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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간다] 계단 서너 칸을 '후다닥'…시간당 24개 배송 전투

[바로간다] 계단 서너 칸을 '후다닥'…시간당 24개 배송 전투
입력 2019-09-12 19:59 | 수정 2019-10-07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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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

    <바로간다> 인권사회팀 조명아입니다.

    명절만 되면 가장 바쁜 사람들, 바로 택배기사들입니다.

    추석 선물이 몰리면서 쉴새 없이 물건을 배달해야 하는데요.

    그래서 과로사가 끊이질 않습니다.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명절 배송 현장으로 바로 가보겠습니다.


    ◀ 리포트 ▶

    새벽 한시 반

    아파트 단지 안으로 배송 차량이 들어옵니다.

    브레이크를 밟고 빠르게 시동을 끄더니, 쿠팡맨 조찬호 씨가 물건을 찾아 아파트 안으로 뛰어갑니다.

    [조찬호/택배 기사]
    ("안녕하세요? MBC 방송국에서 왔는데요")
    "아, 네, 시간 내에 해야 해서요."

    좁은 골목을 누비며 다음 배송지로 이동한 조 씨.

    다세대 주택 계단은 서너 칸씩 올라갑니다.

    속도가 어찌나 빠른 지 따라가는 것 조차 버겁습니다.

    [조찬호/택배 기사]
    "다들 무릎, 허리, 손목, 발목은 기본적으로 다 아프고요. 산재 신청하면 재계약에 불리하다고 해서 참고 또 하시는 분들도 많고요."

    아침까지 열시간 동안 240개가 넘는 택배를 배달했습니다.

    추석을 앞두고 물량이 늘어 이온 음료 2병을 마시는 시간 빼고는 정말 쉴새없이 일했습니다.

    [조찬호/택배 기사]
    "몸은 알지 않습니까, 정신과 머리하고 관계없이 많이 좀 피곤하긴 합니다. 일을 마치고 집에 갔을 때…"

    빠르게 돌아가는 컨베이어 벨트, 사과상자나 한과세트 같은 추석 선물이 쌓여있습니다.

    물이 줄줄 새는 불량 박스를 다시 포장하는 것도 택배 기사의 몫입니다.

    [김근원/택배 기사]
    "시간도 시간이지만 테이프도 저희가 사야 해요. 500원씩."

    상하차 작업장은 말 그대로 고역입니다.

    선풍기 바람과 냉커피 한 잔으로 더위를 식혀 보지만, 금세 녹아버리는 신선 식품 때문에 오래 앉아 있지도 못합니다.

    [윤태일/택배 기사]
    "식품 위주로 몰리다 보니까 한 사람이 하루에 소화할 수 있는 물량은 정해져 있잖아요. 식품 같은 경우에는 무조건 당일 배송을 해야 하니까."

    사람 키보다 높게 쌓인 박스를 옮기다 보면 작은 턱에도 상자들이 떨어지기 일쑤.

    수레를 끌기 힘들 정도로 택배가 가득합니다.

    엘리베이터를 탈 때마다 주민들 눈치가 보입니다.

    [기자]
    "잠시만요, 죄송합니다."

    아파트를 오르내리길 수십, 수백 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았다간 골병 들기 십상이라고 택배기사들은 말합니다.

    [김근원/택배 기사]
    "(명절) 나흘 동안 배송 못하는 양을 미리 배송한다든가, 아니면 끝나고 나서 배송한다든가…쉬어도 마음 한편에는 항상 걱정(이 있죠.)"

    배기량 100cc짜리 작은 오토바이에 한 가득 택배가 실렸습니다.

    한 눈에 봐도 위험해 보이지만, 많이 실어야 배송 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하소연합니다.

    [임호준/충남 아산우체국 집배원]
    "오토바이가 무게 중심이 높지 않습니까? 높은데 많은 물량이 실려 있으니까 코너링 할 때나 경사 올라갈 때 위태위태함을 핸들로 느낄 수 있죠."

    지난 7일에는 늦은 저녁 추석 택배 물량을 배송하던 27년차 집배원 박인규씨가 교통 사고로 숨졌습니다.

    [조성대/고 박인규 집배원 동료]
    "일찍 끝나고 밝을 때 들어왔으면 이 사고가 났겠냐.. 정말 힘든 상황까지 배달을 하고 쳐져서 들어오니까 사고가 난 거라고 생각해요."

    밤을 새는 중노동과 빠른 배송 경쟁이 겹친 명절 배달전쟁에 택배기사들이 내몰리고 있습니다.

    MBC뉴스 조명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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