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뉴스데스크
기자이미지 윤정혜

"딱 30등까지만 몰아줍니다"…스펙 독식 '목련반'

"딱 30등까지만 몰아줍니다"…스펙 독식 '목련반'
입력 2019-09-17 20:35 | 수정 2019-09-17 20:39
재생목록
    ◀ 앵커 ▶

    어제 보도해 드린대로 정시확대를 요구하는 여론이 60%를 넘습니다.

    그런데도 정시 확대는 안된다는 쪽에서는, '성적 뿐만 아니라 다양한 능력을 고려해서 인재를 선발하겠다는 학생부 종합전형의 취지'는 지켜져야 한다고 말하는 데요.

    그럼 그 취지가 정말 지켜지고 있는지, 오늘은 '지방 명문'으로 불리는 한 고등학교의 성적 몰아주기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윤정혜 기자입니다.

    ◀ 리포트 ▶

    경북 경산의 한 사립고등학교, 이 학교는 각 학년 30등까지 특별한 교실에서 공부합니다.

    [재학생 A양]
    "독서실 책상 같은 게 개인당 있고, 교실 안에 냉장고도 있고 하니까…"

    ----------
    특별반의 명칭은 목련반.
    ----------

    실제로는 서울대 준비반이라고 학생들은 말합니다.

    [재학생 B양]
    "(목련반) 못 들어오면 다른 학교 가는 게 낫다고. 목련(반)을 위한 학교라고."

    '목련반'만을 위한 학종 스펙 관리

    목련반은 목련반 학생들로만 교내동아리를 꾸린다고 합니다.

    ['목련반' 학생 C양]
    "일반 아이들은 들어오지도 못하는 동아리이고 왜냐하면 그 동아리는 게시판에 동아리 홍보조차 하지 않고…"

    특별 활동도 철저히 목련반 안에서만 이뤄져 일반 학생들은 알 수가 없습니다.

    ['목련반' 학생 C양]
    "목련반 아이들만 서울권 대학 탐방 이런 걸 갔다오고 유명한 대학들 강연이 오면 듣고. 그걸 진로 특강보고서라고 써서 내고, 그럼 생기부 진로 칸에 쓰이고…"

    각종 교내 대회 상도 거의 대부분 목련반 아이들의 차지입니다.

    [재학생 B양]
    "다 몰아서 주는 것도 있고요. 자기들끼리 하는 동아리 중에서도 학술대회나 그런 거 열어서 금상, 은상, 동상 주고…"

    지난해 교내 과학학술대회 수상자 15명이 모두 목련반 학생들이었습니다.

    ----------
    '목련'만의 봉사·체험활동
    ----------

    목련반은 봉사활동도 학교에서 관리해준다고 합니다.

    한 달에 한 두 번 학교에서 지정해준 장애인재활센터로 봉사를 갑니다.

    봉사시설안내 사이트엔 나오지도 않는 곳이어서 일반 학생들은 있는 줄도 모르는 곳입니다.

    [재학생 B양]
    "원래는 봉사활동을 받아주는 곳이 아닌데 목련반 선생님이 '어떻게 해서 자리를 받아냈다' 그걸 자랑 식으로 말씀하셨던 적도 있고요. 그냥 일반 학생들이 가려면 못해요."

    또 학년장, 부학년장 같은 자리는 선거도 없이 전교 1등과 2등에게 주어집니다.

    [재학생 B양]
    "월드비전 도우미가 학년장에게 돈을 내면 우체국에게 전달해주고. 그게 다에요. 그게 다인데 (생기부에) 거창하게 써주는 거죠."

    --------------
    내신 관리부터 컨설팅까지…
    --------------

    목련반은 주요 과목 특강을 통해 내신도 관리를 받는다는게 학생들의 말입니다.

    ['목련반' 학생 C양]
    "'이거 출제 빈도가 높다' 이런 식으로 하면 대충 애들이 알아들으니까 '아 이거 시험에 나오는구나' 라고…"

    지난 7월 입시전문가 초청 수시 컨설팅은 목련반 안에서도 최상위권만 받았습니다.

    그럼 일반 학생들의 생활기록부는 어떨까.

    [재학생 B양]
    "(생기부에) 1등급은 네 줄, 2등급은 두 줄, 3등급은 한 줄. 이렇게 써주시는 분들도 많고요. 활동을 해가도 3등급 이하는 안 써주셨고요."

    일반 학생들의 생기부에는 진로, 봉사칸이 되어서야 글자가 좀 나오는데 이마저도 채우기가 쉽지 않습니다.

    ['목련반' 학생 C양]
    "심폐소생술 수업하러 오잖아요. 강당에서 하는 전교생이 다 듣는 그런 걸 (생기부에) 쓰는 경우도 있고. (진로 관련해서) 들은 게 있어야 쓰든 하는데…"

    학년 말 생기부를 받아본 일반 학생들은 놀라운 사실을 발견합니다.

    ['목련반' 학생 C양]
    "과반수가 4등급 아래잖아요. 다들 본인 생기부 받고 서로 '아, 너랑 나랑 되게 똑같다' 이러면 한 열댓명이 생기부가 똑같은 경우도 있고."

    학교의 이같은 현실에 대해 문제제기도 있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재학생 B양]
    "'공부 잘해서 목련반 들어와' 이렇게 얘기하니까 노력했으니까 그 정도는 받아야 된다고 생각을 하는 거죠. 애들도 너무 익숙해져버린 건 맞고요."

    이에 대해 학교측은 '목련반은 상위권 학생들의 자습실일 뿐 이들에 대한 특혜는 없었다'고 주장합니다.

    현재 이 학교에서는 지난해 중간고사 중 전교 1등 학생에게 시험 종료 후 답안지 수정권한을 줬다는 의혹까지 불거져 관할 교육청은 특별감사를 검토중이라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윤정혜입니다.

    (영상취재 : 정인학, 영상편집 : 신재란)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