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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껍질 벗겨지도록"…일 배우려다 '꿈' 스러져

"얼굴 껍질 벗겨지도록"…일 배우려다 '꿈' 스러져
입력 2019-08-20 20:08 | 수정 2019-08-2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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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이렇게 고2 때부터 현장 실습을 하는 이른바 '도제 학교'는 2014년 스위스를 방문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우리도 어려서부터 장인을 키워보자"고 하면서 도입됐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현장을 경험한 학생들은 "이게 과연 교육인지 노동 착취인지" 혹은 "도제 학교를 선택한 건 실수였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대체 실상이 어떤 건지 곽동건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해까지 전남의 한 직업계 고등학교에 다녔던 김민국 씨.

    일찍 기술도 배우고 돈도 벌자는 생각에 2학년 때 '도제학교' 프로그램에 지원했습니다.

    민국 씨의 전공은 용접.

    하지만 실습을 나간 조선소 하청업체에선 허드렛일만 하며 1년을 보냈습니다.

    [김민국/특성화고 졸업생]
    "거의 시간 때우기만 하다 왔어요. 계속 청소만 하고 몇 명 보내서 허드렛일 좀 시키고, 물건 나르고…"

    3학년이 돼서야 비로소 용접 일에 투입됐지만, 과로에 시달리다 직업병까지 생겼습니다.

    [김민국/특성화고 졸업생]
    "날짜 안에 빨리빨리 해야 되고, 한 달에 두 번 씩 얼굴 껍질이 벗겨지는 거예요. 그 일을 계속하다가 허리디스크 증상이 온 거예요. 하체 마비가 한 번 왔었어요."

    월급도 제때 안주던 업체는 민국 씨 졸업 일주일을 앞두고 돌연 폐업했습니다.

    덩달아 이 업체에서 일하는 조건으로 합격했던 대학 입학도 취소됐습니다.

    민국씨는 지금 한 스낵바 점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김민국/특성화고 졸업생]
    "거의 막말로 하면 실험쥐란 말이에요. 실험쥐. 인력 양성 프로그램이 아니고 피해자 양성 프로그램이 된 거잖아요."

    180여곳에 달하는 도제학교에 정부는 한해 수 백억을 지원하고 있지만, 학생들이 어떤 기업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전남 교육청 조사에 따르면 실습을 나가서 청소나 창고 정리, 물건 나르기 같은 허드렛일을 했다는 학생이 76%, 4명중 3명이 넘었습니다.

    실습 업무가 학교 전공과 전혀 관련 없었다는 학생도 38%에 달했습니다.

    [김태희/특성화고 졸업생]
    "되게 속된 말로 '잡일'이라고 하죠. 그런 일들만 하고, 박스 포장이나 거의 그렇게 단순 막일들만 하다보니까…"

    허드렛일은 위험하기까지 했습니다.

    실습 현장에서 다칠 수 있겠다고 느낀 학생이 65.2%에 달했고, 실체 다쳤다는 학생도 3명 중 1명 꼴이었습니다.

    학교에 피해를 호소하면 참으라고 했습니다.

    취업률을 올리려면 한 명이라도 더 일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송정미/전남 청소년노동인권센터 대표]
    "'왜 (학교에) 말 안 해?' 이러면 (학생들은) '결과가 뻔하잖아요' 이런 말을 많이 해요. 변하지 않는다는 거죠. '네가 참아라' 그 다음에 '사회에 나가면 이보다 더하다'"

    사실상 고등학생을 기술자로 키우려는 업체도 찾기 어렵습니다.

    이렇다보니 학교는 실습 업체를 선정할 때 전공 관련성이나 업체 규모 등을 가릴 형편도 아니어서 도제교육은 말뿐인 경우가 허다한 겁니다.

    [하인호/직업계고 전직 교사]
    "학습 기업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요. 그냥 '교육할 수 있거나 여건이 되는 기업으로 한다'고 애매모호하게 표현하다 보니까 (부실한 기업을) 제대로 걸러낼 수 있는 법적 장치도 없는 상태에서…"

    유은혜 교육부총리는 50%를 밑도는 특성화고 취업률을 6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취업률을 올리는데 급급해 값싼 노동력을 원하는 위험한 일터에 어린 아이들을 내모는 것은 아닌지, 실태 점검과 제도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MBC뉴스 곽동건입니다.

    (영상취재 : 이준하·김재현v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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