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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베이어 멈춘 순간 삶도 멈췄다…참혹한 실습 현장

김성현 기사입력 2019-08-20 20:04 최종수정 2019-08-20 20:15
특성화고 현장실습 컨베이어벨트 일학습 병행법 도제학교법 직업계고
◀ 앵커 ▶

고 김동준, 김동균, 이민호 특성화고 3학년이던 세 학생은 현장 실습을 나갔다 고된 노동과 폭력에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공장 기계에 끼어 숨졌습니다.

그런데 국회는 얼마 전, 3학년 2학기보다 한참 이른 고2 때부터 산업 현장에 내보낼 수 있는 '일-학습 병행법'을 통과시켰습니다.

입법 취지야 나름 있겠지만 실습 현장에서 아이를 잃은 부모들은 이 법이 또 다른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몰 거라며 반대합니다.

오늘 이 문제 집중해서 짚어 보겠습니다.

먼저 김성현 기잡니다.

◀ 리포트 ▶

제주도의 한 생수 공장.

생수 상자를 나르던 컨베이어 벨트가 멈추자, 한 근로자가 분주히 움직입니다.

기계 안으로 들어가 뭔가를 살피는 순간, 생수 포장을 하는 육중한 선반이 내려와 이 근로자를 눌렀습니다.

18살 이민호 군, 지난 2017년 직업계고 3학년생으로 현장실습을 하던 중 사고를 당했습니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습니다.

[박정숙/故 이민호 군 어머니]
"기계가 민호를 누르고 있는 동안에 그 사람들이 민호를 발견도 못하고 애를 꺼낼 생각도 안하고 있을 때 민호가 얼마나 무서웠을까…"

석 달 전부터 기계가 수시로 멈춰서는 이상 조짐을 보였지만, 회사는 안전장치도, 감독자도 없이 실습생인 민호에게 작업을 떠맡겼습니다.

[이상영/故 이민호 군 아버지]
"(전임자가) '수리를 해야겠다' 보고를 계속했는데, 위에서 계속 잘라버린 거예요. 왜 안전망을 설치 안 했으냐 했을 때, '그거는 권고 사항이지 의무사항이 아닙니다'. 나중에 봤더니 다 의무사항이었어요."

학교에선 나무 가꾸는 원예를 배워온 민호가 생수공장으로 현장실습을 나온 지 4개월 만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이상영/故 이민호 군 아버지]
"혼자서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완전히 능수능란한 기술자가 아니면 다닐 수가 없는 그런 것을 학생한테 맡겨놓은 거죠."

김동준군은 전자기기 기술자를 꿈꾸며 직업계고에 입학했습니다.

그러나 3학년 현장실습 장소는 CJ 햄 공장이었습니다.

동준이는 하루 13시간 무거운 고깃덩이를 씻고 나르는 일을 도맡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중노동보다 더 힘들었던 건 상급자들의 가혹한 폭행이었습니다.

[강석경/故 김동준 군 어머니]
"(아들이 상급자에게) '왜 때리느냐고, 맞을 일 없지 않냐' 그러니까 다시 엎드려뻗쳐 시켜놓고 머리를 신발 신은 발로 막 짓이겼다고…"

폭행 사실을 부모나 회사에 알리면 죽이겠다는 협박까지 들어야 했고, 이를 견디다 못한 동준이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강석경/故 김동준 군 어머니]
"저도 살 수가 없습니다. 힘들다고 했는데 가지 말라고 했어야 되는가, 힘들어도 가서 견디라고 했어야 했는가라는 질문 속에서 날마다 쳇바퀴 돌듯이 제 가슴을 찍고 또 찍고…"

하루 14시간 근무에 월급 130만 원.

뷔페 음식점 토다이로 실습을 나간 김동균 군 역시 열악한 처우는 물론 폭행과 성추행까지 당했습니다.

어렵게 그만두겠다는 말을 꺼내자 또 한 차례 심한 폭행이 이어졌습니다.

[김용만/故 김동균 군 아버지]
"상관한테 얘기하니까 'XX 지금 이렇게 바쁜데 손님 이렇게 밀려들고… ' 폭행도 일어나고 뭐 뺨도 맞고, 굉장히 욕도 먹고 심하게 하니까 거기서 모욕감도 당하다 보니까…"

그날 동균이는 자신이 입었던 조리복을 벗어 놓고 극단적 선택을 하고 말았습니다.

동균이가 학교에서 키운 꿈은 전자 상거래 전문가였습니다.

이런 일을 당할 줄 알았더라면 직업계고도, 현장실습도 절대 보내지 않았을 거란 부모들.

아이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와 지적이 계속되고 있지만, 지난 2일 국회는 3학년 2학기부터 나가던 현장실습을 2학년부터 나가게 하는 이른바 도제학교법을 통과시켰습니다.

MBC뉴스 김성현입니다.

(영상취재 : 김우람 VJ, 영상편집 : 김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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