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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産' 감추기 급급…"주민들도 안 먹어요"

'후쿠시마産' 감추기 급급…"주민들도 안 먹어요"
입력 2019-09-04 19:52 | 수정 2019-09-04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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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후쿠시마 방사능 집중 취재.

    오늘은 농 수산물 문젭니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가 안전 하다면서 여기서 난 식재료를 내년 도쿄올림픽 선수촌에 공급하겠다고 밝혔죠.

    그렇다면 후쿠시마산 식재료, 얼마나 안전한지 후쿠시마 주민들에게 직접 물어봤습니다.

    그런데 하나 같이 돌아온 답은 "우리도 먹지 않는다"였습니다.

    특히 현지 상인 중에는 후쿠시마 산이라는 걸 감추기 위해서 '옛 지명'을 붙여서 팔기도 했습니다.

    강연섭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후쿠시마 원전에서 70km 가량 떨어진 이와키시 오나하마항.

    한때는 후쿠시마의 제1 항구로 불리며 늘 북적거렸지만, 원전사고 8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습니다.

    고기잡이 배들이 드나들며 떠들썩해야 할 항구는 제한된 고기잡이로 인해 보시는 것처럼 한적한 상황입니다.

    관광객들로 가득했던 수산물시장도 마찬가지로 수산물은 꽤 많이 진열돼 있지만, 후쿠시마산을 찾는 건 쉽지 않습니다.

    "후쿠시마 산은 이거 하나입니까? 네"

    후쿠시마 주민들도 후쿠시마산을 피하다보니 어쩔 수 없다는 겁니다.

    [모우에/상인]
    "(후쿠시마산) 수요가 없으니까… 가공을 해도 꺼리는 사람도 있고"

    또 다른 가게에서는 상인이 진열된 수산물에 뭔가를 붙입니다.

    상표 중앙에 '조반'이라고 써 있는데, 이는 에도시대, 그러니까 17~18세기에 사용했던 후쿠시마의 옛 이름입니다.

    후쿠시마산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싫어하니까 옛 지명을 더 내세우려는 겁니다.

    아예 후쿠시마산을 팔지 않는 가게도 있습니다.

    [야마사키/상인]
    "(후쿠시마산은) 잡히지도 않고 우리는 외국에서 잡은 걸 다른 현에서 가공한 걸 받아서 싸게 팔고 있어요."

    명색이 항구인데도 이제 어민들을 찾기도 또 만나기도 쉽지 않았는데 가까스로 만난 어민들은 하나같이 마음이 타들어 간다고 증언했습니다.

    [후쿠시마 A 어민]
    "생선을 잡아봤자 생선가게가 받아주질 않아요. 원전사고가 난 곳에서 잡았다고 해서 사람들이 먹질 않아요."

    이런 와중에 나온 일본 정부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 검토' 소식은 어민들의 분노에 불을 붙이고 있습니다.

    오염수는 무려 100만톤이 넘기 때문입니다.

    [후쿠시마 B 어민]
    "(오염수 방류하면) 소동이 일어나겠죠. 정부가 안전하다고 해도 실제로 살 사람들이 정말 안전하다고 믿으면서 사겠어요?"

    농산물은 상황이 더 심각합니다.

    오염토가 포대에 담겨 잔뜩 쌓여있는 곳.

    바로 옆에선 벼가 재배되고 있습니다.

    방사능이 얼마나 뿜어져 나오는지 논에 가깝게 대고 측정했더니, 5.62베크렐로 도쿄 보다 2배 가까이 높게 나옵니다.

    일본 정부는 피난 지시가 해제된 곳에서 재배된 쌀을 대상으로 검사해 기준치인 100 베크렐 미만이면 시중에 유통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귀환곤란구역과 원전과 가까운 곳은 쌀을 팔 순 없고, 실험용으로만 재배합니다.

    문제는 이 검사를 믿기 어럽다는 겁니다.

    후쿠시마에선 쌀을 포대에 담아 컨베이어 벨트에 올려놓고 간이 세슘검사를 하는데, 이때 50베크렐이 넘는 경우만 정밀 검사를 합니다.

    작년도 검사 결괍니다. 50베크렐을 넘는 경우는 없고, 99.9%가 25베크렐 미만이었습니다.

    하지만 검사의 정확도가 떨어지다보니 비록 25베크렐 미만이라고 하지만 이게 1인지, 아니면 24인지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반면 우리나라 쌀에 대한 식약처의 검사에선 세슘이 0.5 이상, 아주 조금이라도 나온 경우는 전혀 없었습니다.

    똑같이 기준을 통과했더라도 방사능을 상당히 함유한 채 통과한 것과 0에 가깝게 통과한 것을 같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반 히데유키 공동대표/원자력 자료정보실]
    "어린 아이들은 10베크렐 정도로 관리를 해야만 하는데 음식은 100베크렐 기준이에요."

    다른 농산물은 더 심각합니다.

    작년도 일본 후생성 자료를 보면 두릅, 고사리, 죽순에서 세슘이 많이 검출됐는데, 두릅은 기준치의 7배가 넘었고, 버섯류는 조사대상 절반에서 세슘이 다량 검출됐습니다.

    파,감자,오이,가지 같은 것 역시 기준치보단 낮지만 모두 세슘이 나왔습니다.

    이렇다 보니 후쿠시마 주민들조차 후쿠시마산 농산물을 꺼릴 수밖에 없습니다.

    원전에서 30km 떨어진 이타테 마을 출신의 농부인 후지이 씨.

    이젠 마을에서 멀리 살면서 1주일에 한번만 집 관리 때문에 마을을 찾는다는 그녀는 최근 군청에서 주민들에게 내렸다는 씁쓸한 지시사항을 털어놨습니다.

    [후지이/이타테 주민]
    "우리 집에서 키운 건 우리 집에서만 먹는 게 좋다고… 다른 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절대) 팔면 안된다고… (군청에서 신신당부했어요)"

    후쿠시마산 식재료를 선수들에게 공급하겠다는 일본이 정작 해당 주민들에겐 외부에 팔진 말고 가족끼리나 먹으라고 지시했다는 겁니다.

    후지이 씨는 특히 주식인 쌀은 자신도 후쿠시마산을 사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후지이/이타테 주민]
    "30년 정도 밖에 못 사니까… 젊은 사람들은 별로 먹지 않아요. (그래도) 이 부근에서 나는 쌀을 사먹지 않아요."

    3대째 후쿠시마에서 목장을 운영하는 호소카와씨도 후쿠시마산은 불안하다고 직설적으로 말했습니다.

    [호소카와/이타테 목장]
    "(후쿠시마산은) 제 자신도 먹지 않고 무서워요. 일본 정부는 쌀이든 뭐든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지역주민들은 먹지 않아요."

    후쿠시마 주민들도 찾지않는 후쿠시마산 농수산물.

    그런데도 지난 5월, 일본 정부는 5년간 쌀 방사능 검사에서 기준치를 넘는 경우가 없었다며 내년부터는 그나마 하던 '간이 전수 조사'도 중단하고 대신 샘플조사로 대체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MBC뉴스 강연섭입니다.

    (영상취재: 현기택, 영상편집: 배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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