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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미지 염규현, 남형석

[로드맨] 거부당할 준비 됐나요?

[로드맨] 거부당할 준비 됐나요?
입력 2019-08-31 20:24 | 수정 2019-09-09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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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 어딘가에서 출입금지를 당해본 적이 있으신가요?

    예전에는 간혹 클럽 등의 특정 유흥업소에나 있을 법한 얘기였는데요. 지금은 사회 구석구석까지 출입금지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 속사정은 뭔지, 해결책은 있는건 지 길 위에서 답을 찾아보겠습니다.

    이곳은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 단지 등굣길입니다.

    [조진혁 학생]
    "(어디 가고 있어요, 지금?) 학교요. (왜 이 편한 평지 놔두고 언덕길로 가요?) 경비 아저씨가 막아서. ( 경비 아저씨가 막아요? 왜 막아요?)입주민이 아니어서."

    [오예은 학생]
    "소음이 심하다고 돌아가라고 이렇게. 공공 기물도 훼손이 될 수 있다는 식으로 얘기를 하셔서."

    출입이 막힌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기가 차다는 입장.

    [인근 아파트 주민]
    "되게 양심도 없는 게 저렇게 막고 자기네들은 저희 길을 막 이용해요. 이용해서 시장가고 막 어린이집 유치원 통과하고 있고 이게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어요. 애들 상대로."

    [박영선 학생]
    "열 받기도 하고 치사해 가지고… (한이 맺혔구나 약간?) 출입 시도해서 몇 번 성공한 적은 있는데, 그냥 돌아가려고요."

    왜 이렇게 이웃 학생들의 출입을 막아놓은 걸까요?

    [B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
    "저한테는 묻지를 마세요.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의결해서 통제를 하는 거니까."

    [B 아파트 주민]
    "들어가 보시면 인도랑 주차장이랑 나뉘어져 있지가 않아요. 그래서 사고 때문에 이거를 막는다고 했는데 (단지 사이에) 합의하기 전에 저 아파트에서 언론이고 민원이고 막 넣어서 그런 거예요."

    이번에는 한 아파트 단지 놀이터에 왔는데요. 이렇게 현수막이 큼직하게 붙어 있습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안전 사고를 고려했다’는 입장이지만,

    [아파트 관리사무소장]
    "애들 와서 5,6학년 요즘 덩치가 크다 보니까 공 차는 게 세거든요. 그래서 입주민이 다쳐서 병원에 한번 간 적도 있어요. (놀이터에서 못 놀게 배제된 아이들은 굉장히 소외감이나 그런 걸 느낄 수 있는데요, 충분히 저 현수막을 보면서?) 고려를 했죠. 그런데 안전 관리자로 제가 선임이 되어 있으니까 제 책임을 피할 수가 없다는 거죠."

    단지 인근 주민들은 야박하다고 하소연합니다.

    [외부 주민]
    "서러워요. 속상하죠. 애들은 너무 놀고 싶어 하고 좋아하는데. 여기는 놀이터 자체가 주변에 없다 보니까 애들이 이쪽으로 많이 오거든요. 이제 여기 애들이 외부인이냐고 물어보는 경우도 있었어요."

    [팩트맨]

    아파트 단지나 아이들 놀이터까지 퍼진 ‘출입금지’ 문화.

    그 논란의 시작은 아마도 '노키즈존'일 텐데요.

    2년 전에 국가인권위원회가 "노키즈존은 어린이 차별"이라고 해석을 내렸습니다. 그런데도 검색 사이트에 ‘노키즈존 지도’를 쳐보면, 여전히 전국에 400개가 넘는 가게가 나옵니다.

    이런 지도가 생긴 것 자체가 그만큼 '노키즈존'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증거겠죠.

    최근 설문조사 결과만 봐도 성인 3명 중 2명이 노키즈존에 찬성한다고 답했습니다.

    일부 손님들의 에티켓 문제로도 볼 수 있지만, 반대로 말하면 사회적 포용력이 줄고 있다. 이렇게 해석을 할 수도 있겠는데요.

    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사회적 포용 지수는 0.27, 조사 대상이었던 OECD 30개 나라 중에 꼴찌라고 합니다.

    이제는 아이들뿐 아니라, 특정 집단이나 세대의 출입을 막는 가게들까지 생겨나고 있다는데요. 왜 그런지, 로드맨이 속사정을 들어봤습니다.

    이 카페는 학생들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왜 그런지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여기 써 있네요.

    [이언경, 이서연 학생]
    "앉아서 먹고 싶었는데 못 먹게 하니까 뭔가 조금 아쉬웠어요. 근데 어쨌든 저희 학년이 그런 거니까 저희에게도 공동의 책임이 있지 않을까요?"

    "저는 이 친구와 생각이 다르게 조용한 애들도 굳이 저 안에서 못 먹게 할 필요가 있을까. 시끄러우면 쫓아내면 되지."

    주변 700여m 안에 중고등학교가 7곳이나 있는데, 영업 손해를 굳이 감수하면서까지 학생들을 받지 않는 속사정이 있을까요?

    [카페 점주]
    "실제로 매출이 떨어졌어요. 학생들한테 미안한 마음도 있거든요. 그런데 (일부 학생들이)욕설을 한다거나, 위협적인 발언을 한다거나, 직원 퇴근시간에 몰려와서 가게 앞에 기다리고 있다든지 (그래서) 직원들이 근무를 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가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그랬어요.)"

    [가게 주인]
    "이쁜이 어딨지? 어딨지? 그런 식으로 막 얘기를 하고, 그런 쪽으로 아저씨들이 많이 힘들게 했어요."

    [가게 주인]
    "(49세 이상 중에 사실 다 그런 건 아니고 괜찮으신 분도 있잖아요?) 괜찮으신 분들도 있죠. 그분들한테는 미안하죠. 미안한 것도 있는데
    제가 장사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어요."

    자영업자 분들의 속사정을 들어보니 충분히 이해가 되기도 했습니다. 출입금지 간판을 걸어 놓은 사람만을 탓할 수는 없는 이유겠죠.

    하지만 이렇게 조금씩 늘어나는 '출입금지' 간판이 우리 사회 이곳 저곳을 단절시키고 있는 것 또한 엄연한 현실입니다.

    시민들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시민]
    "범죄나 특이한 사항들이 있으면은 어느 정도 (출입금지가)허용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단지 다른 공동체, 다른 구성원이라는 것만으로
    배척하는 건 좀 경계 해야 할 거 같습니다."

    [시민]
    "많이 예민해져 있는 사회 같아요. 우리 사회가. 상대방을 좀 더 생각해줄 수 있는 배려심이랄까? 이런 것들도 좀 사라져서 뭔가 좀 이렇게
    자꾸 분열되고."

    [시민]
    "조금 더 공동체를 보고. 판단을 해야 되지 않겠나 각자, 각자들이. 결국 내 아이들. 내 후배들 등등한테도 다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구정우/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
    "국민들이 느끼는 어떤 정당한 거부감들이 있지만, 정당한 거부감이 어느 정도 선을 넘어서면 차별적인 행동과 언행으로 발전될 수 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 같이 생각해 보고 대응하는 그런 것들이 필요하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가장 쉬운 방법은 서로 안 보고 사는 거죠.

    우리도 모르게 쉬운 선택을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는 나와 내 가족도 거절당할지 모릅니다.

    로드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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