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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맨] 풍년이여 오지마오

[로드맨] 풍년이여 오지마오
입력 2019-08-17 20:26 | 수정 2019-10-07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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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 위에 답이 있다 로드맨입니다.

    수확철을 앞두고 농촌이 바빠지고 있습니다.

    올해는 비교적 풍년이라고 하는데요.

    그런데 어쩐 일인지 농민들은 손해가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왜 그런지 지금부터 가보겠습니다.

    지금 한창 바쁘신데요.

    복숭아가 잘 익었습니다.

    [정회철/옥천군 복숭아연합회장]
    "전국적으로 우리나라에 생산량은 많아졌을 거라고 생각을 해요. 올해는 20~30% 정도로."
    (작년이랑 비교해보면 가격이 얼마나 좀 달라진 거예요?)
    "4.5kg에 1만 7천~8천 원. 전년도에는 뭐 3만5천 원대까지 갔으니까."
    (반 토막이네요?)
    "반 토막이 난 거죠."

    농민분들 말씀이 맞는지 직접 확인해보기 위해 새벽 경매시장에 왔습니다.

    [전영기/청과시장 상인]
    "작년보다는 약 30%~40% (가격이)하락세죠. 올해는 작황이 좋아서."

    풍년이 들어 공급이 늘자, 오히려 가격이 크게 떨어진 겁니다.

    [이원균/가락시장 청과경매 담당자]
    ((농민들) 반응은 좀 어때요?)
    "시세가 형성이 잘 안됐다고 말씀을 드리면 좀 우시는 경우도 가끔 종종 계시고, 자기 물건은 쓰레기장에 버리라고 판매를 안 하겠다고 하시는 분들도…"

    상황이 이렇다 보니 농민들은 애써 키운 농작물을 그냥 이렇게 갈아엎기도 한다고 합니다.

    [이웅재/농민]
    (이게 지금 몇 평인가요?)
    "지금 6천 평 농사를 지었는데 무 농사만. 지금 6천 평 전량 다 폐기하고 있는 중이에요. 폐기하는 것도 또다시 인건비나 돈 들여서 폐기하는 중이죠."
    (매년 이렇게 하다 보면 빚도 생길 거 같은데?)
    "빚 많이 생겼죠. 제가 올해만 지금 한 1억 원 정도 마이너스가 된 것 같아요."

    [정종화/농민]
    "서울에서 아마 4천 원도 못 받는 가 봐요. 박스 당."
    (이거 하나가 400원을 못 받는 거네요? 혹시 무한테 한마디 해준다면 어떤 얘기 해 줄 수 있을까요?)
    "맛있게 먹게 못 해주고 밭에 버려서 미안해요."
    (무가 울고 있는 거 같은데.)
    "제가 울어요. 무가 우는 게 아니라 제가 울어요."

    풍년의 역설이란 말이 있다고 합니다.

    농사가 잘 되면 농민들도 보람을 느끼고 수익도 늘어야 하는데 오히려 반대 현상이 벌어진단 거죠.

    대표적인 소득 작물 마늘을 살펴볼까요.

    몇 년 전 가뭄으로 귀한 몸이었다가 지난해엔 농사가 잘 돼서 생산량이 25% 정도 늘었는데요.

    마늘농가 소득은 오히려 50%나 감소했습니다.

    풍년으로 소출이 늘어나면서 시장에 과잉공급 현상이 벌어지고, 판매가격이 폭락했기 때문입니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공산품과 달리 수요 공급을 정확히 예측하기도, 조절하기도 어렵기 때문인데요.

    마늘 뿐 아니라 배추, 무, 양파, 고추 등 주요 작물이 몇 년에 한 번씩 이런 파동을 겪고 있습니다.

    또 하나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건, 밭을 갈아엎을 정도로 판매가격이 바닥을 쳤다는데, 정작 장바구니 물가는 체감할 만큼 변화가 없다는 겁니다.

    왜 그런지 로드맨이 찾아가 봤습니다.

    [김순자/대형마트 손님]
    (일부 채소는 가격이 너무 폭락해서 농민들은 수확도 못하고 버리기도 한다던데?)
    "그런데 이런 배추 같은 거 보면 비싸지 않아요? 알배기 한 통에 3000원 씩이면 이게."

    [김지혜/대형마트 손님]
    "너무 비싸서 지금 많이 못 사고 있거든요. 계속 비교하고 있어요. 가격을."
    (이게 많이 못 산 건가요? 엄청 산 것 같은데?)
    "올해는 되게 복숭아가 싸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실제로 보면 하나에 거의 1500원 2000원 가까이 되거든요."

    대형마트에서 이렇게 판촉 행사까지 진행하고 있지만, 방금 들으신 것처럼 여전히 소비자들의 반응은 미지근합니다.

    그나마 직거래 장터는 사정이 나은 편입니다.

    소매상으로 갈수록 유통구조가 더 복잡해져 소비자도 웃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겁니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고용길/정선농협 남면지점장]
    (이걸 여기다가 쌓아 놓으신 이유가 뭡니까?)
    "저희가 이제 다음 주부터 대만으로 수출을 할 겁니다, 이게."
    (해외에다가 파는군요?)
    "네. 국내 가격이 없다 보니까 올해 4월달에 대만 현지에 가서 영업활동 다 하고 계약하고 그러고 왔습니다."
    (어떻게 말씀하셨어요?)
    "You! 배추 사!"

    대만은 소비량의 70%는 해외에서 수입을 해야 하는데, 다른 나라 배추보다 우리 한국산 배추가 품질이 우수합니다.

    국내 수요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수출 활로를 뚫었다는 겁니다.

    [황원배/싹틔움 대표]
    (안녕하세요. 이게 어떤 거죠?)
    "농산물 계약재배 중계 플랫폼 서비스인데요."
    (왜 온라인으로 하는 거예요?)
    "생산자는 계약자의 정보를 계약자는 생산자의 정보를 미리 온라인에서 확인을 하고. (그 후에)계약 미팅을 하게 되는데요 그런 것들을 더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

    생산자와 주문자 간 사전 계약을 늘리면 '가격 널뛰기'를 어느 정도 잡을 수 있다는 겁니다.

    또 다른 대안으로 기금을 조성하자는 주장도 있습니다.

    [위남량/농협대 겸임교수]
    "예산을 기재부로부터 받아 와야 하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협의를 하다 보면 길어지는 겁니다."
    (양파 다 썩는군요.)
    "네. 정부와 지자체와 농협과 농민이 같이 모금하는 최소 안정 지금을 만들어서 이 제도를 신속하게 시행할 수 있도록 하면 더 효과가 좋을 겁니다."

    지난 5년간 버려진 채소가 무려 40만 톤이나 된다고 합니다.

    풍년에도 흉년에도 피해가 이어진다면 그건 구조적인 문제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땜질식 처방보다 시스템에 변화가 필요한 때입니다.

    로드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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