요.)
    "단지가 크니까요."
    (단지가 커서?)
    "네."

    [금병학/일반분양 세대 주민]
    "같은 아파트 단진데 주차장도 따로 있고 입구도 따로 있으니까."
    (그런데 소셜믹스는 사회적으로 섞자는 거 아닙니까?)
    "믹스(혼합)가 안 된 거죠. 이렇게 보면."

    지금 이 앞쪽에 검은색 건물이 상가처럼 보이는데 실제로는 이곳도 아파트 건물이라고 합니다.

    건설사와 조합 측은 일부 조합원도 이 건물에 함께 입주해 차별은 아니라고 밝혔지만, 외관을 특별히 다르게 설계한 이유에 대해선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다양한 계층이 섞여 살도록 유도하는 소셜믹스 정책.

    잘 사는 동네, 못 사는 동네가 계층으로 굳어지는 현상이 사회 문제로 불거지면서 2003년 도입됐는데요.

    취지는 좋다지만, 불만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왜 그럴까요?

    소셜믹스 단지 주민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는데요.

    분양 세대 주민들 절반 가까이가 싫다는 답변을 내놨고요.

    의외인 건 임대 세대 역시 부정적 응답이 많았다는 겁니다.

    보이는, 보이지 않는 각종 설움 때문이라는데요.

    소셜믹스 단지로 묶어 놨어도 분양 세대는 주택법, 임대는 임대주택법이 적용되는데, 주택법이 상위법이라 대부분 경우 우선시됩니다.

    지자체별로 심의를 통해 차별적인 건축 설계를 막고는 있지만, 같이 살기 싫다는 아우성에 온갖 교묘한 편법이 난무하는 상황입니다.

    로드맨이 찾아가 봤습니다.

    이 아파트는 원래 한 층에 16가구가 붙어 있는 구조인데요.

    임대가구 6가구가 끝나는 지점에 이렇게 벽으로 막혀 있습니다.

    보통 복도식 아파트는 이렇게 뚫린 경우가 많은 데요.

    여기는 벽에 가로막혀있습니다.

    이쪽이 일반 가구고요.

    반대편이 임대가구입니다.

    [임대주민]
    "저쪽에는 있는 사람들만 사는 데예요. 여긴 아주 서민들만 살아요."
    (벽으로 굳이 막아놓을 이유가 있어요?)
    "계속 살고 있으니까 불편한가 좋은가 그런 것도 몰라요.

    같은 단지에 살아도, 심지어 같은 동에 살아도 '따로 사는' 사람들.

    '소셜 믹스'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정책일까요?

    (안녕하세요 저희 엠비씨에서 왔습니다.)
    "네."

    [입주자 대표]
    "어디가 임대 아파트인가요?)
    "지금 겉으로 보기엔 구분이 안되죠? (아니 지금 다 비슷한 아파트들이 쭉 있어가지고) 구분하실 수 없습니다. 외관상 보기에는."
    (이거 또 이 분이 주차 위반한 거는 자비가 없군요.)
    "네 그렇습니다."

    "작은 도서관이라던가. 또는 헬스장 모두 세대 구분 없이 그 함께 이용할 수 있고."

    [홍순복/일반분양 세대 주민]
    "사는데 불편한 이유 없고요. 또 소외층도 살아야 되잖아요."
    (다양하게 어우러져 사시는 군요.)
    "네. 어린아이들도 많고요. 외려 사람 사는 동네 같지 않나요? 좋아요.그런 부분이."

    [최경혜/임대세대 주민]
    "불이익을 당한 거는 전혀 없어요. 다양한 사람들과 어우러져 지내면서 아이들도 그 안에서 배려도 배우게 되고 '아. 나와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같이 놀 수 있구나.'"

    소셜믹스가 서로에게 상처만 주고 실패로 끝나지 않게끔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소셜믹스가 성공적으로 정착한 해외 사례를 보면, 공통점이 있는데요.

    대부분 임대주택에 대한 선입견부터 없앴다는 겁니다.

    임대주택을 주로 이민자에게와 취약계층에게 제공한 프랑스의 소셜믹스 실험은 실패로 끝난 반면, 네덜란드의 경우 누구나 입주할 수 있도록 개방하는 대신 저소득층에겐 월세를 따로 보조해 줬습니다.

    사는 집으로 차별할 여지를 '제도적으로' 없앰으로써, 다양한 계층을 억지로 묶어놓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조화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평갑니다.

    내는 돈이 다른데, 임대와 분양 주택을 동일하게 대우할 순 없다고들 말합니다.

    하지만 단순한 동 배치나 주거 면적의 차이를 넘어, 드러내기, 고립시키기, 낙인찍기로 이어진다면 사회적 갈등의 씨앗이 될 겁니다.

    그것은, 구별이 아니라 차별이기 때문입니다.

    로드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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